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신경학의 아버지’ 마이클 가자니가의 도발적 주장,
“뇌 탓인가, 내 탓인가?”
검사 결과 뇌에 장애가 있다는 게 발견되면 사형 판결을 철회해야 할까?
정신지체장애자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처벌보다는 치료를 해야 할까?
당신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은 정말 뇌의 작용 때문이기만 할까?
세계적인 뇌신경학자이자 사상가로까지 불리는 마이클 가자니가가 최신 뇌과학부터 심리학, 인류학, 물리학, 윤리학을 넘나들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뇌 결정론의 허상을 폭로한다.
인간은 뇌 이상의 그 무엇으로, 뇌를 넘어서야 진짜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특히 자유의지와 책임은 개인의 뇌 자체가 아니라 둘 이상의 뇌가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관계에서 창발되는 가치라는 사실을 꼼꼼하게 증명하고, 범죄자의 형량을 결정할 때 뇌의 이상 유무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향에 우려를 표한다. 뇌의 상태가 어떻든 간에 인간이라면 대부분 사회적 규칙을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우리 사회에서 범죄자 처벌 문제를 두고 논의할 때 곱씹어볼 만한 주장이다.
범죄 권하는 사회!
이게 정말 그들의 ‘뇌’가 한 짓이라고?
장면 1.
1981년 3월. 노동계 지도자들과 오찬을 하던 레이건 대통령을 향해 존 힝클리가 총을 쏘았다. 총알은 레이건의 심장에서 12cm 떨어진 허파를 관통했고, 레이건은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재판 도중 한 정신과 의사에 의해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존 힝클리는 대통령 살인 미수 사건에 대해 정신이상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장면 2.
2009년 8월. 평소 자신의 집안을 엿본다는 이유로 정 모 씨(26세, 남)가 이웃 김 모 씨(40세, 여)를 흉기로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정 씨는 이미 2000년 10월에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해 징역 5년에 치료감호를 받았지만 우울증을 계속 앓다가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 법원은 재범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를 이유로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다시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검사 결과 뇌에 장애가 있다는 게 발견되면 사형 판결을 철회해야 할까? 정신지체장애자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처벌보다는 치료를 해야 할까? 당신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은 정말 뇌의 작용 때문이기만 할까?
‘인지신경학의 아버지’ 마이클 가자니가의 도발적 주장,
“언제까지 살인자의 뇌만 탓할 것인가?”
세계적인 뇌신경학자이자 사상가로까지 불리는 마이클 가자니가가 최신 뇌과학부터 심리학, 인류학, 물리학, 윤리학을 넘나들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뇌 결정론의 허상을 폭로한다. 인간은 뇌 이상의 그 무엇으로, 뇌를 넘어서야 진짜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특히 자유의지와 책임은 개인의 뇌 자체가 아니라 둘 이상의 뇌가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관계에서 창발되는 가치라는 사실을 꼼꼼하게 증명하고, 범죄자의 형량을 결정할 때 뇌의 이상 유무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향에 우려를 표한다. 뇌의 상태가 어떻든 간에 인간이라면 대부분 사회적 규칙을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우리 사회에서 범죄자 처벌 문제를 두고 논의할 때 곱씹어볼 만한 주장이다.
