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알코올의존, 거식증, 공황장애… 모두 다른 병명, 각자 다른 사연. 그렇지만 내가 내린 공통의 병명은 ‘가족’이었다.” 기자 출신 정신과 의사의 마음 관찰기 정신질환은 쉽게 말하기 어렵지만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퍼져 있다. 가까이에 있지만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 무언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렇다. 바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은 때때로 정신질환을 낫게 해주는 둥지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신질환을 촉발시키거나 악화시키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가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알코올의존 아버지의 약을 훔치는 딸. 어머니를 죽이고 차라리 정신병원에 가겠다는 아들. 사랑하는 아내와 별거하면서 30킬로그램이 빠져버린 남편. 그리고 어느 날, 한쪽 팔을 쓸 수 없게 되면서 죽음이 바로 목전에 왔다고 생각했던 한 의사의 이야기까지. (중략) 과연 가족은 둥지일까, 족쇄일까. - 들어가며 중에서 여전히 남은 질문, 왜 이 병에 걸렸을까? 정신과 의사가 환자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도대체 왜 이 병에 걸렸을까요?’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이 왜 병에 걸렸는지 그 원인에 대해 궁금해한다. 어떤 질환이든 발생 원인에 대해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정신질환의 경우는 더더욱 설명하기가 어렵다. 정신질환의 원인인 마음을 눈으로 볼 수 없다는 문제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이 이어진다. 생물학적으로 분석도 하고, 심리적 관점에서 보기도 한다. 마음은 사회를 반영하기에 사회학적 관점이 도입되기도 한다. 알코올의존의 경우를 살펴보자. 병에 걸린 이유를 묻는다면 정신과 의사는 먼저 뇌에서 어떤 신경전달물질이 문제인지를 말할 것이다. 이 설명에도 환자가 뭔가 부족하다는 눈빛을 보낸다면 알코올을 섭취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긴장이 줄어드는, 그런 심리적 요소가 있다고 말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알코올의존은 인종, 문화, 시대에 따라 다르고, 사회적으로 술을 쉽게 용인하는 문화라면 더 중독될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정신질환에 대해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접근하는 생물심리사회 모델(Biopsychosocial model)에 따른 설명은 막상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으며 해결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을 길게 풀어놓은 것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은 남는다. 도대체 정신질환에 왜 걸리는 걸까? 저자 류희주는 기자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정신과 의사로서 다양한 병원에서 일하며 많은 환자들을 만났다. 거식증, 망상장애, 조현병을 지나 현대인들의 질병인 사회공포와 공황장애까지…. 이 책 《병명은 가족》은 바로 저자가 발견한 정신질환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저자는 마음의 병을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인 관점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 외에도 가족이라는 고리가 있음을 발견한다.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아픔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껴안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본다. 기자 출신 정신과 의사의 끈질긴 관찰 박리성 골연골염으로 10분 이상 서 있을 수 없는, 《병명은 가족》의 저자 류희주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 한 언론사의 입사 시험을 치른다. 하지만 최종 면접 과제는 1박 2일 동안의 등산. 저자는 결국 다른 신문사에 입사해 2년쯤 기자로 일하면서, 사람들의 진짜 목소리가 듣고 싶다는 고민 끝에 정신과 의사로 일하게 된다. 저자에게는 기자라는 독특한 이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국립부곡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하고,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에서 범죄자이면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또한 치료감호소에서의 이력을 마친 지금은 시골 정신과 의사로서 평범한 이웃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저자는 정신질환 뒤에 환자로만 규정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역사(history)가 있다고 믿는다. 여기서 저자만의 빛나는 시선이 드러난다. 더 많이 듣고, 더 깊게 이해하려는 저자의 의지로 인해 독자들도 외면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의사로서의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왜 아픈 것일까?’를 살피기 위해 선입견 없이 환자들의 삶으로 스며든다. 식욕을 통제하면서 자신을 통제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일그러진 거울. 여든을 바라보지만 힘든 삶 속에서 누구도 원망하지 못했던 할머니의 슬픔. 세상보다 더 차갑던 가족 속에서 자란 아이가 중년이 되어서도 떨쳐낼 수 없는 고통 등. 저자는 환자들의 상황에 대해 쉽게 연민하지 않는다.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며, 섣불리 답을 꺼내지도 않는다. 이 책 《병명은 가족》은 정신과 의사가 사람의 마음을 관찰하며 발견한 일종의 공통분모다. 그는 이 판단을 기반으로 독자들의 생각과 시야가 더 확장되길 바란다. 또한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뒤에 숨은 삶을 전하며, 그들을 우리 이웃으로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병 뒤에 무엇이 숨어 있을까? ‣ 아이에게 무력함을 학습시키는 아빠의 병 이 책의 1장은 정신과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워한다는 알코올의존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알코올의존으로 가족과 사회적 지위를 잃고, 병원이나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박’을 이해하기 위해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알코올의존으로 고생하지만 ‘박’은 한때 사랑받는 막내였고, 한 식당의 어엿한 주인이자 주방장이었다. ‘박’은 그의 가족이 지내는 울타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고자 했지만, 경영난이 심해지면서 아버지처럼 알코올에 빠진다.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사회는 한 번 휘청거린 중년 남성에게 쉽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알코올의존은 사회적 무능력자로 사람을 낙인찍고, 그 낙인은 다시 알코올의존을 악화시킨다. 이후 ‘박’의 알코올의존은 알코올성 치매로 진행된다. 그로 인해 자신의 딸을 보호해야 할 상황에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저자는 비슷한 고통에 빠진 딸과 ‘박’의 삶을 대조하며, 부모의 고통이 아이에게 전달되는 악순환을 보여준다. 또한 ‘박’의 이야기를 통해 ‘의지로 이겨내겠다’는 중독 환자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힘이 없는지를 역설한다. ‣ 다이어트니까 괜찮을 거라 믿었던 엄마의 사랑 ‘뼈 빼고 다 빼드립니다’라는 광고 문구가 익숙한 우리 시대에 ‘프로아나(Pro-ana, 거식증의 삶을 동경하는 사람들)’족들이 등장한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날씬함이 곧 미의 기준이 된 사회에서 음식에 대한 통제는 자기관리에 능한 삶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가장 치사율이 높은 정신질환이 ‘거식증’이라고 말한다. 크래커를 먹지 않고 계속 자르다가 결국 버리는 소녀.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며 굶겠다는 초등학교 3학년. 거식증 때문에 죽음에 이른 모델. 거식증은 자기관리가 아니라 한 번 걸리면 치료가 어려운 병이 된 지 오래다. 거식증은 기형적인 미적 기준을 가진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거식증을 강화시키는 심리 구조에 주목한다.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먼저 식욕을 통제한다. 내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이나 사회생활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지만, 몸은 내가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다. 심지어 마른 몸은 자기 계발이나 스펙의 일종이 된다. 거식증은 때로 자신의 의지력이나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우리는 가족이야말로 사회적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족의 사랑도 사회적 흐름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우리 과에 나보다 뚱뚱한 애는 없다며 건강이 상할 정도로 굶는 딸에게 엄마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만류하는 순간, 마른 몸만 환영받는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엄마의 눈먼 애정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딸의 머릿속에 있는 ‘뚱뚱이 거울’은 엄마의 사랑으로도 부서지지 않는다. 거식증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