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2013 프랑스 베스트셀러 2위 800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걸으며 관광상품이 된 21세기의 카미노를 날카로운 통찰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 길의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짚어보다 공쿠르 상 수상 작가이자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인 장 크리스토프 뤼팽이 쓴 세속과 영성을 넘나드는 산티아고 순례기 연간 20만 명이 걷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산티아고 순례길 왜 우리는 그 길을 걷는 고통을 자처하고 거기서 기쁨을 느끼는가? 프랑스-스페인 국경지대에서 출발해 성 야고보의 유해가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까지 이어지는 800킬로미터가 넘는 길. 천 년이 다 되는 세월 동안 순례자들의 발걸음에 다져진, 시간과 역사가 깃든 그 길을 오늘날에도 연간 20만 명이 넘는 이들이 걷는다. 산티아고 순례는 이제 전 지구적 현상이 되었다. 2014년 현재 한국인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중 열한 번째로 많은 수를 차지한다. 무엇이 한 달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그 엄청난 거리를 걷는 고생을 자처하게 하고, 그곳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게 하는 걸까? 《불멸의 산책》은 공쿠르 상 수상 작가이자 국경 없는 의사회 의사이자 프랑스 최고의 학술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회원이자 세네갈 주재 대사를 지낸 장 크리스토프 뤼팽의 산티아고 순례기다. 뤼팽이 걸은 ‘카미노 북쪽 길’은 바스크와 칸타브리아 지방의 구릉지대와 해안 길을 거쳐 아스투리아와 갈리시아 지방의 산악지대를 걷는, 전체 순례자의 5퍼센트만이 택하는 고즈넉하면서도 험준한 길. 2010년 공직에서 물러나 자연인으로 돌아오면서 저자는 ‘정서적 디톡스’를 위해 그저 긴 도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애초에는 산티아고 순례를 떠날 의도가 아니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여정을 결정하면서 그는 카미노의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힘에 이끌리게 되고, 얼마 후 그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관광 상품이 된 산티아고 순례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 방대한 지식과 통찰의 눈으로 짚어본 21세기 순례와 순례자의 의미 산티아고 순례를 다룬 책들은 많다. 매일 카미노에 발을 디디는 엄청난 순례자들의 수만큼이나 그에 관한 책들이 철마다 쏟아져나온다. 어떤 순례기들은 여정에 관해 겉핥기식으로 서술하거나 길 위의 경험과 사람들에 관한 소소한 일화를 나열하는 데 그치고, 산티아고 순례를 신성화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불멸의 산책》은 카미노에 그 어떤 책보다 깊이 들어가는 동시에 그와 적당한 거리를 둔다. ‘열광하는 회의론자’ 뤼팽은 800킬로미터가 훨씬 넘는 길을 걸으며 21세기에 산티아고 길을 걷는 것과 순례자의 의미를 성찰하고, 관광 상품이 되어버린 카미노를 날카로운 통찰의 눈으로 바라보고,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그 길의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짚어본다. 물론 길이 선사하는 의외의 발견과 시종 책에 흐르는 은근한 유머와 밑줄 긋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사유들도 한가득이다. 프랑스의 작은 산악 전문 출판사에서 펴낸 소박한 책이 일으킨 돌풍 《불멸의 산책》은 2013년 여름 프랑스의 작은 산악 전문 출판사인 게랭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즉시 30만 부가 판매되었고, 그 해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책으로 기록되었다. 잘 쓴 순례기를 기대한 이들은 이 책을 통해 뤼팽이라는 매력적인 작가를 발견했고, 뤼팽의 팬들은 그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운 힘을 지닌 길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야심도 환상도 없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뤼팽의 이야기는 어떤 대단한 영적 깨달음도 없거니와 종교적 색채도 희미하다. 