1. 베일을 벗는 인간 뇌의 비밀
오늘날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인간의 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인간의 뇌는 부위별로 코드화되어 있어서 개별적으로 감각을 받아들여 처리하며, 이 과정에는 모듈화된 뉴런 연결이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의식은 뇌 기능의 결과이다. 더 나아가 뇌는 ‘의식’하기 전에 ‘기능’하기까지 한다. 즉, 우리는 이미 벌어진 일을 사후에 인식하고 설명한다는 말이다. 뱀을 보고 뒷걸음질 쳤을 때가 바로 그 예이다. 뇌는 우리가 의식하기도 전에 몸이 물러서도록 기능했고, 우리의 의식은 이 상황에 대해 뒤늦게 ‘뱀을 보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물러섰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신경과학의 이런 발견은 갈릴레오와 뉴턴이 창조하고 리처드 도킨스가 완성한 결정론적 세계관에 최후의 증거를 제공하는 듯하다. 우주가 일정한 물리 법칙을 따라 움직이듯 뇌도 물리 법칙에 의해 기능하고, 인간의 생각, 감정, 행동은 이러한 뇌의 기능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마치 본부석에 앉아서 하나하나 조종하고 있는 듯한 ‘자아’의 존재는 이들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만약 그렇다면, 인간의 자유의지는 없는 것인가? 자유의지가 없다면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정말로 살인자의 살인은 그의 뇌가 시킨 일일 뿐이어서 개인은 책임질 필요가 없는가? 법정에서 정신이상을 이유로 감형을 하는 게 올바른가? 마이클 가자니가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2. 뇌를 넘어야 보이는 자유의지와 책임
첫째, 뇌는 물리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대표적인 복잡계이자 창발 시스템이다. 뇌에서는 수백, 수천, 어쩌면 수백만 가지의 시스템이 분산되어 처리되며, 어떤 순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이 끓어오른 개념이 지배적인 개념이 된다. 즉, 뇌에서는 수많은 체계가 표면으로 올라가 의식적 인지라는 상을 거머쥐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소위 먹고 먹히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 모든 시스템이 밝혀진다 해도 결코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날씨나 교통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둘째, 뇌는 유전자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세부적으로는 후천적인 경험과 학습도 뇌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즉, 뇌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밑그림은 유전자가, 색칠은 학습과 경험이 담당하는 것이다. 특히, 뇌는 여러 대의 진화를 거치면서 뼛속부터 사회적이고 도덕적으로 구조화되었다.
셋째, 뇌는 결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오랜 진화를 거치면서 생존에 절대적인 사회적 가치를 발달시켰다. 뇌는 결정 공식을 따르는 자동 기계이지만, 뇌 하나만 떼어 놓고 분석해서는 자유나 책임 같은 사회적 가치를 설명할 수 없다. 둘 이상의 뇌가 상호작용할 때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일들과 규칙이 생겨난다. 개별 뇌에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자유와 책임이 그 대표적 가치이다.
넷째, 뇌의 곳곳으로 들어온 감각을 종합하고 질서를 부여해 해석하는 기능은 좌뇌에 있다. 가자니가는 이를 해석기 모듈이라 부른다. 해석기는 우리에게 ‘자아’의 존재감을 가져다준다. 비록 우리 뇌는 의식하기 전에 기능하고 우리는 이미 벌어진 일을 해석할 뿐이며 그나마 불완전하지만, 해석기를 통해 의식적 경험의 개별적 측면들이 논리가 통하는 온전한 하나로 묶이고 드디어 개인만의 이야기가 탄생하는 것이다.
3. 뇌 그 이상의 존재, 인간
뇌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마이클 가지나가는 결국 책임은 뇌의 속성이라기보다 두 사람 간의 계약이고 이런 맥락에서 결정론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그들의 주장대로 뇌를 특징으로 하는 인간의 본성은 변함이 없지만 둘 이상의 뇌가 상호작용하는 사회라는 바깥세상에서 행동은 변할 수 있다. 즉, 아무리 뇌가 무의식적으로 움직인다 할지라도 개인은 자신이 하기에 따라 뇌의 무의식적 의도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말이다.
“당신이 내 빵을 한 입 베어 먹었다고 당신에게 포크를 던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의 행동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순찰자가 나를 따라오는 게 보이면 속도계를 확인하고 속도를 늦춘다.”(323쪽)
저자는 끝으로, 이제 우리는 하나의 뇌만 따로 떼어 볼 게 아니라 하나의 뇌를 가운데 두고 다른 뇌와 상호작용하는 전체 그림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우리는 모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 책임감 있는 존재일 수도 있고, 없는 존재일 수도 있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