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콥스키, 기도하는 영혼

만약 영화를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것은 타르콥스키라는 시네아스트가 있기 때문이다. _잉마르 베르히만, 영화감독 그는 다시 이야기하고 우리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것만으로도 우리에겐 기적이며 축복이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다큐멘터리 〈타르콥스키, 기도하는 영혼Andrey Tarkovsky, A Cinema Prayer〉의 대본집이 이다혜 기자의 번역으로 출간된다. 이번 대본집에는 시인 강정과 서윤후의 헌시, 영화 평론가 정성일의 헌정 에세이이자 영화에 대한 해설 〈나는 믿는다,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이 모든 것을〉, 그리고 소설가 정지돈의 추천사가 함께 수록된다. 또한 12월 20일 CGV홍대에서 〈타르콥스키, 기도하는 영혼〉 상영회와 평론가 정성일의 스페셜 GV가 열린다. 대본집 《타르콥스키, 기도하는 영혼》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영화의 대사나 나래이션을 번역한 차원을 넘어 타르콥스키가 사랑한 그의 아버지 아르세니 타르콥스키의 시들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러시아 시인 중 한 명인 아르세니 타르콥스키의 시는 타르콥스키의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감독의 시적 재능과 예술적 감수성에도 중요한 자양분이었음을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감독 스스로 밝히고 있다. 영화에서 아르세니 타르콥스키의 시는 이전에 단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 타르콥스키의 육성으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아르세니의 시 〈밝고, 밝은 날〉을 영화의 제 1장으로 구성한 것만으로도 타르콥스키 예술의 뿌리를 알 수 있다. 영화 평론가 정성일의 해설에서는 시 〈밝고, 밝은 날〉이 영화화 될 뻔한 비밀스런 과정들도 소개되며 흥미를 더한다. 그의 해설은 우리가 타르콥스키를 이해하는 데 있어 더욱 내밀한 단서들을 제공할 것이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스스로 설정한 목표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관객들에게 나의 아버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가졌던 생각의 기원으로 돌아가게 하고 위대한 예술과 인간 그리고 인생의 멘토와 만날 수 있는 감동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_안드레이 A. 타르콥스키 지상에 내려온 천상의 시인이자 기도하는 영혼의 카메라. 수많은 수식어와 정의들이 무색한 그 이름은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다. 예술에 대해, 영화에 대해, 영혼에 대해, 무엇보다 인간에 대해 이토록 치열하고 성스럽게 고민한 지상의 인간은 없었다. 그저 관객은 그가 필름으로 펼쳐보인 아름다운 풍경에 한없이 슬프고 가련한 존재로 압도당할 뿐이다. 그것은 마치 종말을 앞둔 인류에게 보내진 천상의 시인이 바라본 세계와도 같다. 영화 〈타르콥스키, 기도하는 영혼〉에는 세 명의 타르콥스키가 함께 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그의 아버지이자 시인 아르세니 타르콥스키, 그리고 영화를 만든 타르콥스키의 아들 안드레이 A. 타르콥스키다. 영혼이 함께하는 듯,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안드레이 A. 타르콥스키는 아버지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목소리로 다시 한번 그의 삶과 영화, 예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인류에게 온 기적같은 예술가로서 타르콥스키가 남긴 위대한 정신적 유산들, 그리고 끝내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처럼 아직도 해결해내지 못한 의미와 상징들에 다시 한번 숨결을 불어넣는다. 여전히 유효한 ‘타르콥스키는 영원히 반복되는 시대의 이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