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사서, 책을 많이 읽는 사람? "책을 많이 보는 직업!" "직업이…?" "사서예요." "아, 네. 책 많이 읽으시겠네요?" "은행원이 만진 모든 돈이 다 자기 돈이 아닌 것과 같아요. 하하." 사서 하면 사람들은 흔히 책을 많이 읽는 직업인 줄 안다. 또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는 매우 한가로운 직업인 줄 아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실제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들은 말한다. "정숙한 도서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사서는 젖은 셔츠에 먼지가 날 정도로 뛰어야 해요."(박완) "사서는 사서 고생하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지요."(이용훈) 한마디로 사서는 다소곳이 앉아 사색을 하거나 책을 읽는 그런 고상한 직업이 아니다. 땀나게 움직여야 한다. 방송국에 입사한 이후로 나는 아직 한 번도 걸상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책을 읽은 적이 없다. … 방송국의 영상자료실은 아주 시끄럽다. 여기저기서 편집하는 제작진, 자료를 찾으러 들락날락거리는 이용자, 거기에다 방송 장비 돌아가는 소리까지 한데 얽혀서 시장 통이 따로 없다. _박완, KBS 방송국 매달 2톤 트럭에 수천 권의 새 책이 정리실로 들어오면 하루 종일 DB에 데이터를 입력하느라 눈과 어깨가 뻑뻑해지기 일쑤였다. 가능하면 빨리 이용자들에게 제공해야 했기에 손을 쉬게 할 수도 없었다. 장서실의 서가를 재정리해야 할 때면 책이 귀하기커녕 얄밉고 귀찮은 존재로 느껴지기도 했다. _송영희, 포항시립도서관 DB 구축사업이나 도서관 교육 또 대규모 행사를 준비할 때면 육체노동, 정신노동 모두에서 일반 직업군 이상이다. "매일 오전에 개발 회의를 하고 밤 9~10시까지 일하면서 6개월의 시간을 쏟아붓고서야 자료관리시스템을, 뒤이어 큰아이를 잇달아 출산했다."는 노경란 사서연구원은 "돌아보면 임신을 한 무거운 몸으로 어찌 그 많은 일을 다 해냈을까 싶다."고 회고한다. 또 이재준 고문헌 사서는 1책 무게가 4~5킬로그램, 심지어 20킬로그램이 넘는 고서를 들고 계단을 뛰어다니고 몇백 년 묵은 먼지를 먹으며 일하는 것은 기본에 때로는 보존을 잘 못해서 책을 훼손했다는 등의 구설수에 오른다고 푸념한다. 그러나 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사서로서의 일은 평생을 바쳐도 좋을 만큼 값진 일"이라고. 그리고 김휘출 대학도서관 사서의 말을 빌리면 도서관은 "수백만 권의 책을 가까이에 두고 있으며" "창밖으로 사시사철 풍경이 바뀌는 데다" "결혼정보업체들이 탐내는 (안정적인) 직장"이기도 하다. 사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 "책보다 사람을 더 좋아해!" "책을 참 좋아하시는가 봐요." "그보다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고 사람들 돕기를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자신을 사서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은 판에 박은 듯 이렇게 반응한다고, 이용훈 서울도서관장은 말한다. 사실 그 역시 책이 좋아서 사서가 되었다. 하지만 사서로 살아온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사서는 "스스로 자기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나 사회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 지식과 지혜를 딱 맞게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과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그래서 그들에게 해결했다는 만족감과 함께 기쁨을 주는 정보 전문가"라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사서들이 스스로를 일컬어 "사서는 사서 고생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는데, 그 말이 "사서는 사람들을 돕기를 사서 자처하고 그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말로 대체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하였다. 이용훈 도서관장뿐만이 아니다. 다른 사서들도 이와 같은 말을 하고 이와 유사한 경험을 꺼내 놓았다. 영화 [아바타]가 나의 그런 고정관념을 바꿔 놓았다.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남자 주인공 제이크가 아바타의 몸을 얻어 서고 걷고 달리는 장면이 나온다. 