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문명을 궁극적으로 설명하는 거대한 이론 틀의 구축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
인간과 문명의 번영을 예측하는 보편 이론, 즉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저자의 경험해서 출발해 보자. 저자는 어떻게 통일 이론을 구축할 수 있었는가. 왜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가.
스리랑카에서 태어난 마이클 무투크리슈나는 내전으로 폭력이 일상이 된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쿠데타로 국회의사당을 감싼 군대와 총격, 약탈을 목격하며 숨죽였다. 반면 보츠와나에서 살았을 때는 자연의 장엄함과 화려함에 순수하게 기뻐하는 삶을 살았다. 런던에서 살 때는 평범한 영국 시민이 저지른 지하철 테러, 버스 폭탄 테러에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아프리카, 영국, 호주, 미국을 떠돌며 살았던 무투크리슈나는 가슴 속 깊이 이런 의문을 품었다.
“왜 보츠와나가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 부패가 적고 여러 지표에서 더 성공적일까? 왜 파푸아뉴기니는 호주보다 훨씬 가난하고 불안정할까? 호주, 캐나다, 미국, 유럽 국가의 다문화 및 이민 정책의 차이는 무엇일까?”(17쪽) 무투크리슈나는 이런 차이를 이해하고 싶어 미적분학, 이산수학, 기계 학습뿐만 아니라 경제학, 정치학, 생물학, 철학, 심리학 등 다양한 과목을 수강했다. 인간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해야만 시스템 차원의 궁극적 설명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화생물학과 문화적 진화를 연구하는 연구자 그룹과도 협업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서 진화생물학과 통계 및 데이터과학, 경제학, 심리학을 융합하여 공부한 뒤 하버드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과에서 연구와 실험에 몰두했다. 지금은 런던정경대학교에서 경제심리학 최연소 종신교수이자 발달경제학 및 데이터과학 연구원으로 재직한다.
무투크리슈나는 이런 탈분과적인 융합 연구를 통해 ‘인간사회과학’이라 부를 수 있는, 인간 행동과 사회 변화에 대한 주기율표,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을 구축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누구를 믿고 누구에게 배울지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조직과 사회가 규범과 기술에서 어떻게 새로운 혁신을 발견하는지, 다른 사람을 돕거나 해치고 누가 ‘우리’이고 누가 ‘그들’인지 결정하는, 우리 행동을 형성하는 규칙을 발견했다. 무투크리슈나는 이 이론을 사용해 인간의 기원과 성공을 회고적으로 설명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이 가진 결정적 잠재력은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하고 가장 창의적인 우리 자신의 미래를 더 밝게 만드는 데 있다.
우리의 기원 그리고 번영과 연결되는 삶의 법칙을 살펴보자.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라는 네 가지 근본 법칙
인간에 대한 가장 강력한 거대 서사
《총, 균, 쇠》나《사피엔스》같은 거대 서사 책은 토티, 즉 ‘모든 것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것The One Thing That Explains Everything, TOTTEE’이라는 장르에 속한다. 토티는 상상력 한 가지로, 지리 한 가지로, 문화 한 가지로, 제도 한 가지로 인간의 모든 역사를 설명한다. 무투크리슈나는 이런 토티 책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진실에 가깝지는 않다고 본다. 토티는 시스템 차원의 궁극적인 설명을 하지 못한다. 현실 세계에서, 특히 이론에서 실제 응용으로 넘어갈 때는 여러 가지 힘과 그 힘 사이의 관계를 반드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은 모든 생명, 특히 인간을 형성한 수많은 힘을 통합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하고자 한다.
그 이론적 틀에는 먼저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라는 네 가지 ‘삶의 법칙’이 있다. 이 법칙이 인간의 탄생과 이 지구상에서의 성공을 만든 핵심이다.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는 서로 연결되는 고리로서 계속해서 맞물려 인간 본성과 문화의 형성을 이끌었다. 삶의 법칙이 주조해 낸 인간 본성과 문화, 그리고 이 본성과 문화의 공진화가 다시 삶의 법칙에 영향을 미치는 것, 이것이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이다.
