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는 법을 배운다

최명란 · 시
132p
구매 가능한 곳
content
평가하기
3.8
평균 별점
(2명)
코멘트
더보기

일어서는 법이 아닌 쓰러지는 법을 배운다한다. 고지식하다 할 만큼 끝까지, 끝 간 데까지 일단 생을 밀고 나가보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드러난다. 2006년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최명란 시인의 첫 시집.

디즈니+ 단독 스트리밍

스탠다드 멤버십 월 9,900원

디즈니+ · AD

디즈니+ 단독 스트리밍

스탠다드 멤버십 월 9,900원

디즈니+ · AD

저자/역자

목차

제1부 새벽 거리를 헤매며 쓰레기봉투를 찢는 밤고양이 꼬막 캐는 여자의 바다 보도블록 까는 청년 내 친구 야간 대리운전사 색소폰 부는 걸인 수족관에 사는 펭귄 서울역에서 따라온 신발 한 켤레 휠체어 마라톤 대회에 너를 보내고 그리고 남자는 울었다 폐차를 하며 쓰러지는 법을 배운다 심야... 횡단보도 너의 등 숟가락질 연탄집 아저씨가 라면 사러 간다 점안식하는 날 승방에서 생긴 일 가정법으로 말하자면 그린벨트 자명한 연애론 제2부 서로를 갉아먹는 쇠와 쇠 사이의 녹 같은 연애를 했다 아우슈비츠 이후 주꾸미 안간힘 닭발 물 먹지 않기 위하여 노력한 시 봄눈 초여름 초가을 홍시 조용한 참사 꼭지 배꼽 누에고치 냉동고추 멍 모순에 대해 불법주차 시내버스 혓바닥 심야영업 평생과업 동물원 사람들 다시, 묵비 경계 제3부 우리에겐 모두 느닷없이 왔다 어처구니없이 가는 것들 분만실까지 발바닥 시계초 연(鳶), 곤두박질치고 마는 금낭화 꽃 지는 소리 꽃 피지 마라 묵비 피안 불 우두커니 소금꽃 깊이 우는 새 흉수 또는 복수 가령, 위험한 밥상 작품 해설 - 생의 단층을 넘는 꿈의 물결 / 이숭원

출판사 제공 책 소개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당선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명란 시인의 첫 시집을 펴낸다. 총 58편의 시가 3부로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생을 들여다보는 그녀만의 예리한 촉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글로 풀어내는 정성이다. 이 마음에는 고지식하다 할 만큼 끝까지, 끝 간 데까지 일단 생을 밀고 나가보겠다는 시인의 의지가 굳건하게 묻어 있는 바, 이 뒷심이야말로 첫 시집이라는 상징이 가지는 열정이고 패기가 아닐까 한다. 최명란은 몸보다 눈이 바쁜 시인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가로이 노니는 몸이란 얘기는 아니다. 다만 그는 남들보다 빨리 시가 나고자 하는 그 순간을 포착할 줄 알고 이를 제 마당 안으로 끌어들이는 수고를 그 다음 차례로 아끼지 않는다는 얘기다. 시인의 시에 어떤 젖은 냄새, 그러니까 땀도 좋고 눈물도 좋고 피도 좋은 축축함이 여전한 건 그만큼 현장에서 걷어 올린 ‘갯벌의 쫄깃한 자궁’이 싱싱한 탓이리라. 최명란의 시가 가진 미덕 중 하나는 한 몸에서 상반되는 두 가지 힘을 동시에 발휘한다는 점일 게다. 생의 가장 어두운 밑바닥에서 생의 가장 밝은 지상까지 부러지지 않고 휘는 데는 어머니의 따스한 손과 아버지의 활달한 기상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연유 탓에 시인이 말하는 죽음이 무겁지 않고 시인이 말하는 삶이 가볍지 않다. 때론 부정하고 때론 긍정하며 스스로 부풀린 자연이라는, 생이라는 원 안에서 어미가 되고 아이가 되는 유연함을 경험했던 시인, 그러므로 저잣거리, 그러니까 길 위에서의 삶을 우선순위로 두면서 우리로 하여금 삶의 의지를, 생의 순간순간의 살아 있음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거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 보다. 이에 우리가 신뢰를 보내게 되나보다. 일어서는 법이 아닌 쓰러지는 법을 배운다기에 최명란은 시인이 되었을 것이다. 일어서는 순간의 안일함보다는 쓰러지는 순간 일어설 것을 다짐하는 도전으로 시인은 웃음과 울음이 맞닿는 곳, 바로 거기에서 시가 발현함을 알았을 것이다. 돌고 돌아 내가 지은 바로 그 언어의 탑, 이제 그에 기대도 좋을 만큼 우뚝 선 시다.
  • 데이터 출처
  • 서비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처리방침
  • 회사 안내
  • © 2025 by WATCHA,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