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이 책은 2005년 향년 68세로 별세한 사진가 김기찬 선생이 남긴 6권의 ‘골목안 풍경’ 사진집과 미공개 유작 34점을 한데 모아 재편집하여 ‘골목안 사진’에 새로운 맥락을 부여하고 집대성한 사진집이다. 모두 500여 점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유작 15점과 제2집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 58점은 컬러 사진이고, 나머지는 모두 흑백사진이다. 전집 형식의 사진집이 선보이는 것은 한국 출판사상 최초의 일이며, 한 작가가 한 가지 테마로 500여 장의 사진을 남긴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지난 20여 년 동안 어쨌거나 ‘눈빛’출판사가 한국 사진출판의 중심에 있었으므로 이것은 과장되거나 의례적인 표현이 아닐 것이다.) 
1968년부터 사진가 김기찬은 서울의 중림동을 중심으로 골목안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그가 생전에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골목안에서 자신의 고향을 보았고,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따뜻한 본성을 느꼈다고 했다. 골목안 주민들과의 오랜 유대감을 바탕으로 진행된 그의 골목안 작업은 그가 타계하기 직전까지 계속되었다. 그의 사진에 나타난 골목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거실이며 놀이터이자 공부방이었고, 동네 사람들 간의 소통과 생활의 현장이었다. 도시 재개발로 골목이 사라지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자 후반기 작업은 주로 골목안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수소문해 소설가 신경숙이 말하듯이 ‘한순간이 보여준 한평생’이라는 시간의 간극과 대비를 보여주는 작업에 열중하였다. 
30여 년 동안 김기찬은 중림동, 도화동, 행촌동 등을 드나들며 자신의 평생의 테마인 ‘골목안 풍경’에 매달렸다. 그는 형식주의 사진과 소위 ‘예술사진’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사진계에서 공상적 형식을 좇지 않고 사진 그 자체에 충실하여 자신만의 사진세계를 이룬 독특한 사진가이다.(오늘날 한국사진에는 예술이라 내세워도 아무런 감흥조차 느낄 수 없는 사진이 얼마나 많은가!) 김기찬이 사진으로 고정시킨 골목 특유의 색상과 명암은 이제 콘크리트로 대체되어 다시 찾아볼 수가 없다. 김기찬 사진집에 수록되어 있는 서문이나 발문도 이번에 한데 모았는데, 미술평론가(정진국), 작가(송영, 공지영, 신경숙), 건축가(김형국), 사진가(한정식, 이명동) 들이 간파했듯이 김기찬이 평생 추구한 ‘골목’은 인간 근원의 한 지점이었다. 고향과 가족, 그리고 삶과 이웃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