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독일 최초의 판타지 문학
후고 슈타이너 프라크 삽화 25점 수록
구스타프 마이링크와의 가상 대화 수록
톨킨은 골렘의 전설로 「반지의 제왕」 골룸을 창조했다
카프카는 유대의 신비 골렘상이 있는 프라하에서 소설을 썼다
보르헤스는 이 책을 읽고 시 『골렘』을 썼다
릴케는 피곤함을 덜고 싶을 때 『골렘』을 읽었다
“자네가 골렘이라고 부르는 그 사내는
자네의 깊은 정신적 삶을 통해서 불러낸
사자(死者)의 부활을 상징하네.
지상의 모든 사물은 영원한 상징일 뿐이야.
지금 형태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은 전에는 유령이었어.”
“한 세대에 한 번씩 하나의 정신적인 전염병이 번개처럼
이 게토 지역을 훑고 지나가며 사람들의 영혼을 습격한다.
어쩌면 이곳에 수백 년 살았던 존재가
이제 형태와 모습을 갖추고 싶어 하는 것인지 모른다.”
─ 구스타프 마이링크, 1915년
“당신의 책은 오래된 프라하였고, 그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당신의 『골렘』을 보고 제가 그린 스물다섯 점의
석판화가 세상에 나왔고, 그중 일부는
이 새로운 판에 축소된 형태로 실렸습니다.
─ 후고 슈타이너 프라크, 193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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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안의 또 다른 자아, 골렘이 되살아나다!
톨킨, 카프카, 보르헤스 등에게 영감을 준 ‘독일 최초의 판타지 문학’
1915년 독일에서 출간된 이후 이 년 만에 25만 부 이상 팔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고,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문학사에서는 독일 최초의 판타지 문학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구스타프 마이링크의 『골렘』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에 민음사에서 출간한 『골렘』은 2003년 국내 출간된 이후 절판된 『골렘』을 새로운 판본으로 출간했다는 점, 아울러 1931년 후고 슈타이너 프라크가 그린 25점의 골렘 삽화(석판화)를 포함하여 재출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그 외에도 삽화가가 작가에게 보낸 편지, 평생 독일 문학에 매진해 온 김재혁 고려대 독문학과 명예교수의 ‘구스타프 마이링크와의 (가상) 인터뷰’를 수록하여 독일 환상 문학의 틀을 마련한 거장의 문학 세계를 현 세대 독자가 흥미진진하게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20세기 초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신비주의자로 평가받는 마이링크는 『골렘』에서 내면과 정신적인 영역을 향한 그의 경험과 신비주의, 카발라, 유대 전설 등 자신의 모든 지식을 선보인다. 여기에 E. T. A 호프만, 에드거 앨런 포, 카프카를 연상시키는 그로테스크하고 세밀한 문학적 묘사가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골렘을 소재로 한 다른 문학 작품으로는 독일의 카프카에 견줄 만한 아르헨티나의 작가 보르헤스의 시 「골렘(El Golem)」과 미국의 대표적인 판타지 소설가 에이브럼 데이비슨의 『골렘(The Golem)』 등이 있다. 보르헤스의 경우에는 골렘을 만들어 놓고 회오의 감정에 빠져 있는 랍비의 모습을 시의 마지막에서 노래한다. 마이링크와 원래 친분이 있던 릴케는 1916년 2월에 『골렘』을 접하고, “피곤함을 덜어 보려고 골렘을 읽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이 작품에서 삶을 북돋아 주는 신선한 기운을 느꼈음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한 골렘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톨킨은 골렘의 전설로 매혹적인 피조물 골룸을 창조했다! 풍부한 상징과 암시, 상상력으로 응축된 『골렘』은 독일 문학을 딱딱하고 지루하게만 느껴 온 독자들을 신비롭고 환상적인 독일 판타지 문학의 세계로 안내한다.
