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시집 《토마토 컵라면》으로
10, 20대 ‘텍스트 힙’ 열풍을 주도한 차정은 시인의 신작
독서 인구가 줄고 있는 시대이지만, 시집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독립출판물로 출간되어 10, 20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텍스트 힙(Text Hip)’ 열풍을 주도했던 차정은 시인의 《토마토 컵라면》은 감각적인 시어, 뜨거운 감성으로 출간 직후보다 지금 더 많이 사랑받고 있다.
문단보다 독자들이 먼저 알아본 시인 차정은이 신간 《여름 피치 스파클링》으로 다시 우리에게 여름을 선사한다. 《토마토 컵라면》에서 토마토처럼 강렬한 여름 그 자체를 표현했다면, 이번 시집 《여름 피치 스파클링》에서는 복숭아 과즙처럼 청량하고, 청포도처럼 날카로운 감성을 좀 더 정교하고 정제된 언어로 담아냈다.
한낮의 땡볕, 습한 바람, 편의점의 차가운 탄산수, 콘서트 조명 아래 눅눅하게 흔들리던 몸짓처럼, 누구나 겪었을 법한 청춘의 장면을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선명하게 펼쳐 보인다. 동시에 여름이라는 한 시절을 살아내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다정히 안아준다. 서툰 사랑과 쉬운 상실, 가볍지 않은 다짐과 여전한 실패, 나눌 수 없는 외로움, 그러나 늘 나누고픈 우정까지 영영 잊을 수 없는 여름의 잔상을 붙잡는다.
“복숭앗빛 감정이 톡! 터지는 여름의 한복판, 그 뜨거움이 남긴 시”
청춘이 먼저 발견한 《토마토 컵라면》 차정은의 신작
《토마토 컵라면》으로 SNS를 뜨겁게 달구며 ‘텍스트 힙’ 신드롬을 주도한 시인 차정은이 올여름 신작 시집 《여름 피치 스파클링》으로 돌아왔다. 독립출판으로 선보인 시집들을 통해 “모든 문장의 끝에서 색채감과 사랑이 느껴진다”라는 찬사를 받아온 시인은, 시집으로는 이례적인 품절 사태를 일으키며 새로운 열풍을 이끌고 있다.
이번 시집 《여름 피치 스파클링》에서는 전작보다 더욱 섬세하고 정교해진 시선으로, 여름과 청춘 그리고 사랑의 정서를 들여다보았다. 한낮의 땡볕, 습한 바람, 파도에 젖은 발끝, 상큼한 과즙, 차가운 탄산수처럼 계절의 감각을 머금은 57편의 시는 펼치는 순간 독자를 여름의 한복판으로 초대한다.
한낮 햇살처럼 눈부시고,
청춘처럼 벅차오르게 반짝이는 감정의 조각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잊히지 않는 여름의 순간뿐 아니라, 사랑, 작별, 우정, 외로움과 기대 같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청춘의 감각을 놓치지 않고 담아냈다. 무더운 나날 속에 자주 무력해지지만 다시 일어서기 위해 몇 번이고 다짐하는 마음과 때로는 달아오른 마음을 소나기처럼 식히는 여름날의 다양한 감정이 시편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아직 먹지 않았는데 코끝을 찡하게 쏘는 청포도 맛
(…)
갑자기 찾아온 여름에 우리는 면역이 없어 축 처진 어깨엔 긴장이 가득
세차게 울리는 여름의 소음
_〈여름 주의보〉 중에서
세상과 부딪히며 부서지는 청춘의 뒷모습과 시인의 찡하고도 쨍한 시어가 만나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청량한 순간을 포착한다. 가령, “꽃무늬 반바지에 손을 넣은 채 세상을 다 안다고 믿던 나날”과 같은 구절에서는 찰나의 젊음과 자의식, 그리고 하릴없이 씁쓸한 감정이 선명히 느껴진다. 또 〈수성 행성〉이나 〈오렌지 애프터눈〉에서의 “여름의 맥박 / 수성의 동맥”, “흘린 귤껍질이 스미는 방법을 바라본다 / 피부에 머무른 안부는 어떤 소식이야” 같은 구절에서는 설렘과 망설임의 순간을 당장 피부에 와닿을듯이 섬세하게 표현했다.
“너를 기다리며 할 수 있는 일은
커다란 여름에서 차가운 시를 읽으며 우뚝 서 있는 것”
《여름 피치 스파클링》은 화려하게 꾸며진 문장 대신 반짝이되 솔직한 시어로, 한없이 기쁘고 처연한 마음들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동시에 무거운 이 여름을 함께 견디자고 말없이 손을 내민다.
선풍기 바람에 기대어
한낮의 무게를 견디고
아무 말 없이 편의점에서 탄산을 고르며 세상의 전부를 나눈다
(…)
바다가 아니어도 충분한 낭만의 농도
둘이 세운 여름의 뼈대
_〈여름의 뼈〉 중에서
뜨겁지만 서툴렀던, 다시 돌아갈 수 없어 더 아름다운 단 한 번의 계절을, 시인은 여름의 목격자가 되어 지금도 바라보고 있다. 그가 목격한 여름을 함께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작가(차정은)의 말
여름을 위한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담긴 것은 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저는 여름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2025년 여름, 차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