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소설이긴 하지만 『로드킬』은 흔히 생각하는 성장 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상당히 악마적인 정신이 내포된 글이다.
거기에 작가 자신이 타고난 천재성과 개인의 처절한 경험,
그리고 주변 인물로 등장하는 더할 나위 없이 탈일상적인 캐릭터들이 더해져서,
이 책은 어떤 무서운 것이 되고 말았다.
- 배수아, 『아홀로틀 로드킬』 <옮긴이의 말> 중에서
성장 소설과 반항 문학의 대명사, 『호밀밭의 파수꾼』을 세상에 내놓은 것은 서른두 살의 J. D. 샐린저였다. 열여섯 소녀(홀든 콜필드와 나이가 같다)의 반사회적 체험과 환각적 기억을 다룬 소설 『아홀로틀 로드킬』을 발표한 것은 열일곱 살의 헬레네 헤게만이다. 2010년 1월, 출간되자마자 독일 주요 언론과 비평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보헤미안 천재 소녀> 헬레네 헤게만의 데뷔작 『아홀로틀 로드킬』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열일곱 소녀(그것도 고등학교를 다니다 만)가 써낸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밀도 높은 언어와 정교한 구조가 돋보이는 이 작품으로 이제 갓 데뷔작을 발표한 소녀 작가 헤게만은 하인리히 뵐, 페터 한트케, 다니엘 켈만(서른, 스물넷, 스물둘에 데뷔했다)의 뒤를 잇는 독일 문학의 차세대 작가로 평가받았다.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방향을 향해 폭발하듯 질주하는 일상. 그 속에서 자유로움을 누리는 동시에 자기 파괴감에 괴로워하는 소녀의 이야기. 자칫 자전적 성장 소설로 비칠 수 있는 위험을 간파하기라도 한 듯 작가 헤게만은 자신의 소설을 이렇게 정의 내렸다.
2010년 가장 과격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소설
- 『데어 슈피겔』
『아홀로틀 로드킬』이 출간된 지 몇 주 지나지 않아 Deef Pirmasens라는 블로거가 헤게만의 소설이 아이렌Airen이라는 언더그라운드 작가의 소설 『스트로보Strobo』를 상당 부분 표절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독일 언론은 이를 일제히 보도했고 헤게만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렌의 글을 허가 없이 사용했음을 시인했다. 그녀는 <이기주의와 무신경으로 인해> 출간 전에 아이렌에게 연락을 취하지 못한 것을 사과하고 『아홀로틀 로드킬』 2쇄의 감사의 말에 아이렌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헤게만이 작품 속에 아이렌의 글뿐 아니라, 책, 영화, 음악, 이메일 등을 별다른 출처 없이, 적극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출판사 울슈타인은 헤게만이 사용한 모든 자료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고, 4쇄에서 정확한 출처를 밝혔다. (표절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홀로틀 로드킬』 책 뒤쪽에 실린 <인용문의 출처와 감사의 말>과 <옮긴이의 말>에 소개되어 있다.)
헤게만의 소설에 대한 찬반 논쟁은 에 대한 토론의 장을 열었다. 매시업(mash-up. 두 곡 이상을 섞어 하나의 곡으로 연주하는 최신 음악 장르)의 대가 걸 토크Girl Talk의 음악에 열광하는 세대들에게 이란 과연 불가능한 것인가, 이 질문은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아홀로틀 로드킬』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 책은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폴란드, 체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프랑스, 이스라엘, 한국 스페인, 브라질, 터키,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상류층 망나니, 학대당한 틴에이저, 동성애, 마약, 테크노 클럽 파티……
광기와 천재성이 뒤엉킨 열여섯 소녀 미프티의 삶
나는 열여섯 살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상태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잃지 않은 채, 나를 학교에 다니게 하고 짓눌린 감정으로 끌고 가는 이 사회와 그 어떤 관련도 맺지 않고 스스로를 지탱해 나가기를 소망하는 것, 그것뿐이다. 나는 베를린에 산다. 이것은 나 자신의 광기 어린 환각의 기록이다.(본문 p. 32)
미프티는 <가상으로>,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 상태에 교란이 온> 아이로 연출 중이다. 알코올에 중독된 엄마와 단둘이 살다가, 열세 살에 엄마를 잃고 자식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침해받을까 두려워하는 부자 예술가 아빠가 있는 베를린으로 왔고, 이후 배다른 언니 오빠와 함께 지내게 된다. 언니 아니카는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커리어우먼이며 오빠는 명품 운동화와 티셔츠에 열광하는 백수 예술가이다. 미프티는 엄마의 분열적인 폭력 성향 때문에 상처가 많은 어린 시절을 보냈고, 충족되지 못한 애정의 욕구를 연상의 여인인 알리스에게 바치는 사랑의 감정으로 대신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사랑은 오직 공허함만으로 채워진 미프티의 삶에 빛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더 짙은 암흑으로 이끌고 갈 뿐이다. 미프티에게는 오펠리아라고 하는 30대의 여자 친구가 있다. 미프티는 언니, 오빠, 오펠리아, 혹은 우연히 만난 친구들과 마약을 복용하고 극단적 형태의 테크노 클럽 파티를 즐긴다. 원래는 학교에 가야 하는 나이지만 미프티는 학교를 거부한다. 학교뿐 아니라 보통의 인간들이 그녀에게 요구하는 모든 일반적인 규범과 인습은 그녀에게 철저한 거부의 대상일 뿐이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속속들이 분석해 낼 수 있는 천재성, 그럼에도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는커녕 방치하며 즐기는 광기. 이 두 가지가 뒤엉킨 자신만의 세계에서 미프티는 남보다 이른 시기에 주어진 성인기의 비밀을 하나하나 체험해 간다. 이것이야말로 반사회적 체험을 일삼는 다른 또래를 주인공으로 하는 타 소설과 구별되는 이 작품의 핵심이다.
아홀로틀Axolotl의 세계를 로드킬Roadkill식으로 써내다
『아홀로틀 로드킬』이라는 제목은 주인공 미프티의 삶의 방식과 작가 헤게만의 문학론이 묘하게 중첩된, 소설의 핵심 키워드이다. 멕시코의 특정 호수에만 살며 변태 없이 일생 올챙이의 상태로 살아가는 도롱뇽 . 미프티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짐승>이라는 이야기에 반해 친구에게서 의 아홀로틀을 구입한다. 은 자동차에 깔려 납작하게 짜부라진 짐승의 사체를 뜻하는 말이다. 작품의 말미에서 미프티의 모든 광기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긴 <마젠타 색> 일기장을 봐 버린 오빠 에드몬트는 미프티에게 말한다. 「You write like a roadkill.」 모든 것을 빨아들이나 영원히 자라지 않는, 화려한 핑크빛의 아홀로틀이 표상하는 미성년의 세계. 그리고 죽음마저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로드킬과 같은 처절한 글쓰기. 『아홀로틀 로드킬』을 읽기 시작한 독자들이라면 헤게만이 누구의 어떤 글을 어느 곳에 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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