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 자이 자이 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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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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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2016년 ACBD상에 빛나는 그래픽노블의 진수 만화가인 주인공이 대형 슈퍼마켓에 들어가 장을 봤으나, 회원카드를 집에 두고 온 바람에 범죄자로 몰려 도피생활이 시작된다.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으로 경찰이 동원돼 추격전이 벌어지고, 언론에는 온갖 전문가가 출연해 각기 다른 의견을 쏟아내고, 주인공 주변 사람들은 예측할 수 없었던 반응을 보인다. 한 편의 부조리극을 연상시키는 이 그래픽노블의 등장인물들은 서로 상대방 얘기는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만 늘어놓아 소통 불능의 상황에서 포복절도할 코믹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회원카드’가 상징하는 차별의 희생자가 된 주인공은 ‘로드 무비’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냉혹한 사회 저변을 떠돌며 이해와 소통이 사라진 세상에서 편견과 독선이 빚어내는 한 편의 블랙 코미디 같은 상황극을 연출한다. 이 작품은 통렬한 사회의식과 작품성, 독창적인 이미지와 빛나는 대사로 만화 비평가와 언론사 기자 들이 그해 최고의 만화작품에 수여하는 ACBD상을 받았다. 부조리 상황극을 방불케 하는 불통 시대의 로드 무비 한 남자가 대형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계산대에서 물건 값을 지급하려는 순간, 슈퍼마켓 회원카드가 집에 벗어놓은 바지 주머니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계산대 여직원은 관리자를 부르고 두 사람이 실랑이하던 중 주인공 남자가 달아난다. 여기에 경찰이 출동하고, 기자들은 사건 취재로 현장을 누비며, 방송에는 각종 ‘전문가’가 등장해 도주범의 신상과 심리를 두고 이견이 분분하다. 또한, 주인공의 가족과 친구, 동료, 동네 주민들도 예측할 수 없는 반응을 거리낌 없이 내보인다. 이처럼 설정은 엉뚱하지만, 일상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사건이 갑자기 국민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중대한 사건으로 비화하고, 사회 각 계층이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면서 온갖 해프닝이 벌어진다. 사건 같지도 않은 사건을 수사하며 탐문하는 형사와 슈퍼마켓 관리자는 한 편의 개그를 연상시키는 불통의 대화를 계속하고, TV에 출연한 범죄 전문가들은 사건의 본질과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말만 늘어놓는다. 심지어 주인공이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 여자 친구는 속물근성을 드러내며 그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그가 보는 앞에서 남편과 농도 짙은 애정 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소통의 부재’, ‘공감의 부재’ 현상은 어느 가정에서 딸이 아버지와 말다툼 끝에 창문으로 뛰어내려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저녁 식사를 계속하는 부모의 태도에서 거의 사이코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시민들은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횡설수설할 뿐이고, 초등학교 교사는 가식적인 교육으로 아이들의 편견과 차별을 심화할 뿐이며, 이 사건을 계기로 만화가들이 모여 기념 작품집을 내자는 제안도, 가수들이 모여 기념 앨범을 내자는 계획도 결국 그들의 이기심과 탐욕을 부추길 뿐이고, 범죄자로 낙인찍힌 주인공에 대한 편견은 그가 경찰과 대치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점점 더 심각해질 뿐이다. 여기서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이 될 자격’을 상징하는 슈퍼마켓 회원카드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건들은 오늘날 소비사회를 지배하는 이기심과 배금주의, 허영과 편견과 차별이 어떻게 평범한 한 사람의 개인을 파멸로 몰아가는지 보여주는 슬프도록 우스운 한 편의 블랙코미디이자 날카로운 현실풍자다. 이 한 편의 ‘부조리 극화’의 제목 ‘자이 자이 자이 자이(Zai Zai Zai Zai)’의 의미가 궁금해서 편집자가 저자에게 문의해보니 원작 출판사는 ‘80~90년대 유명했던 프랑스 가수 조다생의 노래에 나오는 후렴일 뿐 아무 의미 없다’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과연 이 엉뚱한 그래픽노블의 성격에 걸맞은 대답이었다. 87명의 만화 전문 비평가와 언론사 기자가 그해 유럽에서 출간된 만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에 수여하는 ACBD상을 받은 이 작품은 2014년 11월부터 2015년 10월 사이에 출간된 3,923편 만화 중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독창적인 그래피즘, 독특한 이미지들 불안정한 라인 드로잉과 블록 같은 단색 덩어리가 화면을 구성하는 매우 독특한 이미지는 독자에게 낯설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서로 마주 보고 대화하면서도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늘어놓는 등장인물의 얼굴은 이목구비가 거의 지워져서 표정을 알아볼 수 없다. 아니, ‘무표정’한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러 컷에 묘사된 인물의 동작도 또한 극도로 경직되어 서로 이어지지 않고 각각 단절된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주인공을 포함하여 기자, 아나운서, 수사관, 만화가, 사업가, 카페운영자, 운전자, 밀고자, 동네 사람, 어린 시절 여자 친구, 주인공의 가족, 사건과 상관없는 일반 시민 등― 그렇게 넓은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처럼 자기 세계에 갇혀 있을 뿐 그들 사이에 진정한 소통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이런 불통은 등장인물 사이뿐 아니라 등장인물과 독자 사이에도 자리 잡는다. 독자는 등장인물들의 가면처럼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 뜬금없는 말을 들으면서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다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줄거리에 경악하곤 한다. 작가의 이런 ‘하드보일드’한 감정 처리는 쫓기는 주인공이 자기 두 딸에게 전화해서 가슴 뭉클한 부성애의 고백을 할 때조차도 등을 돌린 자세를 취하게 해서 독자는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여느 극화 같았으면 죄 없이 쫓기는 아버지가 어렵게 딸들과 통화하면서 사랑을 고백할 때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보여주고 독자의 심금을 울렸으련만, 이 책에 그런 ‘감상적인’ 태도는 발들일 틈이 없다. 이처럼 이 작품은 주제와 대사와 서사와 이미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오늘날 사람들의 이기적 세태를 풍자하고, 독자 각자에게 자기 삶과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그리고 극도로 건조한 배경과 감정 없는 인물들의 이미지는 이 맵고 쓴 메시지를 더욱 예리하게 벼리는 매우 효과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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