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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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뜨거웠던 그해 1987, 우리는 모두 100℃였다 『송곳』의 최규석, 87년 6월항쟁의 뜨거운 기억을 되살리다 『송곳』의 최규석이 그린 1987년 6월민주항쟁, 『100℃』가 개정 출간되었다.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대한민국 원주민』 『송곳』 등의 작품으로 한국 만화계에 굵은 획을 그어온 만화가 최규석의 작품으로, 대학에 입학해 5·18 광주민주항쟁에 대해 알게 된 고지식한 대학생 영호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겪으면서 학생운동에 뛰어들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1987년 6월민주항쟁을 생생하게 극화해 2009년 초판 발간 이후 수많은 곳에서 추천도서로 선정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된 촛불혁명은, 한국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초를 세운 6월항쟁도 새롭게 조명하게 했다. 민주화운동의 정점이었던 6월항쟁 시기의 화염병과 최루탄이 가득한 거리와 남녀노소의 촛불이 평화로이 모인 오늘날의 광장은 사뭇 다르면서도 그 뜨거움만은 같다.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다시 쓴 광장의 촛불은 30년 전 그날, 이미 타오르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뜨거운 기억, 잃어버린 기억, 삭제당한 기억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그들은 앞으로 나아갔다. 개인의 삶은 모두 버려졌고 어떤 이들은 목숨마저 내걸었다. 그만큼 민주화는 80년대의 절박한 요구이자 열망이었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당연히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목놓아 외쳤던 87년 6월항쟁을 기억할 것이다. 80년대 대학의 전형적인 풍경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뜨거움이 솟아난다. 작품의 과잉되지 않은 진정성이 강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영호와 같은 386세대에게 6월항쟁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아무리 뜨거웠던 기억도 시간이 지날수록 잊히기 마련이라 그날의 열기도 이젠 ‘그때는 그랬지’ 하는 회한을 품은 복잡한 심경 정도로만 남게 되었을는지 모른다. 게다가 30년이 지난 지금, 격한 일상에 파묻힌 노동자로 살아가며 당시의 열정을 고스란히 기억하기란 여간해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6월항쟁은 어떤 의미일까. 6월항쟁보다는 광장의 촛불이 더욱 가깝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30년 전의 광장에 선 이들의 생각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접하고 촛불을 든 이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발딛고 있는 이곳이 좀더 나은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역사를 배우는 까닭이 이전의 사건들을 통해 당면한 역사를 개척해나가기 위한 것이라면 6월항쟁은 반드시 기억하고 알려야 할 사건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확립돼왔는지, 대통령직선제가 어떻게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를 말이다. 6월항쟁은 삭제될 수 없는 기억이자 여전히 살아 숨쉬는 역사다.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의뢰로 6월민주항쟁에 대한 만화를 그리게 된 작가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6월민주항쟁을 극화한다는 것이 자칫 “민주주의를 행사장 귀빈석에 앉은 분들 가슴에 달린 카네이션 같은 것으로 만드는” 일이 될까 하는 우려 탓이었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담으면서도 교훈조로 흐르거나 도식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품이 공개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00℃』가 처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홈페이지에 공개되자 수많은 네티즌들이 열광했고 블로그, 인터넷 까페로 작품을 수없이 옮겨 날랐다. 독자들의 요구에 2009년 단행본이 출간되었고, 광장의 촛불이 모일 때마다, 매해 6월마다 잊히지 않고 호명되는 작품이 되었다. 도대체 민주주의가 무엇이기에, 우리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기에 수백만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이는 것일까. 『100℃』가 정작 집요하게 캐묻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지금의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아무것도 아닌 걸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렸”다는 것을 잊지 말 것, 그리고 “우리의 민주주의가 안심할 정도로 튼튼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강화하고 보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작가는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이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한국의 독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