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엔드리스(Endless) 시리즈는 도서출판 넥서스가 ‘문학의 영원함’을 캐치프레이즈로 삼아, 세대를 초월하는 탁월한 한국문학 작품을 엄선하여 독자들에게 널리 소개하고자 2024년 새롭게 시작한 재출간 프로젝트입니다. Endless 7 ≪아담이 눈뜰 때≫ 위반과 전복의 서사로 사회에 격렬한 문학 논쟁을 일으켰던 문제적 작가 장정일의 초기작! 질서도 진리도 없는 가짜 낙원의 실체와 정의도 진실도 없는 허위의 세계를 거침없이 폭로하는 열정과 패기의 산문정신을 만나다 신세대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절, 장정일은 1990년대 신세대 문학의 기수로 부상하며 평단과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시집 『햄버거에 관한 명상』으로 최연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는 같은 해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희곡 「실내극」이 당선되었다. 2021년 KBS는 이 책의 표제작인 중편 「아담이 눈뜰 때」를 <우리 시대의 소설> 50편 중 하나로 선정하였다. 이 소설집은 장정일의 문학적 면모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세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소설가 장정일의 첫 창작집 표제작이 된 중편 「아담이 눈뜰 때」와 그의 첫 소설인 단편 「펠리컨」, 신춘문예 당선작이었던 희곡이 소설로 개작돼 장르적 경계를 무너트린 실험적 작품 <실내극>이 세 개의 이야기 중 첫 챕터로 등장하는 「아버지를 찾아가는 긴 여행」이 수록되었다. “장정일은 경계를 위반하고 질서를 전복하려는 충동을 아낌없이 드러낸 작가였다.” 문학평론가 한영인의 말처럼 그는 거침없는 서사적 모험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문제적 작가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기존 세계의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새로운 문법을 시도하고자 했던 젊은 현실적 이상주의자 장정일의 열정과 패기를 다시 만날 수 있다. 또한 무책임과 방종이 얽힌 가짜 낙원의 실체와 그 허위성을 폭로하며, ‘진실 없는 세계’에 대한 냉소를 주저하지 않는 도발적인 산문가로서의 작가 장정일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열아홉 살 소년 ‘아담’의 꿈 “내 나이 열아홉 살, 그때 내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타자기와 뭉크 화집과 카세트 라디오에 연결하여 레코드를 들을 수 있게 하는 턴테이블이었다. 단지, 그것들만이 열아홉 살 때 내가 이 세상으로부터 얻고자 원하는, 전부의 것이었다.” 「아담이 눈뜰 때」의 첫 문장이다. 아담은 글쓰기의 표상인 타자기와 ‘사춘기’라는 그림이 수록된 뭉크 화집, 실컷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을 갖길 원한다. 이 소설은 아담이 그것을 어떻게 소유하게 되는지 또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이 담긴 이야기다. 미성년인 아담은 자기의 “수험번호가 합격자 명단에 끼이지 않은 것을” 확인한 순간 “세상과 나는 소원해져 버렸다.”고 말한다. 대입 실패로 패배감을 느낀 아담은 정치적 격변기에 모리배들에 의해 정의와 진실이 뒤집히는 것을 목격하고 세계에 대한 근본적 불신에 휩싸인다. 미성숙한 아담이 자신의 욕망을 찾아 방황하며 만난 사람들은 그에게 더욱 큰 상처와 충격을 안긴다. 개인의 주체성을 억압하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것만이 전부였던 가속의 세계에서 아담은 마침내 자신만의 정신적 깨달음에 도달한다. ● 부조리한 세상에 감금되다 장정일의 첫 소설 「펠리컨」은 환상소설이면서 동시에 풍자소설이고 기가 막힌 패러디 소설로도 읽힌다. 대기업에 다니는 ‘촉망받는 엘리트’ 사원이 집 마당에 들어온 병든 펠리컨을 걷어차 쫓아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고 교도소에 갇혀 있다. 어느 날 그는 국가기관 요원들에 의해 체포돼 펠리컨을 감금 학대했다는 죄목으로 추궁당한다. 반박할 수 없는 주인공의 억울한 하소연과 울분에 찬 목소리, 그리고 반성과 참회에 이르는 독백을 가만가만 듣다 보면 어느새 주체를 잃어버린 자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의 카니발 「아버지를 찾아가는 긴 여행」에는 세 편의 짧은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희곡으로 먼저 발표된 작품을 소설로 옮긴 <실내극>은 출소해서 집으로 돌아온 아들과 그 아들에게 다시 도둑질을 종용하는 어머니가 등장한다. <어머니>에서는 20년 동안 수감 중인 ‘큰주먹’과 그로부터 육체적 폭력을 당하는 ‘흰얼굴’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상상 속에서 모자 관계를 형성하고 기묘한 사랑을 시작한다. <긴 여행>에서는 기차에 무임 승차한 M과 W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신화와 현실이 뒤섞이다가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는 결말이 독특하다. 그러나 「아버지를 찾아가는 긴 여행」에서 ‘아버지’의 실체는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