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독일의 뮌헨. 그곳에 어린 소녀 하나가 있었다. 어느 날 뮌헨에 폭격이 내리고, 하늘은 불이 붙은 것처럼 빨갰다. 세상이 온통 시뻘겠다. 또다른 어느 날 요란한 소음이 창을 넘어 소녀에게 이른다. 호기심이 동한 소녀는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밖으로 나간다. 그곳엔 다하우로 가는 긴 유대인 행렬이 있었다. 그리고 그 행렬 뒤쪽에 수척하고 여윈 한 노인이 있었다. 그는 너무 쇠약해져 자꾸만 그 행렬에서 뒤처졌다. 이를 본 한 소년이 행렬 쪽으로 다가가 그 노인에게 빵 한 조각을 건네주었고, 노인은 감사를 표하기 위해 땅에 엎드려 소년의 발목에 입을 맞춘다. 그러나 곧 한 병사가 이를 목격하고 노인에게서 빵을 빼앗는다. 그러고는 유대인 노인과 빵을 준 소년에게 채찍을 휘두른다. 이를 목격한 소녀는 자라서 엄마가 되었고, 자신이 어릴 때 겪었던 이 두 사건을 어린 아들에게 들려준다. 이것이 『책도둑』의 시작이었다. 어린 아들은 오랫동안 이 두 이야기의 이미지에 사로잡힌다. 특히 유대인에게 빵을 주고 채찍을 맞는 소년의 일화에서 그는 ‘가장 선함’과 ‘가장 악함’이라는 이 모순된 것이 이 한 장면에 담겨 있음을 느끼고, 이것이 바로 인간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라서 작가가 된 아들은, 자신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던 이 이미지들을 모티브로 소설을 써내려간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책도둑』이다. 언론으로부터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소설가”라는 극찬을 들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젊은 작가 마커스 주삭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2005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표된 이래 미국, 영국, 프랑스, 브라질, 중국,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잇달아 출간되며 전 세계 언론과 독자들을 열광케 했던 『책도둑』이 드디어 한국 독자들과 만날 준비를 마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을 배경으로 전쟁의 비극과 공포 속에서도 말(言)과 책에 대한 사랑으로 삶을 버텨나갈 수 있었던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필치,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이야기로 가히 ‘책도둑 현상’이라고 불릴 만한 신드롬 수준의 사랑을 받았다. 미국 아마존?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브라질 출간 당시 『해리 포터』를 제치고 베스트셀러 1위 등극, 마이클 L. 프린츠 상, 캐슬린 미첼 상 수상 등 이 책을 따라다니는 화려한 이력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이 작품은 20세기 폭스 사에서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죽음의 신이 들려주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도둑 이야기 물론 소개를 해야지. 처음인데. 내가 예의가 없었다. 제대로 내 소개를 할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당신은 나를 곧, 또 잘 알게 될 테니까. 물론 얼마나 잘, 얼마나 빨리는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언젠가는 내가 다정하게 당신을 굽어보며 서 있을 것이라는 말만 해두자. 당신 영혼은 내 품에 안길 것이다. 색깔이 내 어깨에 앉을 것이다. 내가 당신을 살며시 안고 갈 것이다. (1권, 본문 12~13쪽) 『책도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책의 화자가 다름 아닌 ‘죽음의 신’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도처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던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글을 쓰면서 이러한 시대에 가장 적합한 화자가 바로 ‘죽음의 신’이라고 생각했고, 이는 『책도둑』을 아주 특별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죽은 이의 영혼을 영원의 컨베이어벨트로 나르는 것이 죽음의 신인 ‘나’의 주 임무다. 