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절망에 익숙해서

희석 · 사회과학
2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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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권을 잃은 사람처럼 방치된 ‘우리’에 관한 이야기. 학교 정문에서 ‘MB OUT’ 피켓을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선배는 제지당했다. 카드론으로 고시원비를 해결하고 서울에 취직했을 때, 아침마다 고시원엔 출근 준비로 바쁜 또래들로 가득했다. 청년들 10명 중 4명은 아파도 시간과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간다. 여성 혐오는 세대를 불문하고 남자들의 시대정신이 됐다. 이 책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정치가 서로의 밥그릇 크기를 놓고 다투는 동안 시민권을 잃은 사람처럼 방치된 ‘우리’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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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996 ~ 2013] 꽃밭에서 자란 한국 남자들 조용한 폭력과 공공의 적 불온 도서 읽는 빨갱이 전직 군사 통치자의 딸 [2014 ~ 2018] 키메라, IS, 안티 페미니스트 그것은 여성 혐오 살인이었다 촛불 집회는 다 꿈이었을까 한국 남자의 밑바닥 [2019 ~ 2023] 단순하고 당당한 여성 혐오자들 전염병은 주기적으로 돌아올 텐데 정의당은 페미니즘 때문에 망했다? 겁 많은 남자들이 망치는 사회 [2024 ~ ????] 대통령이 되지 말았어야 할 이유 오래전부터 방치된 사람들 저출생, 국가가 연출하는 블랙코미디 우리는 절망에 익숙해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시민권을 잃은 사람처럼 방치된 ‘우리’에 관한 이야기 학교 정문에서 ‘MB OUT’ 피켓을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선배는 제지당했다. 카드론으로 고시원비를 해결하고 서울에 취직했을 때, 아침마다 고시원엔 출근 준비로 바쁜 또래들로 가득했다. 청년들 10명 중 4명은 아파도 시간과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간다. 여성 혐오는 세대를 불문하고 남자들의 시대정신이 됐다. 이 책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기성 정치가 서로의 밥그릇 크기를 놓고 다투는 동안 시민권을 잃은 사람처럼 방치된 ‘우리’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1. 살기 버거운 땅 한국 작가는 1990년에 태어났다. ‘90년생이 온다’라는 그 허황된 호들갑의 당사자다. 작가는 말한다. 이 책은 일종의 고발이라고.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로 청소년기를 채운 세대가 어떻게 한국살이를 견뎌내고 있는지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저에게 한국은, 살아내기 버거운 땅이었습니다. 그 이유들을 작은 책으로 고발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살이 참 지겹고 어렵다’라고 생각하신 분이 있다면 이 책이 퍽 마음에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_「인사말」 책은 1996년부터 시작한다. 학교 선생님들마저 “한나라당이 최고”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부산 분위기, 학생운동의 뿌리가 사라진 대학가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정치 탄압’ 등 세대 당사자가 겪은 경험담이 초반부를 채우고 있다. 오늘날 대학생들의 정치의식을 운운하는 기성세대에게 작가는 질문한다.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겠다. 대학생들의 정치의식이 부족한 게 아니라, 대학생들이 정치의식을 되도록 갖지 않았으면 했던 공동의 바람이 마침내 이뤄진 것 아닌가. (중략) 그들이 만든 시스템 안에서, 형님과 아우가 이끄는 세계에서 우리는 조용히 입 다무는 법을 배우고 익혔다. 그래야 그들이 만든 세계에서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_27p 2. 저출생은 예견된 미래 또한, 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 사건, 미투 운동 등을 통해 또래 한국 남자들의 여성 혐오 문화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썼다. 현상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직접 남성 집단 안에서 경험한 것들을 통해 한국 남자의 성차별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밝히고자 했다. 작가는 정치가 ‘여성 혐오 살인’을 ‘묻지마 살인’이라고 일축함으로써 차별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프로파일러 이력 덕분에 당선된 모 남성 정치인은 “이 사건을 두고 여성 혐오 범죄다 아니다로 나뉘어 서로에 대한 날 선 공격과 폭력적 언행을 행사하고 있는데, 단연코 ‘범죄의 정치화’에 반대한다”라며 여성 혐오에 대한 논의를 무력화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여론을 설득해야 할 큰 스피커들이 여성 혐오를 부정했기에 시민 정서도 그렇게 흘러갔다. 오히려 정치는 혐오자와 차별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준 꼴이 됐다.“ _75p 결국 여성 혐오는 한국 남자의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았고, 한국 남자들은 급기야 역차별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에 작가는 저출생이 예견된 미래였다고 말한다. 