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행복한 내일은 없다 지금 이 시국에 여행서 따위를 누가 볼까. 경제는 불안하고, 서민들은 더 힘들고, 지갑은 더욱 꼭꼭 닫혔다. 배부른 자들은 자신의 배를 더욱 불리기 위해 진실을 외면하고, 사회에 무관심한 사람은 끝까지 관심을 두기를 원하지 않는다.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비장한 각오를 하고,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비굴함조차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서점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늘었다고 하지만, 부인부 빈익빈 현상으로 사람들은 검증된 베스트셀러에만 지갑을 연다. 책을 읽는 인구는 지난해 1%에서 올해 0.5%로 곤두박질쳤다고 하니 무엇 하나 출판계에 좋은 소식이 없다. 이런 상황에 누군가 자신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고 한들(설령 그게 ‘신이 내린 주둥이’ 박민우라고 해도), 내가 당장 떠날 수 없는 상황인데, 다른 사람이 다른 나라에서 모르는 누군가를 만나 시시덕거렸다고 한들 그게 내 인생과 무슨 상관이라는 말일까. 하지만 지금 절망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 분노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현실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는 사람, 닿지 않는 목표 때문에 허우적거리는 사람, 여행은 현실을 외면한 도피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 박민우, 그는 치열하지 않다. 온종일 좋은 카페를 찾아, 햇빛을 찾아 동네(그것도 외국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그에게 당장 처한 가장 곤란한 문제인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찾아 나선다. 누군가 공짜로 식사를 대접하면 감사하고, 누군가 그를 공짜로 재워준다고 하면 접시돌리기, 줄타기까지 마다하지 않을 기세다. 그의 빈약한 주머니는 ‘남미’에 이어 ‘아시아’에서 더 얇아졌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도 그 나름의 방식으로 치열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지에 가까운 여행자의 주머니로도 비굴해지지 않고, 당당하게 내일을 희망한다. 동정하고 싶은 순간에서도 그는 그만의 스타일로 자신의 여행을 끝낸다.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과정이 힘들고, 지치고, 아파도 결국 그는 그 속에서 기쁨을, 즐거움을, 희망을, 행복을 찾아낸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내일 행복하기 위해 오늘 불행해도 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오늘의 절망 역시 결국 거짓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평생을 가도 오지 않을 내일이라는 허상 때문에 불행한 오늘을 계속해서 견뎌야 할 이유는 없다. 행복한 지금을 위해 지금 당장 그가 택한 것은 여행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오늘을 위해 우리가 택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 선택에 대해 끊임없이 흔들리고 의심하고 회의할지언정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것에 대한 믿음으로 오늘을 행복해야 한다. 우리는 한없이 약한 존재지만 그 약함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강한 존재라는 것, 그 인정을 통해 성장하며 지금을 견뎌나갈 수 있는 것을 저자 박민우는 <1만 시간 동안의 아시아>에서 여행이라는 매개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혼란하기 그지없는 2011년 연말, 더욱 더 어려워질 2012년을 앞두고 <1만 시간 동안의 아시아>를 엮어낸 출판사로서의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