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전직러, 다섯 개의 직업을 거친 사람
다섯 개의 직업, 그것도 직접 관련성이 적거나 없어 보이는 직업 다섯 개를 거친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것이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어떠한 직업에 대한 자세한 정보? 그 직업을 택하게 된 동기? 그 직업을 겪는 동안에 만났던 사건 사고들? 이 중에 한둘만을 담고 있다면 일면 지루하거나 이미 알고 있는 것이거나, 피상적인 감상에 그쳤을 수 있다. 이 책은 이 모든 것을 다 아울러 전달하고 있어 흥미롭다. 직업을 선택하고 어떤 특정한 직업에 관한 관심이 있었던 사람에게는 더욱 유익하다. 직접 겪어 본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디테일한 직업 정보, 갑작스러운 상황에서의 대처, 삶의 방향성에 대한 태도를 읽으며 다음 직업으로 왜 떠나게 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여러 번 전직한 바로 그 사람인 것만 같아진다.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 내가 살아가는 그것과 또 비슷하기 때문에. 12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 서로 다른 직업과 직업 사이를 뛰어넘어 온 사람은 어떤 재능이나 성격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독서의 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직업 그 자체와 직업을 대하는 작가의 자세를 말했지만 결국 선택의 문제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인생의 순간순간은 모두 하나의 선택으로 시작되어 책임으로 귀결된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그 과정을 무엇으로 채우느냐는 사람마다 천차만별 다르다. 이 책의 저자는 직업이라는 분야에서 다섯 번이나 새로 시작했고 그것을 대부분 성공한 상황으로 결실을 맺는다. 실패자로 도망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작가가 새로운 직업을 다시 떠올릴 때 의아한 심정마저 된다. 하지만 다음 직업으로 무엇을 선택하여 건너가든, 불안하지 않다. 작가가 그 직업을 대하는 과정의 태도가 성실하고 진실하여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이었으므로. 그래서 당시의 작가 본인은 흔들리고 두려웠을지 몰라도 결국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는 마음이 되고 마는 것이다.
어느 시대에든 일을 통한 경험과 관계가 전부
진로와 적성에 대한 고민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지금 청년들의 고민은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듯하다. 대학만 잘 가면 진로가 해결된다고 믿었던 과거와는 달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고 기계와 AI가 자신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 또한 함께다. 김솔 작가 역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진다. 그러나 그는 어느 시대에든 결국 일을 통한 경험과 성장이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임을 이 책을 통해 내어 보인다. 일이란 결국 관계이며 사람과 사람을 만나며 어떠한 태도와 다정함으로 서로를 대하는 것이 중요한지 그는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