첫 번째 삶의 법칙은 에너지이다. “모든 생명체의 총량과 복잡성을 결정하는 궁극적 한계는 에너지의 가용성이다.” 에너지는 생명에게 움직임을 부여했다. 생명체는 가능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제어해서 여러 자원을 쓰며 더 많은 것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 에너지가 많을수록 더 많은 자원에 접근하기 위한 움직임도 증가한다.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에너지를 얻는 방식의 변화에 있다. 한 생명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다른 생명을 먹기 시작하면서 진핵생물이 탄생한 것이다. 바로 인간의 시초다. 인간의 발흥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바로 에너지의 발견이다. 이미 죽은 생명체, 고밀도의 태양 에너지 저장소, 다시 말해 석탄과 석유를 발견하면서 인간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두 번째 삶의 법칙은 혁신이다. 생명체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포획하고 제어하는 방법을 새롭게 혁신한다. 이 혁신은 광합성부터 고기나 우유를 소화하는 능력 같은 생물학적 변화, 농업이나 내연기관 같은 기술, 기업이나 국가 같은 사회적 조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생물학적, 기술적, 사회적 혁신은 생명체가 더 많은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양을 늘린다.
세 번째 삶의 법칙은 협력이다.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충분하고 몇몇 조력자가 도와주면 더 많은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에너지를 포집하기 위해 도약하고 협력할 수 있다. 세포는 서로 결합해 복잡한 생물체로 뭉친다. 지역은 국가로 통합되며, 기업은 계약, 합병, 인수를 통해 커진다. 새로운 자원을 발견하거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더 많은 에너지를 창출하는 혁신은 ‘가능성의 공간the space of the possible’을 확장한다. 에너지를 더 많이 발견할수록 이 공간은 더 커진다. 또 이런 공간이 클수록 협력이 이루어지는 규모도 커진다. 더 큰 공간은 더 큰 동물과 더 큰 국가를 가능하게 한다. 이 큰 단위의 협력이 우리가 성공한 중요한 요소였다.
네 번째 삶의 법칙은 진화다. 에너지 활용, 혁신 방식, 협력 기제는 대체로 지능적으로 설계된 해결책이 아니라 결국 성공이 실패를 능가하는 수백만 번의 시도의 산물이다. 이러한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라는 네 가지 법칙은 서로 연결된 네 가지 방식으로서 우리의 지리, 제도, 문화,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 설명한다. 삶의 법칙은 우리의 역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계속해서 작동하고 있다. “삶의 법칙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삶의 법칙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인간 독특성, 지능, 협력, 창의력의 비밀
마이클 무투크리슈나는 당면한 문명의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기 전에 먼저 인간의 독특성, 인간 삶의 가장 특별한 측면을 삶의 법칙과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으로 해부한다. 먼저 인간을 이해해야 우리가 어느 수준에서 어떻게 개입하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석 연료로 열린 가능성의 공간에서 우리의 혁신, 협력, 진화는 우리 인간을 어떻게 이토록 독특하게 만들 수 있었는가? 또 우리는 혁신, 협력, 진화, 에너지 법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삶의 법칙은 우리 유전자에 영향을 미쳤지만 마찬가지로 문화라는 독특한 진화적 추동력을 만들었다. 유전자와 문화는 공진화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부모에게서 유전적 유산을 물려받는다. 역사적으로 우리의 생존, 번성, 번식에 도움이 되는 것에는 쾌감을 느끼고, 우리를 해치거나 죽이거나 혈통을 끊을 수 있는 것에는 고통을 느낀다. 그런데 진화는 인간에게 아주 유용한 정보원을 주었다. 바로 그것이 문화적 학습이다. 문화적 학습, 그리고 문화 자체의 진화인 문화적 진화는 인간 번영의 핵심이다. 뇌라는 하드웨어를 채운 것은 문화와 사회적 학습이라는 소프트웨어이다. 우리의 문화적 패키지는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삶에 필수적이지만 대부분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의 문화적 패키지, 이토록 놀랍고도 정보 밀도가 높은 유산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볼 수 없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