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재능있는 소년 이준섭>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 등 문제적 영화의 모태가 된 소설! ‘재능있는’ 신재인 감독의 소설은 ‘전진한다’! 66편의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 『포도주』는 대산문화재단 소설부문(2000)에 당선되었으나, 여러 출판사들로부터 “대중적이지 못해 책으로 펴내기 곤란하다”는 평을 들었다. 그 뒤로도 몇 차례 다시 문을 두드려 보았으나 결과는 마찬가지. 신재인은 이 소설들 중 일부를 영화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재능있는 소년 이준섭>(<남이 먹을 때1>에서 모티브를 따옴)과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너의 진실1>에서 모티브를 따옴)이다. 나는 조각난 그의 조각들을 잡고 이리저리 놓아 봅니다. 네가 좀더 거짓말을 잘 했더라면, 그랬더라면 나는 너를 다시 이어 붙일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그랬지. 거짓말의 거장(巨匠)이 되라고. 그러나 그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너는 쓸데없는 열정에 휩쓸렸지. 너는 법정에 선 증인처럼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세상 모든 것에 대고 맹세해 대곤 했다. 그러나 너는 타고난 거짓말쟁이였지. 나는 너의 포도가 익고 또 술이 되는 것을 보았다. -<프롤로그>에서 『포도주』는 수많은 인격이 파편처럼 등장한다. 등대지기 시험을 준비중인 수험생(<우동집의 이방인>), 지우개와 샤프심 등 뭐든지 먹을 수 있는 소년(<남이 먹을 때1>), 잠에서 깨고 나면 먹고 씻기에 앞서 자신의 꿈을 적는 청년(<리얼 드림1>), 입에서 진실만을 내뿜는 남자(<너의 진실1>) 등 포도송이에 매달린 포도알처럼 인물들은 서로 다른 존재이고 따로따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좀체로 드러내지 못했던 인간 존재의 기괴함, 오랫동안 잊고 있던 인간 욕망에 대한 기억들을 스멀스멀 떠오르게 하며, 서서히 한 인격으로 합체된다. 식욕과 성욕 등 인간의 욕망이 이 세계가 쳐놓은 경계선을 뚫고 튀어나갔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신재인은 뛰어난 관찰력과 상상력으로 솜씨있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러면서 이야기 마지막에 가서는 우리의 상식을 뒤엎거나 뛰어넘어 놀라운 반전을 보여준다. 신재인은 그동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꼭꼭 묻어두었던 포도주 병의 뚜껑을 열어 <너의 진실1>에서처럼 수많은 진실을 이 세상을 향해 마구 쏟아낸다. 『포도주』에는 때로는 사뿐한 시 같기도 하고, 때로는 에세이 같기도 한 글들도 있어 표류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다양한 형식으로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