저출생을 해결하려 아무리 갖은 정책을 내놓아봤자, 한국 남자들의 여성 혐오 문화를 개선하지 않으면 아무런 성과도 못 낼 것이라 지적했다. 결혼-임신-출산 등의 과정 중 ‘결혼’부터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욕실 수건은 언제든 알아서 채워져 있고, 저녁밥은 냉장고에서 아무거나 꺼내면 대충 만들어지는 줄 아는 남자들이 결혼을 꿈꾼다. 이토록 무지한 수준의 남자들과 결혼할 바에는 비혼으로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게 오늘날이다. 이 문제부터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임신이든 출산이든 다음 단계를 상정할 텐데, 정부나 정당은 자꾸만 먼 이야기부터 하고 있다. (중략) 수천억, 수십조의 예산을 엉뚱한 곳에 쓸 게 아니라 한국 남자들의 정신머리를 고치는 데 써야 할 판국이다.” _188p 작가는 여성 혐오, 저출생 등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가 작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 정치는 정치인 개인의 영달을 누리는 데 몰두할 뿐, 사회 기저에 깔린 다양한 불평등과 위기를 해소하려 하지 않는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작가와 같은 청년 세대에겐 ‘외국 아니면 천국’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 존재한다. 3. 외국 아니면 천국이라는 선택지 촛불 집회로 부당한 권력을 몰아냈지만, 그때 그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촛불 이후 대한민국에서 달라진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작가는 묻는다. 적폐 청산이라는 명분으로 행해지던 것들은 사실상 ‘진짜 적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라면 우리 사회의 진짜 적폐를 청산해야 했다. 최악의 노동 환경,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문화, 기이한 수준으로 부를 축적하는 재벌 카르텔, 그나마 덜 나쁜 정치인에 만족해야 하는 선거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중략) 촛불로 탄생한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들을 해결하지 않은 채 역사는 마무리됐다.”
_88p 결국 한국은 돌고 돌아 대통령 윤석열의 나라가 됐고, 시민의 삶이 개선될 여지는 사라졌다. ‘대통령 윤석열’이라는 기이한 존재가 나올 수 있었던 건, 거대 양당의 권력 주고받기 게임 때문이라고 작가는 지적한다. ‘나와 닮은 정치인’은 존재하지 않고, ‘기득권과 닮은 정치인’으로 가득한 정치 구조가 지금처럼 각박한 사회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음번에는 국민의힘이, 또 그다음 번에도 더불어민주당 아니면 국민의힘이 번갈아 권력과 의석수를 나눠 갖는 한국이 이대로 유지된다면 내 또래 세대의 결말은 두 가지다. 외국 아니면 천국. 한국을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청년은 외국으로 떠날 것이고, 떠나지 못해 버티던 청년들은 천천히 스러져 천국으로 갈 것이다.” _197p OECD 가입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인 한국.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청년층 자살률이 특히나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자살만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하는 청년이 10명 중 4명을 넘었다. 방치된 나라의 청년들에게 허락된 운명이 외국 아니면 천국이라는 건 비약이 아니다. 4. 절망에 대한 답장 그러나 작가는 마냥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한다. 그가 마주했던 희망들을 기억하며 “익숙한 절망 앞에서도 의연하게” 버티기 위해 이 책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우리는 절망에 익숙해서 희망을 꿈꾸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절망에 익숙해서 희망이 어떤 모습인지 정확히 모를 뿐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희망을 꽤 자주 마주했었다. MB OUT 피켓을 들고 홀로 섰던 선배, 그것은 묻지마 살인이 아닌 여성혐오 살인이라 가르쳐줬던 후배, 권력형 성폭력을 고발한 미투 활동가들, 가성비 방역에도 자기 책임을 다한 의료 노동자들, 고시원이든 어디서든 노동을 포기하지 않은 또래 세대들까지. 서로가 서로의 희망인지도 모르는 채 지나갔던 시간들이 있었다. 가장 일상적인 곳에서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자기만의 자리를 지켰던 사람들 덕분에 그나마 이곳이 무너지지 않았다. 이제 이 사람들이 마땅한 빛을 받을 때다.” _200p 작가는 지난 시간들을 작은 책에 기록하면서, 당신과 깊이 이야기하고 싶다고 한다. 절망에 익숙한 상태로 손 놓고 기다리지 않기 위해서다. “이 책에 대한 답장을 오래도록 기다릴 것이다. 우리는 절망에 익숙하지만, 아직 포기하지는 않을 사람들이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 _205p 이제 절망에 익숙한 또 다른 사람, 당신의 답장을 보낼 차례다. 당신에게 익숙한 절망의 모습은 어떠한지, 그 절망 앞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작가는 책을 통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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