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과의가 들려주는 이라크의 야전병원, 인도의 소아마비 발생지, 보스턴의 분만실, 사형 집행장, 의료소송 관련 재판 중인 법정에서 만난 가슴 따듯한 사람들의 이야기.
는 미국에서 2002년 출간되어 그 해 아마존 베스트셀러는 물론, 전미 도서상 후보에 올랐던 를 쓴 아툴 가완디의 두 번째 책이다.
아툴 가완디는 이미 하버드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에도, 따로 하버드 보건대학에서 공중보건학을 공부할 정도로 공중보건에 깊은 관심을 가진 외과의사다. 첫 책이 8년차 한 외과 레지던트가 환자를 진료하면서 느낀 현대의학의 오류가능성, 불완전함, 불확실성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는 일반 외과의가 된 가완디가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의 가슴 따듯한 이야기를 통해 조금 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현실적 고민들에 관한 기록을 담았다. 가완디는 2006년 공중보건에 관한 공로를 인정받아 인류를 위해 공헌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맥아더 펠로십을 수상하기도 했다.
<뉴요커>의 고정 의학칼럼에 기고했던 글을 중심으로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올린 기사를 포함시켜 엮은 이 책은 의료계에서 벌어지는 성공과 실패, 환자와의 관계에서 오는 윤리적 문제,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요건, 수술실에서 전쟁터까지 넘나들며 들려주는 가슴 따듯한 사람들, 흥미진진한 의학적 미스터리, 현대의학에서 벌어지는 논쟁, 실수 할 수 있는 의사들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러나 불합리하거나 옳지 않은 일들에 관해서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밝히면서도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는 가완디의 ‘사람냄새 나는’ 통찰력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수술실에서 전쟁터를 넘나드는 외과 의사들의 분투기와 함께 들려주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려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
1994년 MBC에서 방영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종합병원>이라는 의학드라마를 기억할 것이다. 병원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 의사들의 삶, 젊은이들의 사랑을 다뤘던 이 드라마로부터 시작해 <해바라기>(MBC, 1998)에서 작년에 ‘의학드라마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화제가 됐던 <하얀거탑>(MBC), <외과 의사 봉달희>(SBS), 올해 초에 방영됐던 MBC드라마 <뉴 하트>까지 모두 30%를 웃도는 시청률을 보였다. 어디 국내뿐인가. 미국에서 절찬리 방영됐던 <닥터하우스>나 <그레이 아나토미>역시 현지에서건 국내에서건 큰 인기를 누렸다. 이런 의학드라마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주인공이 대부분 외과 의사라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아마도 다른 과 의사와는 다르게 메스로 직접 피부를 가르고, 수술을 하며, 흉관을 꽂는 등 환자를 살리기 위해 가장 치열하게 분투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의사’의 모습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 아툴 가완디는 스스로 외과의를 “우리는 멜론을 자르듯 사람을 갈라서 열어볼 수도 있다”(288쪽)라고 표현한다. 부쩍 관심이 높아진 이런 외과 의사들의 세계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는 의료 현장에서 뛰고 있는 외과 의사들의 분투기가 담긴 최고의 선물이다. 이라크에서 부상자를 전담하는 전방외과팀의 활약, 소아마비 퇴치를 위해 발로 뛰며 인도 전역을 돌아다니는 인도인 의사 바트나가르,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 가능한 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하는 의사들의 고뇌,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인도에서 만난 ‘진짜’ 의사들의 이야기 등, 이 책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수술실에서 화약 냄새나는 전쟁터까지를 넘나든 외과 의사들의 활약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외과 의사들은 단순히 발로 뛰어다니며 가슴에 관을 꽂고, 메스로 마구 피부를 가르는 사람들이 아니다. 죽음과 고통의 문제를 피하고 싶은 환자들을 위해 최선의 방안이 없는지 계속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이 책의 내용을 의사들의 문제로 국한시키는 것은 금물이다. 이 책을 극찬한 작가 말콤 글래드웰의 말대로 병원이라는 좁은 공간은 세계의 축소판이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가 살며 겪는 일과 다르지 않다. 가완디는 그 속에서 투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식코>보다 더 예리한 사회적 관찰과 단순한 비판 차원을 넘어선 구체적 대안들.
마이클 무어가 만든 미국 의료보험제도를 비판한 다큐멘터리 <식코(Sicko)>가 연일 화제다. <식코>는 주로 ‘풍요의 땅’ 미국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관한 심각한 이야기가 유머스럽게 전개된다. 이 책에도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와 가완디가 갖고 있는 미국 의료보험제도에 관한 비판적 시선이 담겨 있다.
“미국이라는 국가는 보험 미가입자에 대해 여태껏 무관심했다. 미국인 7명 중 1명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65세 미만 가운데 3명 중 1명은 향후 2년 안에 보험 혜택을 잃게 된다.”(152쪽)로 운을 떼는 가완디는 가난하고 직장도 없는 이 사람들에게 “온갖 술수로 얼룩진” 미국의 보험제도가 허점투성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완디는 이런 단순한 비판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허점투성이의 보험제도를 극복하기 위해 해리스 버먼과 매튜 손턴이 벌인 ‘국민건강증진계획’과 같은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또한 의료소송 문제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의사와 환자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며 수많은 법정비용이 오가는 의료소송문제에 대해서도 원래 백신 부작용 피해자를 위해 개발한 백신보험기금제도를 통해 대안을 찾고자 한다. 이는 바로 가완디가 책에서 인용한 ‘긍정적 일탈’에 해당하는 발상의 전환이다. 이렇게 가완디는 의료현장에서 매일 부딪히며 고민하는 문제들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의사의 면모를 보여준다. 단순한 푸념이나 비판의 차원을 넘어 구체적인 대안, 즉 가완디가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제시한 세 번째 항목인 ‘새롭게 사고하는 자세’도 그대로 보여준다.
가슴 따듯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진실의 힘’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의사들의 세계, 그 안에 담긴 사회에 관한 비판적 시선이 담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가슴 따듯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가완디는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 의료 현장에서 만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솔직한 생각들을 들려주는 방식을 쓰는데, 어찌 보면 이렇게 진행되는 이야기의 방식이 단순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그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이해하고 같이 발로 뛰며 겪은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전해준다는 점에서 ‘진실의 힘’이 느껴진다.
는 한 외과의가 들려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사람들은 우리 가족, 이웃 더 나아가 이미 흙으로 돌아간 수많은 사람들일 수도 있다. 아툴 가완디는 레지던트 시절, 첫 책에서 들려준 현대의학의 불완전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조금 더 성숙한 시선으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말한다. 손 씻는 일을 하찮게 여기는 의사들에게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병원감염관리팀의 요코와 마리노, 병원 내 감염 문제를 시스템의 변화로 해결하려 노력하는 폴 오닐과 스터닌 부부, 소아마비 퇴치를 위해 인도 전역을 돌아다니는 인도인 의사 바트나가르, 전사자의 수를 줄이기 위해 이라크의 야전병원에서 노력하는 조지 피플스와 전방외과팀, 의료소송에 휘말린 리드 박사와 바버라 부인, 우연히 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