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은 인간미가 있는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제12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 작가
시로다이라 교의 놀랍도록 완벽한 데뷔작
제12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하고 인기 만화 시리즈의 원작자로 활발하게 활동중인 시로다이라 교의 데뷔작. 완전범죄를 가능케 하는 전설의 독약 ‘난쟁이 지옥’에 얽힌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비범한 통찰력의 명탐정 세가와 미유키가 주인공이다. 본격 미스터리다운 정교하고 치밀한 플롯과 장르 논법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 돋보인다.
엽기적인 범죄와 치밀한 논리의 대결
진실에 고뇌하는 이들에게 구원의 장미를!
「메르헨 난쟁이 지옥」 각 언론사에 「메르헨 난쟁이 지옥」이라는 괴문서가 도착한다. 독약을 만드는 박사에게 희생된 난쟁이들이 복수를 위해 무작위로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다는 내용의 짧고도 기괴한 동화는 이윽고 이를 모방한 연쇄살인사건으로 이어지며 관계자들을 공포에 몰아넣는다. 수사가 미궁에 빠진 상황, 사려 깊은 성격의 대학원생 미하시 소이치로는 자신의 과외 학생이자 대형 출판사 사장의 딸인 후지타 스즈카가 일련의 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고, 사건 해결을 위해 명탐정 세가와 미유키에게 도움을 청한다.
「독배 퍼즐」 ‘메르헨 난쟁이 지옥’ 사건으로부터 이 년 후, 평온을 되찾은 듯 보였던 후지타가에 또다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티타임 중에 누군가가 다량의 독약 ‘난쟁이 지옥’이 든 홍차를 마시고 즉사한 것. 현장에 있던 모든 이가 용의자가 된 가운데, 미하시의 요청으로 다시 한번 후지타가를 찾은 세가와 미유키는 그간 변화한 인물관계와 논리적인 추론을 바탕으로 완전범죄를 꾀한 범인을 가려내려 한다. 그러나 이중삼중으로 가려진 진실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사건은 점점 비극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명탐정에게 장미를』의 2부 구성은 시로다이라 교의 특이한 데뷔 배경에서 연유한다. 어린 시절에는 오히려 미스터리 장르에 무관심했고 SF와 판타지를 즐겨 읽었다는 그는 대학교 문예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작가를 꿈꾸게 된 뒤에야 창작을 목적으로 한 달에 약 오십 권꼴의 미스터리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 결과 처음으로 써본 추리소설이 「독배 퍼즐」이었고, 일 년 후 이를 개고하면서 주인공의 활약상을 보다 자세하게 그린 앞선 이야기를 덧붙이기로 하고 「메르헨 난쟁이 지옥」을 집필해 『명탐정에게 장미를』이라는 한 편의 장편소설로 묶어낸 것이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쓰기 시작한 지 불과 사오 년밖에 되지 않은 스물네 살 신예의 작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완성도가 높은 이 작품은 제8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독배와도 같은 진실을 좇는 탐정의 숙명
추리의 본질과 가치를 묻는 본격 미스터리
명탐정은 가끔 눈과 귀를 막고 싶은 진실을 알아내곤 한다. 그래서 어떤 때는 많은 사람이 불행해진다. 그런 진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어떤 선택을 하든지, 인간적인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면 가슴이 찢어질 것이다. 전능하지 않은 인간이 아무 망설임도 후회도 없는 선택을 내리기란 불가능하다. 명탐정은 인간미가 있는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_본문에서
잔혹동화의 모방살인, 완벽한 밀실 현장과 알리바이 등 본격 미스터리의 익숙한 요소를 제시하며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명탐정에게 장미를』에서 또하나 작가의 재기가 돋보이는 부분은 인물 조형이다. 하드보일드한 탐정이자 냉담한 미소녀로 묘사되는 세가와 미유키는 고전 추리소설과 라이트노벨로 대표되는 현대 서브컬처의 양식미를 함께 갖춘 입체적인 인물이다. 비상한 두뇌와 이성적인 사고방식으로 담담하게 범죄에 맞서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추리가 되레 주위 사람의 불행을 불러왔던 뼈아픈 과거를 안고 있다. 진실을 밝혀내고 정의를 구현한다는 탐정의 절대적인 존재 가치가 흔들리는 순간, 고뇌하는 주인공과 함께 독자들도 딜레마에 빠진다. 단순한 수수께끼 풀이를 넘어 안타까운 여운을 주는 결말은 시로다이라 교라는 이름을 기억하기에 충분하다.
결말을 미리 눈치채느냐 눈치채지 못하느냐는 이 책을 읽을 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당신은 이 세계의 독특한 분위기를 탐닉해도 되고, 반대로 그 분위기에서 빠져나와 이야기의 뼈대를 살펴보려고 해도 상관없다. 어쨌거나 과거의 탐정소설이 남긴 유산이 멋지게 소화되어 『명탐정에게 장미를』에 대체 불가능한 요소로 녹아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_쓰다 히로키(평론가)
명탐정은 범죄에 가려진 진실을 밝혀내 이 세상의 본모습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존재다. 진실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명탐정은 필요 없다. 그런데 아무도 진실을 바라지 않고, 진실을 밝혀내는 행위가 비극으로 이어진다면 명탐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_「옮긴이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