‘골렘(Golem)’이라는 말은 중세 유럽의 한 카발리스트가 만들어 낸 말이다. 그는 어떤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성서의 문자를 재조합하다 이 단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유태인 전설에서 골렘은 17세기 랍비 뢰브가 만들어 낸 존재로 알려져 있다. 진흙으로 만들어진 골렘은 이빨 안쪽에 꽂혀 있는 마법 부적의 힘에 의해서만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뢰브가 골렘의 입에서 그 부적을 빼내는 것을 잊은 어느 날 밤, 골렘이 광란에 빠져 모든 것을 파괴했기 때문에 옛 유태인 교회의 어느 골방에 갇히게 되었다고 한다. 진흙으로 골렘을 만든 랍비 유다 뢰브는 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히브리어 알파벳을 조합하여 생겨난 명칭인 ‘골렘’은 ‘형체 없는 덩어리’, ‘다듬어지지 않은 인간’을 의미한다. 이는 골렘이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빈 공간이 많다는 것을 나타낸다. 구스타프 마이링크의 『골렘』은 이 전설을 상징적으로 수용한다. 골렘은 어둡고 미로 같은 프라하 게토 지역에 감도는, 성스러움과 악마적 기운이 기묘하게 섞인 집단적 심리를 의미한다. 또한 골렘은 실제로 존재하는 괴물이 아니라 우리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 자기의식의 반영이자 도플갱어를 상징한다.
■ 판타지와 공포, 사랑이 한데 얽힌 작품
정신적 신비주의로 독자를 안내하는 골렘
기억상실증과 계속되는 환상에 괴로워하던 페르나트는 이상한 손님으로부터 책 한 권을 수선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이부르’ 책의 ‘I’가 훼손되어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페르나트는 잃어버린 자신의 과거를 찾아 나서고, 그러던 중 그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으로 불타는 의대생 차루세크의 복수극에 휘말린다. 골렘과 유령의 환상 때문에 괴로워하던 페르나트는 랍비 힐렐의 딸 미리암을 사랑하게 되지만 음모에 휘말려 투옥되고, 그곳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환상이 정신적 승화의 계기였음을 깨닫는다. 감옥에서 풀려난 페르나트는 미리암을 찾아 나서지만 실패하고, 화재를 피하다 골렘이 갇혔던 골방 안을 보게 되는데…….
『골렘』의 배경은 프라하의 게토 지역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 프라하의 게토 지역은 유태인들이 중세 초부터 살았던 곳으로 그들의 뿌리 깊은 신비주의가 그대로 남아 있는 동시에 20세기 초 옛 담들과 거리의 풍경들이 해체되는 현대화의 현실에 직면해 있는 곳이다. 카프카는 게토 지역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 가슴속에는 아직도 어두운 모퉁이와 비밀스러운 복도들, 눈먼 창문들, 지저분한 뜰, 소란스러운 주점들 그리고 문닫은 여관들이 남아 있다. 옛날의 지저분한 게토 지역이 현대화된 새로운 도시의 모습보다 훨씬 더 현실적으로 가슴속에 남아 있다.” 모든 물질적인 것들로부터 벗어나 내면적인 신비주의에 몰두했던 마이링크는 골렘이 여전히 살아 있는 듯한 이곳이 정신 세계와 물질 세계의 대립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했다.
마이링크는 골렘을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한다. 첫째는 어둡고 미로 같은 게토 지역에 감도는 집단적 심리로서, 성스러움과 악함이 기묘하게 얽혀 있는 분위기가 게토의 건물들과 사람들 사이에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골렘은 삼십삼 년마다 한 번씩 나타나 게토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하나의 집단적 심리의 상징이며, 정체 모를 존재에 대한 그곳의 억눌린 분위기를 드러낸다. 둘째는 이보다 더 중요한 의미로서, 골렘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를 상징한다. 주인공 페르나트는 게토의 지하 통로를 헤매다 올라간 방에서 또 다른 자아를 체험한다. 그가 본 것은 실제 유령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의식의 반영, 즉 특정한 상황에서 등장하는 도플갱어다. 따라서 골렘은 물질과 모든 구속, 제약으로부터의 자유를 상징한다. 전설 속 골렘이 갇혔던 바로 그 ‘출구 없는 방’에서 페르나트는 골렘과 대면함으로써 자신의 과거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자신을 괴롭히던 골렘과 환상의 정체를 깨달은 후 페르나트는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모든 현실적인 제약으로부터 해방된다. 마이링크는 이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