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인류의 문명과 함께한 선술집의 감춰진 역사 범죄와 악의 소굴인가, 아니면 시민의 열린 공간인가? 선술집으로 본 술과 도취陶醉에 둘러싸인 유럽, 이슬람, 동아시아의 비교문화론! 역사 속에 묻힌 선술집의 과거를 재조명하다! 요즘처럼 살인적인 열대야에 가장 생각나는 음료라면 단연 맥주를 떠올릴 것이다. 톡 쏘는 알싸함에 부드럽게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시원함까지. 기원전 3천 년경에 메소포타미아에서 이집트로 전해진 맥주의 양조법으로 인해 맥주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국민 음료가 되었다. 또한 2천 년 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사라진 고대 도시, 품페이 유적에는 120여 개의 선술집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17세기 영국 도시 하층민의 삶을 묘사했던 윌리엄 호가스의 유명한 판화 <진의 거리>와 <맥주의 거리>에는 당시 술로 인해 삐뚤어진 영국의 사회상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이처럼 고대에서 근대까지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술과 술을 마시는 곳인 선술집의 역사는 그 궤를 같이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술집은 단순히 술을 마시는 곳 이상으로 사회의 민중들에게 열린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했다.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되기도 했으며, 지역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판결하는 재판소의 기능도 했으며, 공동체의 의견을 논의하는 집회소의 기능도 했으며, 그 외에도 도박, 연예, 매춘, 범죄 등 사회의 하층민들이 모이는 음지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선술집의 역사적 발자취에는 시대의 다양한 사회상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선술집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사의 이면을 되돌아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선술집의 ‘창’을 통해 유럽 역사의 살아 있는 현장과 그 특징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16세기에 일어난 독일농민전쟁과 18세기에 일어난 프랑스혁명이 선술집에서 시작된 배경과 함께 농민과 혁명가들이 선술집에 모여 혁명을 계획하고 민중에게 동참을 호소한 이야기, 때로는 사창가이기도 했고 은행과 재판소이기도 했던 이야기들, 외과 의사가 수술을 하는 병원이기도 했다는 이야기들, 그리고 히틀러가 선술집에서 연설을 하면서 나치스가 시작된 이야기까지 선술집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