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익숙해 보이는 세계가 호러 장르의 틀을 입고 입을 벌릴 때 우리는 그 안에서 낯선 짐승의 이빨을 본다. 현실은 찢어지고 그 틈으로 고유의 공포와 혐오, 살육의 욕망이 기어 올라온다. 그리고 아마도 여러분 중 일부는 이 책의 존재를 알기도 전에 그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기다리고 있었으리라. - 듀나(추천사)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던 그‘녀’들의 두려움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보았을, 옴짝달싹도 못 하도록 얼어붙게 만드는 공포와 무력감이 있다. 밤길을 걸을 때 따라오는 발걸음 소리나 홀로 남은 집 창가에 어른거리는 그림자처럼, 낯선 타인의 기척 때문만은 아니다. 누구보다도 친근한 얼굴을 한,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는 가까운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익숙한 위협감은 어떤가? 언니를 싫어하는 동생, 남편과 소원한 아내,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는 며느리 등 지척 간인 가족관계에서, 일순간 엄습하는 혼란스러운 감정들. 속으로 눌러두는 것 외에는 어찌할 수 없어 쌓아온 이 감정과 욕망을 자유롭게 풀어놓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목격하게 될까. 억압된 것들의 내부에는 어떤 상상들이 춤추고 있을까. “집에 와서 책을 보는데 닫혀 있는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사각사각, 이빨로 뭔가를 긁는 것 같은 소리였다. 혹시 저 방 안에 쥐라도 있는 게 아닐까? 덜컥 무서워져서 문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 봤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닫혀 있는 방> 중에서 즐거운 악몽을 은밀히 공유하는 카타르시스 《양꼬치의 기쁨》에 실린 단편 속 인물들은 대체로 우리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성이다. 하지만 이들의 현실과 뒤엉켜 펼쳐지는 악몽은 예측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 생경하고 기이한 장면을 마주한 순간, 내면에서 고개를 드는 짜릿한 감정이 낯설지 않음에 한 번 더 소름이 돋을지도 모르겠다. 남유하가 그려내는 세계는 사뭇 잔인하거나 불편하다. 그런데 그 잔혹한 괴롭힘이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하거나 심지어 주인공 본인을 향할 때, 독자는 어쩌면 그 끔찍함 어디쯤에서 차라리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 작가는 살짝 미소를 지을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즐거운 악몽’을 공감하는 사람이, 참을 수 없던 분노와 감추고 싶던 두려움을 같이 달래고 추스를 사람이 생겼기 때문일 터다. 작가가 <초신당>을 언급하며 말했듯, 그 세계의 진짜 의미는 누구도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괴한 미로 속에서 함께 슬픔을 처참하게 폭발시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남유하의 호러를 선택한 의미는 은밀히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현판에는 흘림체로 ‘초신당’이라는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 한자가 없어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단어가 주는 울림만으로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평상시의 나라면 여기서 멈췄을 것이다. 담장 너머로 슬쩍 엿보고 일상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내게는 돌아갈 일상이 없다.” - <초신당> 중에서 공포와 쾌감이 공존하는 남유하라는 새로운 장르 무탈하고 안온한 일상 너머에 도사린 공포의 끝자락, 그 블랙홀에 빠져들어 허우적거리는 독자를 구출(?)해주는 이야기들도 있다. 남유하만의 우스꽝스럽고 뒤틀린 유머가 살아 있는 <양꼬치의 기쁨>, <뒤로 가는 사람들>, <두 시간 후, 지구 멸망> 같은 작품들이다. 엉뚱한 주인공들의 엎치락뒤치락 해프닝이 처절하고도 명랑하게 ‘순삭’으로 펼쳐진다. 작가는 “밝은 기억에 어둠을 덧씌우는 상상”을 좋아한다지만, 오히려 암흑 같은 현실에 한 줄기 빛을 드리우고 싶은 소망 같은 게 느껴질 정도다. SF와 판타지와 블랙코미디가 호러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작품집이 엄혹하고 기나긴 겨울을 통과하고 있는 우리 인류에게 던지는 어떤 시그널은 아닐까, 마지막 작품 <두 시간 후, 지구 멸망>을 덮으며 감히 상상해본다. “과연, 맛이 있었다. 아내는 할머니의 눈치를 보고 그것을 한 개 더 집어 먹었다. 음, 신음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아득한 옛날, 그것으로 인해 느꼈던 기쁨보다 훨씬 더 큰 기쁨이었다.” - <양꼬치의 기쁨> 중에서 기이하고 불온한 이야기의 마력, 퍼플레인 ‘퍼플레인’은 SF·호러·미스터리를 중심으로 한 장르문학 브랜드입니다. 기이하고 불가해한 이야기, 전복적이고 도발적인 상상력으로 퍼플레인만의 장르소설을 펴내고자 합니다. Line-up 1. 《양꼬치의 기쁨》, 남유하 지음 2. 《붉은 실 끝의 아이들》, 전삼혜 지음 (근간) 3. 듀나 4. 이산화 5. 이서영 § Anthology Project_1 우주 쓰레기 한국 장르문학에 새로운 비를 내릴 퍼플레인의 행보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