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에서의 하루

김선재 · 시
1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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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515권.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선재의 두번째 시집. 첫 시집 <얼룩의 탄생>에서 흐리마리한 흔적들을 더듬으며 상실의 슬픔을 담담하게 기억해냈던 김선재는 소설집(<그녀가 보인다>), 연작소설집(<어디에도 어디서도>), 장편소설(<내 이름은 술래>) 등 여러 소설을 선보이며 '기억'과 '관계'를 미학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 또한 받아왔다. 감각적인 문장과 풍부한 표현력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쓰는 사람'으로서의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김선재는, 이번 시집 <목성에서의 하루>를 펴내며 또 다른 도약을 보여줄 채비를 마쳤다. 첫 시집이 불분명한 기억 속의 슬픔과 재회하는 과정을 담았다면, 두번째 시집은 일상을 미세하게 진동시키는, 마음의 한구석에서부터 전해져온 감정의 궤적을 보여주고 있다. 처연하지만 담담하게 우울을 응시하는 시적 태도가 유지되면서도, 이번 <목성에서의 하루>는 표현의 절제와 언어의 조직을 통해 가닿고자 하는 감정의 공간을 좀더 자유자재로 변주한다. 특히 경계를 지시하는 시어들을 빈번하게 등장시키며 이 효과를 증폭시키는데, 문학평론가 조강석은 시집 해설에서 이를 물리적?심리적 위치와 연결 방식의 변형을 통해 마음의 궤적을 추적하는 '위상기하학'이라고 명명하며 경계와 관련한 시어들이 기능하는 원리에 대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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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1부 열대야/백白/부정사/담장의 의지/한낮에 한낮이/하지/오늘 하루 무사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서쪽으로 난 창이 있는 집/사실과 취향/거리의 탄생/그날 이후/우리는 누군가가 되어/모임/방의 미래/눈사람/열리는 입/반성의 시간/한낮의 독서/관계 후의 자세 2부 목성에서의 하루/가벼운 나날/사탕이 녹는 동안/순서/꿈의 서사/평면 위에서/달리기/남은 것과 남을 것/Biei/적선동/밤의 동물원/그곳/희고 차고 어두운 것/남아 있는 부사/그린란드/흔들리는 노래/바람이 우리를/이상한 계절/없어요 3부 중얼거리는 나무/뜀틀/철봉/오늘의 기분/십일월/새가 새로/1인용 식탁/전날의 산책/언덕들은 모른다/믿음/주말의 영화/언젠가의 석양/큰 새/구석의 세계/어떤 날의 사과/머리 위의 바람 해설 구석으로부터의 타전 - 조강석

