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여성의 목소리, 여성의 시선
18세기 젠트리 출신이었던 제인 오스틴부터 흑인 최초로 컬럼비아 대학교 바너드 컬리지를 졸업한 조라 닐 허스턴까지, 사회적 배경과 삶의 양상은 달랐으되 소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여성의 목소리와 시선을 세상에 알린 작가 열세 명의 주옥 같은 단편을 모았다. 제인 오스틴, 버지니아 울프처럼 국내에 잘 알려진 작가뿐 아니라 메리 E. 윌킨스 프리먼, 수전 글래스펠처럼 그들이 이룬 업적에 비해 시간이 흐르며 다소 간과된 작가들의 작품을 한곳에 모음으로써 시대와 배경을 초월하는 여성 작가들 간의 유대를 살필 기회를 마련했다. 국내 최초로 번역된 작품을 다수 포함했으며, 이를 통해 독자들이 이미 알던 작가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거나 몰랐던 작가의 새로운 목소리에 공감할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
다행히 우리는 소설이라는 문학 분야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다고 논쟁해서 증명할 필요가 없다. 현존 소설가와 과거의 소설가를 통틀어 여러 위대한 이름들이 머릿속에 번뜩이며 여성이 훌륭한 소설을, 아니, 남성의 소질과 경험과는 또 다른 귀한 가치가 있는 최고의 소설을 쓸 수 있다고 증명한다. 그 어떤 교육의 제재도 소설 쓰기에 필요한 재료를 여성에게 금할 수 없고, 소설 쓰기만큼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예술도 없다. 마치 수정 조각처럼 어떤 형태로도 아름다울 수 있다. 우리는 적절한 요소만을 추가하면 된다-성실한 관찰, 유머, 그리고 열정.
-조지 엘리엇
우리는 여자들이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하게 막거나, 잉크와 종이를 못 사게 금하거나, 혹은 예술 학교에서 남학생만이 누드를 그릴 수 있는 것처럼 특정한 성만이 은유법을 쓸 수 있다고 하거나, 음악 아카데미에서 남자들만 교향악단에서 들어갈 수 있듯 특정한 성만이 각운을 써도 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버지니아 울프
버지니아 울프와 조지 엘리엇은 각각 그들의 에세이 「3기니」, 「레이디 소설가들의 어리석은 소설」에서 글쓰기야말로 여성이 가부장적 제재에 구속받지 않고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직종이라고 역설했다. 이 단편집에 수록된 작가 중에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기 전에 살았던 이들도, 활발하게 페미니스트 단체에서 활동한 이도 있으며, 단편들의 주제도 페미니즘과 깊이 관련된 것부터 전혀 무관한 것까지 다양하다. 사회적 배경과 시대는 물론 가치관과 추구하는 예술 세계도 각기 달랐던 이 작가들의 공통점은 여성이 하나의 독립적인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었다는 사실이며, 이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인간과 인생, 세상을 더욱 폭넓게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