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 레드 선

1900년대 초 우크라이나의 어느 농장에 작은 우주 캡슐이 추락한다. 캡슐에는 갓난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를 마음씨 좋은 농부 내외가 발견하여 키운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러시아에서는 스탈린이 혁명을 일으켜 사회주의 정권을 세운다. 그는 전 세계에 진정한 초강대국은 하나밖에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제는 어른이 된 아이, 즉 슈퍼맨을 전면에 내세운다. 초능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위험으로부터 구해낸 슈퍼맨은 순식간에 서민과 노동계급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한편 스탈린이 지배하는 소련은 슈퍼맨의 힘을 빌어 인공위성 없이도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보고 듣는 게 가능해졌다. 마침내 지구상의 모든 정보를 장악한 소련 앞에 라이벌 미국도 수세에 몰린다. 이 같은 결과로 인해 슈퍼맨에 대한 총애가 지나쳤던 스탈린은 자신이 죽으면 슈퍼맨이 소련을 통치하길 바랐으나 결과적으로는 슈퍼맨 반대파를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자 스탈린은 슈퍼맨 반대파를 대대적으로 숙청했고 스탈린이 죽었을 때는 소련의 권력이 자연스럽게 슈퍼맨에게 넘어갔다. 신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진 슈퍼맨이 지휘권을 잡자 소련은 세상에서 가장 안정적인 평화를 누리는 나라가 되었지만 동시에 슈퍼맨의 권능 앞에 개인의 자유가 박탈되는 지극히 억압적인 나라가 되었다. 그럴수록 슈퍼맨을 반대하는 세력은 커져 갔고 그 세력을 이끄는 리더가 배트맨이었다. 그는 인간 중에 슈퍼맨과 맞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였다. 그러나 인간인 그가 슈퍼맨의 초능력을 감당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했고 최후에는 슈퍼맨에게 절대 복종하게 만드는 세뇌장치를 뇌에 이식당해 슈퍼맨의 꼭두각시 노예가 된다. 이후 자신의 구상대로 소련을 안정과 번영의 본궤도에 올려놓았다고 생각한 슈퍼맨은 전 세계를 자신이 생각하는 유토피아로 만들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로 인해 소련과 슈퍼맨의 마지막 저항세력으로 남은 미국과의 정면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의 대통령 렉스 루터는 소련과 달리 자본주의를 고수하면서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슈퍼맨과 렉스 루터의 맞대결은 결국 슈퍼맨의 승리로 끝났고 슈퍼맨은 백악관을 점령한다. 그곳에서 마주친 렉스 루터의 아내이자 미국의 영부인 로이스 레인은 남편의 메시지가 담긴 쪽지를 슈퍼맨에게 전한다. 쪽지를 접하고 회한과 충격에 빠진 슈퍼맨은 지구를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이 작품은 기존 DC 유니버스의 설정과 세계관을 벗어나 전개되는 엘스 월드 계열의 작품이다. 단권으로 마무리되지만 슈퍼맨, 즉 초월적 존재가 절대적 권력을 갖게 됐을 때 맞이할 수 있는 폐해에 대한 진지한 고찰로 슈퍼맨 시리즈 중에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며 마크 밀러라는 작가 개인적으로도 가장 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할리우드에서 슈퍼맨의 영화 제작을 독점하고 있는 워너 브라더스는 흥행 성공에 고무되어 앞으로 DC 작품은 기존의 가족 영화적 코드를 버리고 하나의 캐릭터의 집중하는 진중한 영화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은 향후 제작될 슈퍼맨 영화에 가장 적절한 원작 시나리오가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