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나이 열아홉에 세상에 나와서 그의 이름을 남미 전역에 알렸던, 그리고 그간 국내에는 단 4편만이 소개되어 아쉬움을 남겼던 시집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가 완역되었다. 세상을 떠난 후에도 여전히 전 세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네루다의 시를 정현종 시인이 우리말로 옮겼다. 기존에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의 이름을 달고 국내에서 출간(1989년 초판, 1994년 개정판)되었던 시집은, 원작에 수록된 네 편의 시와 네루다의 다른 시집들에서 고른 다른 시편들을 엮은 것이다. 의 완역판 출간과 함께, 기존 시집은 번역을 손질하여 <네루다 시선>이란 제목으로 새롭게 펴냈다. 수록된 시편 하나하나에는 장차 큰 시인을 기약하는 한 젊은이의 열광적 호흡이 드러나 있다.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의 눈에 사랑하는 여인의 육체는 하나의 '세계'와 같다. 여인의 눈 속에서 "황혼이 덜어지고, 지ㅏ구가 노래한다". 그녀의 속에서 "강들이 노래하고" 그의 "영혼은 그 속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그의 "거칠고 농부 같은 몸"이 그녀를 "파 들어가"지만, 그 순간에도 그는 여전히 "터널처럼 외롭"다. 당혹스러울 만치 관능적인 언어가 마치 수수께끼처럼 네루다의 시어 속에 도사리며 꿈틀댄다. 그 수수께끼는 사랑에 빼져본 자만이, 그리고 사랑의 좌절을 겪어본 자만이 해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수수께끼를 풀어낸 이에게 스무 편의 사랑의 시 끝에 나오는 절망의 노래는, 그것이 단 한 편일지라도 아니 한 편뿐이기에, 더더욱 그 치명적인 통증을 기억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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