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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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류를 싹 쓸어버릴 수도 있었어. 하지만 모래성을 쌓고 문학을 논하고 은행을 해킹했지. 그게 훨씬 더 재미있으니까!” 외계인이 오면 우리는 꽤 뻔하게 행동할 것이다. 한국인은 평소대로 출근할 테고, 방송사는 외계인을 쫓아다닐 것이며, 미국 정부는 외계인을 테러리스트로 지정할 것이다. 외계인과 공존하게 된 인류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SF 장편소설 《침략자들》이 출간되었다. 《침략자들》 속 외계인들은 인류 문명을 끝장내겠다고 달려들지 않는다. “그냥 재미로” 지구에 왔다며 대기업 계좌를 해킹해 임원이 아닌 직원들에게 돈을 뿌리고 미국의 대테러 작전에 혼선을 주는 게 다다. 물론, 미국 정부는 그런 일을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재미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벌이는 외계인들과 그들을 쓸어버리려는 미국 정부 사이에 갈등이 시작된다. 《침략자들》은 분명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사회가 나아갈 길을 진지하게 설교하지는 않는다. 미국 정부로 대표되는 인류의 시스템을 웃음거리로 만들 뿐이다. 〈인디펜던트〉가 “당신이 읽은 SF 중 가장 재밌는 작품”이라 평하는 동시에 “트럼프가 백악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렇다”라 덧붙인 것은, 《침략자들》이 SF로서 참신한 세계관을 그려내면서도 사회풍자의 기능을 충실히 하기 때문이다.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난 유쾌한 SF 주제의식에 걸맞은 실험적인 형식 《침략자들》에 등장하는 외계인 ‘FF’들은 인간의 스테레오타입과 달리 유쾌하고 놀이를 즐긴다. 이들은 “진화 과정에서 놀이를 선택”한 존재로서, 엄숙한 인류와 달리 재미 그 자체를 얻는 데 충실한 것이 더 나은 존재 방식이라고 역설한다. 저자 루크 라인하트는 경쾌한 문장과 과감한 구성을 통해 이 같은 주제의식을 더욱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FF와 처음으로 교류하게 된 빌리 모턴의 회고록, 외계인에 대한 가상의 보고서, 정보국의 첩보 문서, 뉴스보도, FF들이 인간의 용어를 해석한 사전 발췌가 번갈아 제시되며 하나의 이야기를 다양하고 풍성하게 전개한다. 저자 루크 라인하트는 권태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광기를 거침없이 표현한 소설 《다이스맨》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 후로 45년이 지나 내놓은 《침략자들》은 왜 라인하트가 ‘전설의 작가’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정치 사회적으로 첨예한 이슈를 다룸에도 농익은 유머와 스토리텔링은 여전히 독자를 뒤집어놓으며, 작가 특유의 상상력은 세월에 녹슬기는커녕 오히려 능청스러워졌다. ‘20세기 최고의 컬트소설’ 《다이스맨》과 21세기 미국과 미국인의 민낯을 담은 《침략자들》을 비교해 읽어보는 것도 새로운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낯선 존재 앞에서 더욱 뚜렷해지는 인간의 본성… 유쾌한 SF로 오늘의 디스토피아를 예언하다 《침략자들》은 미국 현지에서 2016년에 출간되었고, 그 이듬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출간 당시부터 SF의 문법에 사회풍자를 담은 작품으로 여러 매체에서 추천되었는데, 트럼프의 미국이 도래한 이후 〈인디펜던트〉 등의 매체에서 미국 사회의 본질을 앞서 간파한 예언적 소설로까지 재평가받았다. 실제로 《침략자들》의 유쾌한 문장들에서 독자는 문득 섬뜩한 기시감을 느낄 수 있다. 거짓말임이 분명한 기사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대중, 골칫덩이는 일단 군사력으로 제압하려는 보수 정치인들, 발등의 불이 된 기후변화, 더 많은 부를 누리고자 다른 국가를 침략하는 일 등은 한국 독자들에게도 강력한 실감을 안긴다. 그리하여 《침략자들》은 재미있는 소설일 뿐 아니라 참신한 설정의 SF 문학이 어떻게 오늘날의 현실을 시사할 수 있는지 증명하는, 동시대를 새롭게 보게 하는 문학의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작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