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M. 케인의 소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169번)으로 출간되었다. 케인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1934년에 발표된 후 큰 반향을 일으키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모순으로 가득한 미국 사회 이면의 욕정과 탐욕을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 내어 대표적인 하드보일드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알베르 카뮈는 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데뷔작이자 대표작 『이방인』(1942)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어두운 미국 사회의 이면을 생생하게 그려 낸 걸작
‘느와르 소설’ 장르의 문을 연 최고의 소설
제임스 M. 케인은 18세라는 어린 나이에 워싱턴 대학을 졸업하고 1918년에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 5년을 전쟁터에서 보낸 후 귀국하여 잠시 교편을 잡다가 곧 뉴욕에서 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헤밍웨이를 필두로 한 ‘로스트 제너레이션’ 세대가 활동했다. 전쟁을 체험하고 돌아와 격변하는 사회 상황으로 인해 문화적 정서적 안정을 잃고 가치관마저 상실해 버린 세대였다. 케인 역시 이들 세대의 한 사람이었다.
소설의 주인공 프랭크는 오갈 데 없는 떠돌이로, 빈털터리인 채 고속도로 변의 작은 간이식당에 들어가 대책 없이 음식을 주문을 한다. 주인 남자 닉은 일손이 필요하다며 그에게 식당에서 일하라고 한다. 프랭크는 잠시 망설였지만 젊고 매력적인 안주인 코라를 보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린 프랭크와 코라는 닉의 눈을 피해 밀회를 즐긴다. 코라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닉과 애정 없는 결혼을 한 것을 후회하며 따분한 생활을 지겨워하던 차였던 것이다. 닉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생활이 성에 차지 않자, 둘은 아무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닉을 없애 버릴 계획을 짠다. 그러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닉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프랭크와 코라는 더 치밀하고 대범한 계획을 세우고, 셋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이 책은 1934년 처음 출간되었을 당시, 폭력과 성애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보스턴에서는 판매 금지를 당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일체의 감정을 배제한 채, 마치 타블로이드 신문의 기사처럼 써 내려간 이 소설은 ‘느와르 소설’ 장르의 문을 열었다. 그런 이유로 케인은 “타블로이드 살인 사건의 시인”이라 불리기도 한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비정한 현실에 몸서리치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낭만적인 정서를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소설이다.
"나는 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이방인』을 썼다." ― 알베르 카뮈
프랑스 실존주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대표작 『이방인』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케인은 프랑스 및 유럽에서 중요한 미국 작가였다. 3만 5000자로 된 짧은 분량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그리 똑똑하지 않은 부랑자의 목소리로 자신이 저지른 사전의 전말을 담담히 고백하는 형식이다. 카뮈는 이런 서술 형식 또한 『이방인』에서 시도하고 있다. 타블로이드 신문에 사건을 기술하는 듯한 긴박하고 명료한 문체가 전달해 주는 선정적인 동시에 낭만적인 정서를 이 두 작품은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미국 출판계 최초의 베스트셀러로 기록된 소설이기도 하다. 양장본, 문고본, 희곡으로 각각 출간되었을 뿐 아니라, 영화와 연극, 오페라로 제작되어 성공을 거두었다. 그 영향은 출간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여러 형태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타블로이드 살인 사건의 시인’ 제임스 M. 케인
케인은 이 소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도덕적으로는 충분히 끔찍하지만 살인이 사랑 얘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남녀가 있고, 그런데 일단 저지른 다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떤 두 사람도 그렇게 끔찍한 비밀을 공유하고는 같은 지구에서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는 얘기야. 그들은 서로 맞서게 돼.” 이 말은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욕정과 탐욕에 사로잡힌 남녀가 그들의 감정을 순수한 사랑이라 여긴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장애물을 제거한다는 미명하에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다. 그러나 소름끼치는 비밀을 공유하게 된 둘은 상대방을 믿지 못하고, 이제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927년에 발생하여 2년 동안이나 타블로이드 신문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살인 사건이 있었는데, 케인은 이 사건을 접하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의 모티프를 얻었다고 한다. 한 잡지 편집자가 자신의 아내와 그녀의 정부인 외판원에 의해 살해당한 이 사건은 법정 증언에서부터 사형까지 사건의 전말이 하나도 빠짐없이 신문에 실렸다. 케인은 이 사건을 다루었던 타블로이드 신문처럼, 치정과 폭력과 성(性)이 뒤섞인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담담하고 명료하게 기술하여 ‘타블로이드 살인 사건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한 어두운 범죄 현장을 그려 낸 ‘느와르 소설’의 창시자로 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