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닐 게이먼이 <스타더스트>에 이어 들려주는 도시 판타지
천재적 상상력으로 빚은 런던 지하세계 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런던의 젊은 증권맨 리처드는 어느 날 우연히 길가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소녀의 목숨을 구한 뒤로 이상한 일에 휘말린다. 이 세상에서 그의 존재가 흔적도 없이 지워져 투명인간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집과 직장과 약혼녀를 모두 잃고 한순간 지상의 틈으로 굴러떨어진 그는 꿈에도 존재하리라 생각지 못한 런던의 지하세계에서 신비하고도 위험천만한 여행을 시작한다. 미로처럼 얽혀 있는 지하 터널, 숨겨진 통로, 막다른 골목……. 그곳엔 괴수와 수도사, 살인자와 천사가 공존하고 있다. 그에게 단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무사히 지상세계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닐 게이먼이 들려주는 도시판타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판타지 분야에서 이미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닐 게이먼이 『스타더스트』에 이어 또 한권의 판타지 『네버웨어』로 국내 독자들을 만난다. 강한 흡인력과 최면술처럼 사람을 몽롱하게 하는 힘이 느껴지는 소설 『네버웨어』는 20세기말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한순간 지상의 틈으로 굴러떨어진 청년의 런던 지하세계 탐험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영국 BBC 방송에서 방영되었던 6부작 TV 판타지 시리즈를 책으로 펴낸 것으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로커스』등 여러 베스트셀러 선정기관의 목록에 올랐다.
한순간 지상의 틈으로 굴러떨어진 젊은 직장인 리처드의 런던 지하세계 탐험
닐 게이먼은 괴수와 수도사, 살인자와 천사가 함께 살아가는 땅속 세계로 독자들을 끌어들여 독자들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신비한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한다. 런던의 지하세계에는 지상의 틈바구니로 굴러떨어진 사람들이, 역시 수천 년 동안 지상의 틈으로 굴러떨어진 골목, 도로, 하수도처럼 오래 전에 잊혀진 옛 런던의 흔적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시간과 장소는 지상세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재미있는 점은, 런던 지하에는 지상의 지명들이 새로운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런던의 실제 지하철역명인 얼스코트(Earl’s Court, 백작의 궁정이라는 뜻)역에는 백작이, 블랙프라이어스(Blackfriars, 검은 옷을 입는 도미니크회 수도사라는 뜻)역에는 검은 옷을 입은 수도사가, 엔젤(Angel)역에는 이슬링턴(실제 엔젤역 부근의 지명)이라는 천사가 살고 있다.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쓰인 ‘도어’‘올드베일리’‘카라바스’‘헌터’에도 모두 각각의 능력이나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
달콤한 악몽 같은, 어른들을 위한 고딕환상동화
『네버웨어』는 대단한 독창력과 신선한 위트를 가지고 동화에 접근한, 어른들을 위한 고딕환상동화다.
지하의 횃불과 런던의 지붕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들은 마치 전래동화 속 주인공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사악하고 소름끼치며 잔인한 인물로 모습이 변한 듯하다. 전통적인 동화는 대개 주문을 외고, 공주를 구해내며, 어른이 되어 잠에서 깨어나는 이야기들이지만, 이 소설은 일과 의무, 그리고 지루한 일상이라는 어른들의 세계를 뒤로 하고 다시금 어린이가 되어가는 이야기다.
혹은 다 큰 어른의 성장소설이다. 주인공 리처드는 지하세계에서 여러 차례 목숨을 건 자신과의 싸움을 견뎌내는 동안 마음씨 착하지만 연약한 성격의 사람에서 점차 강인한 사람으로 변화되어간다. 소년 같던 모습에서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하던 사람에서 다른 사람에게 신뢰감을 주는 사람으로 달라져 간다. 작가의 의도대로 런던의 노숙자들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풍자소설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논리와 이성을 거부하고, 문학적 역사적 암시들로 가득한 판타지
『네버웨어』는 우리에게 일종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든다. 우리는 악몽 속에서 주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며 우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또 사람들이 왜 우리를 뒤쫓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악몽은 흥미롭고 즐겁다. 독자는 저도 모르게 리처드를 따라 논리와 이성을 거부하는 현실로 휩쓸려 들어가게 된다. 문학적, 역사적 암시들로 가득하고 스릴이 넘치며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판타지 소설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