의료진은 말리지만, 그는 아바타의 발가락과 발목에 힘을 주어 바닥을 딛고 일어서 실험실을 박차고 뛰어나가 맨발로 흙을 느끼며 달릴 수 있다는 데 행복을 느낀다. 아이들도 어쩌면 그와 같지 않을까. … 아이들의 위치에 서 보니 '도서관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해. 그러니까 안 돼!'라는 규칙을 적용하기가 힘들어졌다. _이지선, 서울 도봉어린이문화정보센터 모름지기 도서관이란 또각또각 구두 소리는 물론 기침 소리까지 실례가 될 수 있기에 조용해야 하는 곳이라 여겨, 어떻게 아이들과 부모들을 바꿔 볼 수 없을까 고민했던 이지선 어린이도서관 사서의 경험담이다. 그는 이제 "세 살짜리 아이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우리 애가 친구랑 잘 지내질 못하나 봐요. 추천해 주실 책 있나요?"와 같은 엄마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응대하기 위해 또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육아지침서, 자녀양육서 일독은 물론 부모교육 강좌 등을 꼼꼼하게 챙겨 듣는다고 한다. 그러나 사서도 사람이다. 때로는 이용자들의 도서관에 대한 몰이해에 서운해하기도 한다. "사이버도서관입니다." "여보세요, 이용자인데요. 전자책을 보는 중에 갑자기 책이 사라져 버렸어요." "그래요? 그럼,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그런 건 필요 없고요, 지난번에 원격으로 처리해 주셨는데…. 지금 당장 제 컴퓨터 좀 봐주세요." _신정아,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여보세요, 여기 방송사인데요, 지금 지방에 촬영 차 왔다가 서울로 돌아가는 길인데요. 장서각에 잠깐 들러 고문헌 좀 촬영하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만 공문을 보내셔야 합니다." "잠깐 들러 촬영만 하면 되는데 무슨 공문입니까?" _이재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사이버도서관은 개인의 컴퓨터 장애를 고쳐 주는 곳이 아니고 고문헌은 문화재다. 문화재란 지나가다 불쑥 꺼내 볼 수 있는 그런 하찮은 것이 아니다. 그래도 사서들은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다. '기적의 도서관'을 만들며 '건축'을 말하기 전에 '사람'을 말했던 고 정기용 선생처럼, "도서관이란 사람들이 모여 책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며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 가는 공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서가 권하는 책 한 권이 이용자의 인생을 바꿀 수 있고 사서가 제때 제공하는 좋은 정보가 국가의 부를 축적하는 우수한 논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용자와 더 많은 대화를 하고자 노력하는 김휘출 사서,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한글도 깨우치지 못한 채 빌딩청소부로 살아온 아주머니의 사연에 안타까워하며 그 부모가 독립투사였다는 근거 자료를 찾아 주려 애썼던 김수정 사서, 학생들을 위해 '언니와의 수다'(졸업생과의 만남)의 중개하고 교과교사들과 함께 도서관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면서 도서관을 학생들이 아픈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애쓰는 이덕주 사서교사…. 그들은 모두 '사람 향기 그윽한 도서관'을 만들어 나가는 아름다운 사서들이다. 정보, 교육, 연구, 행정,… 사서는 멀티플레이어! 사서를 보는 사회적인 눈이 아직은 책 대출 혹은 정리 정도의 고정관념에 묶여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내가 출장이라도 갈라치면 '사서가 무슨 출장을 다 갈까?' 하며 의아해하는 모습으로 쳐다보는 이도 있다. _강미경, 하버드대학 하버드옌칭도서관 현재 사서는 정보 전문가로, 행정가로, 교육가로, 학자로…, 그야말로 멀티플레이어의 길을 가고 있다. 사서의 업무가 도서 구매와 정리, 열람에서 더 고도화된 주제서비스(과학, 의학 등 분야별 전문 정보서비스)와 장서 개발로 전문화되고 있으며, 도서관의 성격에 따라 이용자들을 위한 인문?교양 강좌나 독서 프로그램과 행사 기획 및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정보의 형태가 전자책, 전자저널 등 디지털정보로 바뀌면서 모바일 기술, 데이터베이스 구축 기술 등 IT 기술에 대한 지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