《불멸의 산책》이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속도의 시대에 오랜 시간을 들여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시련을 스스로에게 부과한 이가 경험한 ‘시간의 연금술’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초인의 자기 초월적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육체로 시간과 거리를 주파한 초로의 남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가 걸은 길만큼이나 신비로운 마력을 가져서 책장을 넘길수록 이 순례가 끝없이 이어지기를 꿈꾸게 한다. 산티아고 순례의 거의 모든 것을 아우르며 숨겨진 보석 ‘카미노 북쪽 길’ 여정을 다룬 책 각 장의 제목이 알려주듯 《불멸의 산책》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관리하는 조직망, 길 위에서 벌어지는 각종 세태나 순례자들 사이의 불문율 같은 실질적 정보부터 저자가 한 순례의 전체 여정에 이르기까지 산티아고 순례길과 순례의 거의 모든 부분을 아우른다. 특히 뤼팽이 걸은 ‘카미노 북쪽 길’은 그간 산티아고 순례를 다룬 책들에서 거의 다루지 않은 루트라 이미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왔거나 관련 서적들을 읽은 독자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잠귀가 유난히 밝아 다른 이들과의 잠자리가 불편한데다 아마추어 등반가로서 야영 경험이 많은 저자는 사흘은 풍천 노숙을 하고 하루는 제대로 된 숙소에서 잠을 자는 방식으로 순례를 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바스크와 칸타브리아 지방의 해안 풍경과 아스투리아스와 리시아 지방의 웅대한 자연을 마주하고 그와 하나가 되는 귀한 경험을 한다. 자연에 둘러싸여 걷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그가 자아에 덧씌워진 무거운 의상을 하나씩 벗어던지고 마침내 자신마저 잊는 도취의 순간에 이르면 독자도 그 희열을 함께 느끼게 된다. 석공이 돌을 쌓듯이, 선원이 바다로 떠나듯이, 순례자는 순례를 떠난다 순례자는 돌을 깨는 강제노역자이자 우물가를 빙빙 도는 노새다 그러나 그런 속박 속에서, 그는 전대미문의 자유를 발견한다… 애초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길을 떠나기 전 파리의 협회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도 그의 마음속은 카미노의 후광에 회의 섞인 의문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카미노 북쪽 길을 권한 협회 남자의 빈정거림대로(“원하시는 대로 하게 될 겁니다”) 설명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결국 그는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에 발을 디디게 된다. 무신론자에 가까운 이성적 현대인을 자처하는 저자가 이단 종파의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 말임을 인정하면서도 카미노가 가진 신비로운 힘을 부정하지 않는 모습은 무척 흥미롭다. 뤼팽의 고찰에 따르면 이 신비로운 힘이야말로 순례자가 길의 강제 노역자가 되게 하는 동력이다. “사람들은 카미노의 근원적인 본질을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은 그 길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믿듯이 그리 너그럽지 않다. 그것은 일종의 힘이다. 카미노는 자신을 강요하며, 당신을 지배하고 당신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당신을 길들인다.”(p.22) 그리고 바로 그 강제성에 산티아고 길을 걷는 묘미가 있다. “사람들이 매일 아침 작업복을 입듯이 순례자는 신발을 신는다. 그의 발은 신발 안창에 잘 적응했고, 근육은 긴장이 풀어졌으며, 피로도 그에게 복종해서 예정한 거리를 다 걷고 나면 곧 사라진다. 석공이 돌을 쌓듯이, 선원이 바다로 떠나듯이, 빵집 주인이 바게트를 굽듯이, 순례자는 순례를 떠난다. 그러나 대가로 임금을 받는 다른 직업들과 다르게 순례자에게는 기대할 보수가 전혀 없다. 그는 돌을 깨는 강제 노역자이자 우물가를 빙빙 도는 노새다. 인간은 정말이지 역설로 이루어진 존재이고, 고독은 그 역설을 고찰하도록 해주는 듯하다. 아닌 게 아니라, 순례자는 그런 속박 속에서 전대미문의 자유를 발견하고 황홀경에 빠지지 않는가.”(p.137~138) 카미노는 영혼을 찾아가는 시간의 연금술 순례자는 신발에 달라붙은 진흙으로, 셔츠를 적신 땀으로 증명된다 그러나 길을 걷는 시간이 짧아서는 안 된다. 책 전반에는 관광버스를 타고 순례의 주요 지점을 ‘찍듯이’ 들르는 이들이나 순례 증명서의 최소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100킬로미터만 걷는 이들에 대한 저자의 부드러운 힐난의 목소리가 흐른다. 그가 말하는 바, 순례는 ‘시간의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