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그건 운명의 전조 같은 것이었다. 햇빛 좋은 가을날 은사에게서 걸려 온 전화도, 자신의 아들을 맡아 달라는 간절한 부탁도. 윤동주, 너무 맑아 서러운 시인의 이름을 가진 탕아. 멈추어 버린 시간 속에서의 삶으로, 그렇게 그는 들어왔다. 아름답게 오만한 그, 무심한 듯 따사로운 그녀, 그리 고 이 세상 모든 밝음을 모아 빚은 듯한 금발의 아이. 그들이 함께하는 일상은 기묘하면서도 평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