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이 넘어가는 것이 아쉬운 책” 곽아람, 장류진 강력 추천
✔ “이럴 바엔 그만둘까?”
오늘도 고민하다 울며 출근하는 모든 직장인이 공감할 섬세한 디테일의 그래픽 노블
✔ 가난하고 고단한 신입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
✔ 《퍼블리셔스 위클리》 2022 베스트 북(코믹스 부문)
✔ 굿리즈 초이스 최우스 그래픽 노블 최종 후보
“이 안에 나 있다, 내 친구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나와 꼭 닮은 캐릭터들
저자 케이트 가비노는 가족과 떨어져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며 겪는 온갖 일들과 외로움, 불안감, 친밀함 같은 감정을 네 컷으로 구성된 그래픽 노블로 그려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니나, 시린, 실비아는 모두 아시아계 여성 청년들로, 장류진 작가의 말처럼 “나와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커리어’라는 지상 과제 앞에 별 노하우도 없이 온몸으로 부딪친다.
니나는 야무지고 어른스러운, 야망으로 똘똘 뭉쳐 있는 사람이다. 대학 때는 제일 앞자리에서 수업을 듣고, 학생 단체 임원을 맡기도 했다. 취직을 해서도 제일 먼저 출근해 회의를 준비하고, 모든 스케줄을 완벽히 관리하고, 상사의 방패막이까지 하는 ‘알잘딱깔센’의 표본이다. 친구들한테도 “꾹 참고 계약 기간 채워. 그리고 당당히 연봉이랑 승진 협상해”라고 조언하는,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내고야 마는 타입이다.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은 ‘불도저’, 부모님이 어린 시절 붙여준 별명은 ‘분노한 새끼 하마’였다.
실비아는 대가족 사이의 틈바구니에서 문학 소녀로 자라온, 모난 데 없고 유순한 성격의 작가 지망생이다. 눈치가 빠르고 예민하게 분위기를 살피지만, 나만의 장소를 찾아가 글을 쓰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대학에서도 과에서 가장 글을 잘 쓴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자신감이 없어 다른 사람의 한마디에도 금방 흔들리고, 자신의 글에 만족하지 못해 매일 쓰고 지우고 후회하기를 반복한다. 재벌 딸이 차린 독립 출판사에 취직해서, 나름 현실에 만족하며 일하다가 역대급 빌런의 입사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시린은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남자 친구가 도망쳐버리는 바람에 싱글맘이 된 어머니 아래서 자란, 하지만 씩씩하고 붙임성 좋으며 정이 많은 인물이다. 니나처럼 야망이 넘치지도, 실비아처럼 작가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문학과 친구들을 좋아하다 보니 같이 출판계에 들어오게 되었다. 하루 8시간 사무실에 앉아 의미도 없는 일을 하는 게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회사를 나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명확하지 않다. 그렇게 미래를 고민하더 도중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한다.
폭풍 같은 신입 시절의,
차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는 대학을 졸업한 세 친구의 취준생 시절부터 시작한다. 니나와 실비아가 차례로 취직을 하고, 마지막으로 남게 된 시린은 조급함에 시달리면서 토 나오는 면접 끝에 계약직으로 취직에 성공한다.
취직은 했지만 신입에게 직장은 쉽지 않다. 이상한 항의 메일에 답을 하고, 왜 하는지 모르겠는 회의에 들어가 졸음을 참고, 면전에서 상사에게 후려치기를 당하면서도 “괜찮아요”라고 답해버린다. 이 책은 회사에 나가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 겪는 미묘하게 기분 나쁜, 뭐라고 속 시원하게 설명하기도 힘든 고통을 핀셋으로 골라내듯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묘하게 위로받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시린은 실비아의 이직을 축하하면서도 여전히 답보 상태인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고는 기쁨보다 불안감을 느끼고, 그런 자신에게 실망해 방황한다. 니나는 개인적으로 야심 차게 준비하는 기획안 때문에 야근을 하다가 남자 친구와 저녁 약속을 깜빡 잊어버리는데, 남자 친구의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나보다 네가 퇴근을 늦게 한다”는 말에 발끈해 남자 친구와 싸우게 된다. 독자들은 표현할 언어가 없어 마음속에 담고 넘겼던 사건들을 새롭게 바라보며 당시의 나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력서와 첫 사직서 사이,
고단한 신입 초짜에게 찾아온 어떤 행운
이렇게 살아도 될까, 이게 맞는 걸까 고민이 끊이지 않는 사회 초년생에게 필요한 건 꼰대가 아니면서도 고민을 들어주고 적절한 한마디를 들려줄 인생 선배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베로니카 보’라는 30년도 더 전에 부커상을 수상한 작가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잘못 배달된 음식을 전달해주러 가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어주다가 생긴 행운이다. 베로니카는 세 친구가 가장 흔들리고 방황하는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툭, 꼭 필요한 조언을 던져준다. 믿을만한 어른을 만나기 힘든 외로운 도시의 청년들에게, 저자가 전하는 응원의 말이기도 하다. 또한 이 책의 행운들은 모두 일상에서 베푼 작은 친절, 계속된 노력, 작은 용기의 결과라는 것도 흥미롭다.
세 친구와 함께
뉴욕에서 즐기는 K-컬처
이 책의 주인공들은 H마트에서 울지는 않지만, 20대 뉴요커로서 알게 모르게 한국식 문화를 향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눈 밝은 독자들이라면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한국 문화를 캐치할 수 있을 것이다. 시린에게 위기를 선사한 ‘JINRO’ 소주, 세 친구가 이직을 축하하며 간 찜질방, 한국 음식점 ‘포차’에서 파는 오징어, 한국식 피부 관리와 K팝 등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을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