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우리에게 언어의 사용은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고 중요한 일이다. 일단 모든 일의 원천인 생각부터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고, 그것의 표현과 소통 또한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언어가 우주 만물을 그대로 반영하고 인식하는 수단이며, 나아가 그것을 온전하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수단이라는 암묵적 전제가 깔려 있다. 실재로 그러한가?
이 책은 언어가 가지는 다양한 역할과 한계, 순기능과 역기능 등에 대해 초기불교와 대승불교, 선불교, 서양철학, 현대 심리학에서의 다양한 연구 성과들을 정리하였다!
1.
인류가 다른 생명체들과 차별되는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매우 발달된 언어의 사용이다. 인류는 오랜 기간 동안 언어를 통하여 문명과 문화를 형성하고 발달시킴으로써 자연을 이해하고 활용하여 그 삶을 풍성하게 해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언어는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 그 자체와의 접촉을 오히려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언어는 대상을 지시하거나 상징할 뿐 대상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 책은 이렇듯 세계의 존재 및 그에 대한 인식의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언어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언어가 과연 우리에게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유용한 도구인지, 아니면 오히려 진실을 가리고 왜곡하는 불편한 도구인지를 밝혀보려는 것이다.
2.
모두 다섯 꼭지로 구성된 책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편집자 서문>에서는 인식과 의사소통의 수단인 언어가 과연 존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가를 문제 삼으면서, 이에 대한 서양철학과 불교의 차이점을 주목하고 있다. 나아가 연기와 유식사상에 의거해 언어의 분별적 이원성을 논하고, 이를 뛰어넘는 언어의 사용에 대해 전망하고 있다.
에서는, 초기불교에서 바른 언어의 사용을 강조하는 이유는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유익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논한다. 불교에서는 실천을 통한 체득을 중시하는데, 그것이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실을 있는 그대로 알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에서는 유가행파, 특히 안혜의 은유론에서 정점을 이루는 인도 의미론의 발전과정을 다루는데, 그 과정에서 언어와 정신의 상호 관계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는 대승불교에서는 언어적 사고가 업과 번뇌의 원인이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궁극적 실재에 대한 비언어적 인식을 획득해야 한다는 견해가 밑바탕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에서는, 선불교에서 언어에 대한 관점은 언어를 부정한 불립문자를 표방하며 시작되었지만, 다시 요로설선(繞路說禪)을 통한 불리문자로 언어를 긍정하게 되었고, 대혜의 간화선에 이르러 불립문자로 재전환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선불교의 역사에서 언어관은 ‘불립문자와 불리문자의 이중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에서는 ‘언어적 전환’ 이후의 현대철학에 와서야 언어는 철학의 중심적인 주제가 되었고, 인간의 이성과 의식을 이해하는 주도적인 실마리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고대 그리스철학, 중세철학, 근대철학의 언어관을 개괄한 후, 현대철학의 헤르더, 훔볼트, 카시러, 하이데거와 가다머, 비트겐슈타인, 데리다, 포퍼 등의 언어관을 살펴본다.
에서는 언어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매우 유용한 도구이지만 불완전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도구이기도 하다고 한다. 따라서 언어의 순기능을 활용하되 그 역기능을 잘 이해하여 언어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3.
인간이 인식하는 객관은 과연 주관이 배제된 실재여서, 사물을 있는 그대로 알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런 인식의 매개체인 언어는 과연 진리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가? 대상을 관찰하기 위해 투사하는 빛이 대상의 상태를 변화시키듯, 언어는 인식대상을 특정한 방식으로 변화시키고, 우리는 그렇게 변화된 대상만을 보면서 그것을 객관적 실재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이처럼 이 책은 우리가 숨 쉬는 것처럼 늘 사용하고 있는 언어에 대하여 그것의 철학적이고 본질적이며,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측면에서 다각도로 깊이 있게 분석, 성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