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힐 정도로 집요한 자아 성찰과 냉정한 문명 비판
병적이면서도 아름답고 환상적인, 헤세의 가장 대담한 소설
“고통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모든 고통은 우리의 고귀함에 대한 기억이다.”
스스로가 ‘황야의 이리’ 같다고 이야기하는 중년 남자 하리 할러는 가볍고 쾌락적으로 변해 가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두 시대 사이에 끼인 정신적 상처를 안은 채 늘 자살만 생각한다. 고통 속에 살던 할러 앞에 그의 분신과도 같은 여인 헤르미네가 나타난다. 할러는 헤르미네를 통해 악사 파블로와 아름다운 창녀 마리아를 만나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다. 음악을 듣고 춤을 추고 사랑을 나누고 마술 극장에서 몽환을 체험하며 할러는 새로운 자신, 진정한 자아를 발견한다.
헤세가 쉰 살이 되던 해 발표한 『황야의 이리』는 정신 분열, 마약, 동성애, 그룹 섹스, 고급 창부 등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소재를 다룬다. 여기에 더해 치열한 작가 의식과 다채로운 형식 실험이 나타나는 이 작품은 헤세 작품 중 가장 대담한 소설이라 일컬어지며, 헤세는 하리 할러의 수기를 통해 자신의 체험을 고백한다. 『황야의 이리』는 발표된 후 수십 년이 지나도록 미국과 유럽을 뒤흔든 68운동 세대와 히피에게 성경처럼 읽히며 큰 반향을 얻었다.
정결하면서도 대담하고, 몽환적이면서도 이지적인 헤세의 작품은 전통과 애정과 기억과 비밀로 가득하다. 그의 작품을 상쾌함을 문화적 의미에서 새로운 정신적인 단계, 실로 혁명적인 단계로 고양한다. ─ 토마스 만
나는 독자들에게 내 작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정해 주고 싶지 않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각자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취하기를. 그렇지만 만약 독자들이 『황야의 이리』가 병적인 것과 위기를 묘사하고 있음에도 죽음이나 몰락으로 치닫지 않고 반대로 치유에 이르고 있음을 알아차려 준다면 기쁠 것이다. ─헤르만 헤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