출판사 제공 책 소개

기척 없이 기적 없이 일상에 스미는 움직임 마음의 자취를 새기는 위상기하학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선재의 두번째 시집 『목성에서의 하루』(문학과지성사, 2018)가 출간되었다. 첫 시집 『얼룩의 탄생』에서 흐리마리한 흔적들을 더듬으며 상실의 슬픔을 담담하게 기억해냈던 김선재는 소설집(『그녀가 보인다』), 연작소설집(『어디에도 어디서도』), 장편소설(『내 이름은 술래』) 등 여러 소설을 선보이며 ‘기억’과 ‘관계’를 미학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 또한 받아왔다. 감각적인 문장과 풍부한 표현력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쓰는 사람’으로서의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김선재는, 이번 시집 『목성에서의 하루』를 펴내며 또 다른 도약을 보여줄 채비를 마쳤다. 구석에서부터 타전된 작고 분명한 움직임 갈 곳이 없을 때마다 위와 아래를 바꿨지만 여전히 위와 아래는 자랐다 누군가 빠져나가면 누군가 들어오고 고개를 흔들수록 선명해지는 그늘 - 「철봉」 부분 첫 시집이 불분명한 기억 속의 슬픔과 재회하는 과정을 담았다면, 두번째 시집은 일상을 미세하게 진동시키는, 마음의 한구석에서부터 전해져온 감정의 궤적을 보여주고 있다. 처연하지만 담담하게 우울을 응시하는 시적 태도가 유지되면서도, 이번 『목성에서의 하루』는 표현의 절제와 언어의 조직을 통해 가닿고자 하는 감정의 공간을 좀더 자유자재로 변주한다. 특히 경계를 지시하는 시어들을 빈번하게 등장시키며 이 효과를 증폭시키는데, 문학평론가 조강석은 시집 해설에서 이를 물리적.심리적 위치와 연결 방식의 변형을 통해 마음의 궤적을 추적하는 ‘위상기하학’이라고 명명하며 경계와 관련한 시어들이 기능하는 원리에 대해 설명한다. “안과 바깥, 위와 아래라는 물적·심적 ‘방위사(方位辭)’들이 시집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공간의 규모를 수시로 조절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지평선, 해안선, 테두리, 가장자리, 모퉁이, 구석 등이 심리적 변경의 수축과 확장을 주관하고 있다.” 가도 가도 덥고 슬픈 꿈은 계속될까 가도 가도 여름이었죠. 흩어지려 할 때마다 구름은 몸을 바꾸고 풀들은 바라는 쪽으로 자라요. 누군가 길을 묻는다면 한꺼번에 쏟아질 수도 있겠죠. 쉼표를 흘려도 순서는 바뀌지 않으니까. 곁에는 꿈이니까 괜찮은 사람들. 괄호 속에서 깨어나는 사람들. [……] 잎사귀처럼 바닥을 굴러 몸을 만들면, 바람을 숨긴 새처럼 마디를 꺾으면, 안은 분명할까요. 뼛속을 다 비우면, 바깥은 안이 될까요. 아직 가도 가도 어둠이에요. - 「열대야」 부분 감정의 공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한다고 해도 마음의 자취를 좇는 일은 만만치 않다. 서시 「열대야」의 맨 첫 문장에 놓인 “가도 가도 여름”이라는 표현은 한계에 부딪친 상황 속에서의 힘겨운 모색을 잘 보여준다. “쉼표를 흘려도” “바닥을 뒤집어도” 혹은 “마디를 꺾”거나 “뼛속을 다 비”워도 순서는, 안과 밖은, 어둠은 여전히 그대로인 것만 같다. “창문이 정지하고 안은 쏟아진다 쏟아지는 안을 닫을 길이 없다 그곳에 닿을 길이 없다”(「한낮에 한낮이」)라거나 “갈 곳이 없을 때마다 위와 아래를 바꿨지만 여전히 위와 아래는 자랐다 누군가 빠져나가면 누군가 들어오고 고개를 흔들수록 선명해지는 그늘”(「철봉」)에서 보이듯, 마치 초현실주의 회화처럼 사방의 경계가 무너지고 전복되는 와중에도 실패는 반복되고 모색은 계속된다. 그럼에도 오늘을 밀고 가는 힘, “내일은 다시없는 사람들이 되어요” 무한의 방 그 방의 구석, 구석의 한가운데 앉아 있다. 주위에는 무수한 창. 창은 풍경을 되비추지 않는다. 다만 어떤 예감이 되어 지나갈 뿐. 흰 물방울이 흐를 뿐. 버려진 공처럼 구를 뿐. 그러니 점이 되기로 한다. 잠잠히 점이 되기로 하자. 어제 지운 상처와 내일의 상처 사이에서. 때로 사람의 기록과 사랑의 기록 사이에 갇힌다. 기억은 종종 기억을 버리고 기록이 되는 쪽을 택한다. 나는 기록을 지우는 사람. 지워지는 사람. 서쪽의 구름처럼 모여드는 이름을 되뇌는 사람. 어떤 겨움의 겹은 계단처럼 희다. 셀 수 없이 부풀어 오른다. 부드럽고 고소하게, 고소하고 따뜻하게. [……] 마지막 계단에서 처음의 계단을 향해 기록되지 않은 사실에서 기록을 버린 기억 쪽으로 기적 없이 나는 잘 살고 있다. - 「희고 차고 어두운 것」 부분 방은 한정된 공간이지만 공에게는 넉넉한 공간이 되고, 점에게는 거의 거의 무한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어제 지운 상처와 내일의 상처 사이에서” 내밀해지면서 무한을 얻는 법을 알아간다는 점이다. 어제와 오늘이 상처만을 통로로 지닌다면 누구에게도 넓고 따뜻한 방이 주어질 수 없겠지만, 상처와 상처 사이가 무한이 되는 변환을 통해 “겨움의 겹”을 “부드럽고 고소하게, 고소하고 따뜻하게” 발표시키는 효소가 첨가될 수 있다. ‘기억’과 ‘기록’ 사이의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방, 그 한구석을 멀리멀리 확장해나가는 힘, 그 꾸준한 저력이 도드라진다. 젖은 바깥이 안이 되는 거기에는 내가 있고 내 뒤에는 바닥없는 당신이 있어서 기척 없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아도 내일은 사람이 되어요 다시없는, 사람들이 되어요 - 「머리 위의 바람」 부분 막혀 있던 구석이 또 다른 밖을 향하는 하나의 경계로 다시 설 때, 우리는 다시없는 사람으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할 수 있다. 오늘 닿은 “여기도 거기는 아니”(「십일월」)겠지만, 당신과 나는 또 “겨우 어긋나”(「거리의 탄생」)겠지만, 그렇게 시로써 나아가면서 내일의 상처와 삶, 사랑을 만날 것이다. 김선재는 시인으로서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미묘한 감정의 경계를 더듬으며 마음이 움직이는 궤적을 따라 걸어가고 있다. ■ 추천의 말 이 시집은 자신의 자취를 조정하는 내밀한 방에 비견되며, 변화무쌍한 자취를 조율하는 시어는 안과 바깥, 위와 아래라는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방위사方位辭’들이 시집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공간의 규모를 수시로 조절한다. “유머가 된 사랑”이나 “추억이 된 혁명”과 같은 소문과 비밀 들이 영토 확장에 따라 하강과 상승을 거듭하는 세계들의 기저에 기입되고 그것은 이따금 일상적 지각에 기별을 전해온다. 마음의 모양을 결정하던 사람과 사실과 사태와 사랑이 모두 해가 기우는 쪽 어딘가로 옮겨지고 이제 그것은 변경을 밀고 가는 이에게는 무한이 될 “지상의 영토 끝까지” 동행한다. 덤덤하고 수일하며 수일하고 덤덤한데 어쩌면 이리도 처연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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