사람들은 ‘나’를 두려워하지만, 그들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심지어 사람들이 ‘나’의 존재를 눈치챌까봐 두렵기까지 하다. ‘나’에게 전쟁이란 끊임없이 불가능한 일을 시키는 상관과 같다. ‘나’는 색깔을 음미하거나 가끔 한눈을 팔며 이 고단한 일을 해나간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년의 영혼을 거두러 갔다가, 그곳에서 책을 훔치는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책도둑』은 냉소적이고 사색적이며 때로는 유머와 연민으로 가득한 ‘죽음의 신’이 전하는 한 어린 영혼의 가슴 시린 성장담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둑의 이야기다! 내 이름은 리젤 사람들은 나를 책도둑이라고 부른다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독일의 작은 도시 몰힝. 이 도시의 가난한 거리 힘멜에 아홉 살 소녀 리젤이 양부모인 후버만 부부와 살고 있다. 그녀의 친아버지는 공산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힌 후 어디론가 사라졌고, 더이상 혼자 아이들을 키울 수 없었던 그녀의 어머니는 후버만 부부에게 아이들을 맡기기로 한다. 그러나 몰힝으로 오던 도중 남동생은 기차 안에서 목숨을 잃고, ‘지구 전체가 눈으로 덮인 것 같던’ 날 차가운 땅속에 묻힌다. 홀로 양부모와 살게 된 리젤에게 삶은 고통 그 자체다. 조용하고 사려 깊은 양아버지 한스, 욕을 입에 달고 살지만 속정 깊은 양어머니 로자, 그리고 흑인 육상선수 제시 오언스를 영웅처럼 생각하는 이웃집 소년 루디, 만성적인 귀 염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토미. 그리고 개성 넘치는 마을 사람들…… 리젤은 때때로 동생의 꿈을 꾸며 악몽에 시달리지만, 한스에게 글 읽기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악몽도 줄어든다. 그리고 호시탐탐 리젤과의 첫키스를 노리는 루디와는 어느새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거리에서 아이들과 축구도 하고 농장에서 몰래 과일을 따먹기도 하면서, 리젤은 조금씩 이곳 생활에 적응해간다. 그런 리젤에게 위험한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책을 훔치는 것. 남동생의 장례식에서 처음 책을 훔치기 시작한 리젤은 글을 읽는 것과 책에 대해 남다른 갈망을 품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잊을 수 없는 열 권의 책을 만나게 되고(『책도둑』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총 10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부의 제목이 바로 리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책들의 제목이다), 책은 이제 리젤이 이 어두운 시절을 버텨나갈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래, 화려한 경력이었다. 그러나 처음 훔친 책과 두번째로 훔친 책 사이에 상당히 긴 휴지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덧붙여야겠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첫번째 책은 눈에서 훔쳤고, 두 번째 책은 불에서 훔쳤다는 사실이다. 소녀가 얻은 책도 있다는 사실을 빠뜨리지 말자. 소녀는 모두 열네 권을 소유했지만, 자신의 이야기는 그 가운데 주로 열 권을 중심으로 구성된다고 생각했다. 그 열 권 가운데 여섯 권은 훔친 것이고, 한 권은 부엌 식탁에 나타났으며, 두 권은 숨어 지내던 유대인이 만들어준 것이고, 한 권은 노란 드레스를 입은 부드러운 오후가 배달해준 것이었다. (1권, 본문 46쪽) 전쟁이 점점 격렬해지고 유대인에 대한 핍박 또한 거세지던 어느 날 유대인 청년 막스가 리젤의 집을 방문한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한스의 목숨을 구해줬던 한스 친구의 아들이다.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유대인을 숨겨주는 건 자살행위와 다름없었지만, 한스와 로자는 그를 숨겨주기로 한다. 이제 리젤에게는 또하나의 비밀이 생긴 것이다. 그녀는 이 집 지하실에 숨에 살게 된 유대인 권투선수와 남다른 우정을 쌓아나간다. 그리고 막스는 손수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가며, 리젤을 위해 두 권의 책을 준비한다.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는 이 작은 도시에도 점점 더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폭격에 대비해 울리는 공습경보가 잦아지면서, 사람들의 두려움은 커져만 간다. 공습경보가 요란하게 울리던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은 불안한 얼굴로 공습 대피소에 모여든다. 공포와 두려움이 출렁이던 이곳에서 리젤은 자신이 들고 온 책을 읽기 시작하고, 리젤이 읽어주는 글은 잠시나마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그러던 중 이 마을에 유대인 행렬이 지나가게 되고, 한스는 무심코 그들 중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