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우울

김리뷰 · 에세이
2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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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우울은 그리 낯선 감각이 아니다. 딱히 어떤 일이 있어서가 아니더라도, 때로는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인 순간에도 우울감을 느끼곤 한다. 그리고 이런 우울감이 엄습할 때면 스스로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아무래도 타고나길 모나고 이상한 인간’이라 우울을 느끼는 건지 하고 말이다. 이 책 『최선의 우울』은 인간 이묵돌의 삶을 예시로 들며 우리 마음속의 우울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또 때로 엄습하는 우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리고 우울과 정면에서 마주하고 화해할 수 있을지에 관해 쓴 마음의 비망록이다. 유년기가 되기도 전부터 시작된 지독한 학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빠르게 곤두박질쳐본 고통, 그러고도 도무지 그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우울…. 이런 사건들을 이야기하며 저자는 우울이란 결코 타인이 ‘공감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감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우울의 기록을 읽으며 떠오르는 것은 역설적으로 ‘내’ 마음의 그늘이다. 저마다의 삶에서 겪는 사건은 다를지언정, 마음에 생기는 그늘의 모양은 꽤 비슷하기에. 그래서 저자의 말대로 온전한 의미에서 우울을 공감하거나 이해하기는 불가능할지라도, 우울한 마음에 자그마한 위로 정도는 전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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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

목차

• Prologue. 최선의 우울 • 본 투 비 블루 • 때때로 느껴지는 안경처럼 • 불가능한 마음의 작도 • 미워하지 않는 자의 우울 • 소확행의 두 얼굴 • 우울 총량 보존의 법칙 • 무작정 떠날수록 우울해지는 이유 • 가장 하기 싫을 때 하는 일 • 죽고 싶은 마음을 위한 변호 • 우울한 사람과 같은 곳에 있는 방법 • 더하기보다 빼기 • 우울하다는 선언 • Epilogue. 최선을 다해 우울할 수밖에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우울,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적 부조리 다들 쉬쉬하고 있다지만, 현대 사회에서 우울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흔한 질병이다. 정말로 초창기의 가벼운 우울은 증상이 느껴질 때 병원에서 진단받고서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 대수롭지 않게 가라앉힐 수 있다. 하지만 감기를 초창기에 잡지 않고 방치하면 갖은 합병증으로 번질 수 있는 것처럼, 우울 역시 초기에 잡지 못하면 온갖 증세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 방치한 감기가 폐결핵으로까지 이어지듯, 우울 역시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으로 불거지기도 한다. 아마도 저자의 마음이 대략 이런 꼴이지 않았을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홀로 남은 어머니는 모든 불행의 이유를 그에게서 찾으려 했다. 그를 이유도 없이 정신병원에 가두려 했고, 그는 자살소동을 벌이고서야 간신히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초중고등학교에선 왕따와 학교폭력에 시달렸으며, 어렵사리 들어간 대학교에서는 적응에 실패해 자퇴할 수밖에 없었다. 아르바이트와 일용직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연명하며 인터넷에 남긴 글이 우연히 대중의 주목을 받아 삶이 상승세에 접어드나 싶더니, 이내 어떤 사건이 자기 목을 조르는 결과로 돌아와 뭇 대중의 지탄과 뭇매를 맞게 된다. 그리고…. 행복한 인간들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우울한 인간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우울하다 사건의 연속에 지쳐버린 그는 삶을 저버리려는 마음으로 이런 글을 남기기까지 했다. ‘…늘 행복하고 괜찮은 상태의 나만이 아니라, 병에 걸려 슬프고 아픈데 안간힘쓰는 나까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길 바랄 뿐이다.’ 이 글에서 느껴지는 간절함처럼 타인의 우울을 이해하고 공감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가 이런 글을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는 점을 보면, 되레 타인의 우울은커녕 자기 자신의 우울을 이해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기마저 쉽지 않아 보인다. 내가 타인의 우울을, 그리고 타인이 나의 우울을 이해할 수 없다면 나의 우울을 이해할 수 있는 이는 결국 나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 좋든 싫든 자신이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야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우울이라는 말이다. 우울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울을 부정도 해보고 약도 먹어보고 심지어 삶을 저버리려고까지 한 저자는, 이래도 저래도 우울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기의 우울과 정면에서 마주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 책 『최선의 우울』은 바로 그 자기 우울을 정면에서 응시하고 써 내려간 마음의 비망록인 셈이다. 나의 우울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이는 ‘나’뿐이라는 것 자신의 우울과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것이 우울이라는 실타래의 멍울을 하나하나 풀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에 와서 그런 구분이 정말로 가능한지도 알 수 없다. 그저 이 마주함이란 자신의 우울 역시도 저 마음의 한 부분임을 수긍하겠다는, 포용의 마음에 가까울 것이다. 저자는 이제 우울을 짐이나 불행으로 여기기보다는, 나쁜 시력이나 약한 청력처럼 안경과 보청기로 보완하면 충분한 마음의 한 부분으로 여기기로 한 것처럼 보인다. 우울을 위험하고 두려운 접근금지 구역처럼 여기기보다는, 자신을 비추는 볕의 반대쪽에 생기는 그림자처럼 여기기로 한 것 같다. 꽤 근사한 방식의 ‘최선의 우울’이긴 하지만 이 방식이 모두에게 통용될 수 있는 방법론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래도 확실해 보이는 것이 있다면 그의 마음에 낀 우울의 그늘은 분명 조금이나마 옅어진 것 같다는 점. 그런 그의 마음을 한장 한장 읽으며 이상한 말이지만 어떤 가능성을 떠올리게 된다. 타인의 우울을 이해하고 공감하기란 불가능하다지만, 역설적으로 서로의 우울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다는 점만큼은 되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을. 서로 이해할 수 없다는 먹먹함을 딛고서라도 이렇게 글로 자신의 ‘최선의 우울’을 읊조리는 그를 보며, 서로의 우울한 마음에 자그마한 위로 정도는 건넬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을. 책장을 덮을 때면 저자가 말하는 ‘최선의 우울’도 결국 이러한 가능성의 모색이 아닐까 하는 여운이 마음에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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