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완전히 침잠하고, 새롭게 피어나는 우울의 순간을 감각적으로 포착하다 이 책은 한여름의 뜨겁고 습한 감성을 담고 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녹아내릴 듯하다가도 일순간 세찬 비가 몰아치는 축축한 장마가 찾아온 듯하다. 특히 저자는 장마가 이어지듯 계속되는 깊은 슬픔의 순간을 감각적인 언어로 구사한다. 그 목소리는 나약하고 연약한 병적인 존재, 상흔을 줄줄이 매달고 사는 소년의 것 같다. 독자는 어느새 그 우울에 전염되어 함께 물속을 유영한다. 작가는 절망을 부정하는 대신 온몸으로 맞아들이기를 택하는데, ‘재난처럼’ 밀려온 물에 깊이 가라앉기를, 완전히 젖어버리기를 바란다. 장마 끝의 뜨거운 태양을 갈구하는 대신 빗소리와 홍수를 기다린다. 이로써 ‘과도하게 메말랐’고 ‘지나치게 가물었’던 그의 삶은 마침내 축축해진다. 그는 ‘타올랐다가 이윽고 침잠하는 일을 반복하’며 완전히 가라앉는다. 턱밑까지 차오른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가 마주한 고통의 시간은 오직 “쓰는” 행위를 통해서만 지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지속되는 삶을 극복하거나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견디고 기다리는 것. 희망이나 위안이 되지 못할 별을 줍는 것이 아니라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는 것. 슬픔의 빗물을 무수한 점과 선으로 기록하는 것.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듯 그는 자신의 내면, 타인과의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간다. 이 절망의 기록은 소년을 더 멀리까지 데려다줄 것이다. 새로운 플랫폼이 조탁하는 시 혹은 산문의 세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제작된 <씀>은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때문에 이 환경에서 작성되는 글 역시 모바일에서 가장 읽기 좋은 분량과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최대 흐림』의 강은우 역시 <씀> 플랫폼에서 돋보일 수 있는 글쓰기를 선보였다. 단어를 섬세하게 골라 행별 글자 수를 조절하고 운율을 맞췄다. 집요하게 한 줄의 글자 수를 맞추어 냈다. 자수를 짜 맞춘 듯한 문장들은 마치 노랫말이나 시조를 읽는 듯 리드미컬하다. 그래서 이 책 『최대 흐림』은 눈으로 한 번 읽고, 소리 내어 다시 한 번 읽게 된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쓰듯 소리 내어 읽게 되는 것이다. 강은우의 글이 감각적인 것은 특정한 장면을 시각적으로 포착해내는 솜씨뿐만 아니라 청각을 비롯한 감각들을 실제로 깨어나게 만들기 때문이리라. 웹(Web)의 등장이 웹툰(Webtoon)이라는 만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듯이 모바일 기기에서 탄생하는 그의 글들은 오늘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