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시인들의 시인 황인숙이 전하는 우리 삶의 운율을 다시 맞춰줄 참 고마운 시들 시인 황인숙이 엮고 쓴 <하루의 시>는 국내외 시인들의 시 51편에 시인의 해설과 감상이 덧붙여 진 책이다. 연령대도 성별도 국적도 모두 다른 많은 시인들의 작품이 담겨 있는 이 책을 읽다보면 시란 무엇일까, 시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하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어렴풋이나마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들 가슴속엔 늘 한 편의 시가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시 속의 인물들은 현실의 우리와 다르지 않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시인들이 써내려간 다양한 주제의 시들에게서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희망, 평화, 행복, 그리움 등 우리의 삶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와 정확히 일치한다. 시 속의 인물들은 현실 세계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공부와는 담쌓은 국립대생 오빠”는 둥당거리며 기타를 치고 “80의 어머니와 50의 딸”은 “손잡고” “농협마트의 카트”를 민다. (<조용한 날들>) 어머니보다 마흔한살 어린 아들은 어머니를 김씨라 부르며 “어려도/어머니와 아들 사인데 사십 년 정도는 친구 아닌가” 농담을 한다. (<김씨>) “오 개월 걸려 딴 운전면허증에/한 해 농사 품삯으로 산 중고차 끌고 읍내에 나갔던 할매”는 후진하다 도랑에 빠지고 “오매, 오매 소리에 초상 치르는 줄 알고 달려왔던 할배”는 “그리 말 안 듣더니 일낼 줄 알았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가/풀린 다리 주저앉히고 다행이여, 다행이여/혼잣말”을 내뱉는다.(<상강>) “파리를 발견한 파리채처럼 집요하게/돈을 빌려주겠다는 메시지”는 누구에게나 날아들고(<있을 뻔한 이야기>) “한 동네 안에서 집을 옮기는 사람들의 방에는 옷보다 못이 많”을 정도로 곤궁한 삶을 산다.(<옷보다 못이 많았다>) “삶이 얼마나 무거워져야 가벼워지는지 모르는/허리 굽은 이”는 저울 위에 고물을 올려놓고, 그 옆 고물상 구석에 붙은 쪽지는 그 자체로 시가 된다. “파지 1kg 50원/신문 1kg 100원/고철 1kg 70원/구리 1kg 1400원/상자 1kg 100원/양은 1kg 800원/스텐 1kg 400원/각종 깡통 1kg 50원/-고물상 주인 백”(<삶의 무게>) 오늘의 삶을 견뎌내고 내일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 누구나 가슴속엔 한 편의 시가 살고 있다! 현실 속의 우리는 시인에 의해 활자화되고, 활자화된 현실은 다른 울림을 준다. 그 울림은 우리에게 오늘의 삶을 견뎌내고 내일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낸다. “행복이라는 말과 평화라는 말은 커다란 철학적 주제가 될 만하게 거창하지만 그 속살은 소박하다. 행복과 평화, 이 이상적 상태는 대단한 것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자잘한 일상 속에서 이루어진다. 전쟁은 참혹한 것이지만 전쟁 이야기를 읽는 건 평화. <조용한 날들>은 평화로운 그림인데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보통의 사람들은 대개 시인이 들려주는 것과 비슷한 기억을 갖고 있을 테다. 그 기억이 건드려진다. 나도 행복했었지, 평화로웠지. 끄덕끄덕끄덕.” 일상생활에서 숨겨져 있던 감각들을 톡 하고 건드려주는 것. 사람들이 시를 읽는 건 이 때문이 아닐까. 닫힌 감각을 열어줄 51편의 시와 황인숙 시인의 산문 외에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화가인 이제하의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