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양창모 · 에세이
2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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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병원에 간다'는 것이 상식인 세계에서는 병원에 닿기조차 어려운 아픔을 짐작하기 어렵다. 의사를 만나러 가는 일이 아픔을 참는 일보다 더 힘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소외된다. 왕진의사 양창모의 첫 책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는 한 평 반짜리 진료실 안에선 보이지 않는, 가장 먼 곳의 통증에 대한 이야기다. 가파른 산길과 고개 넘어 도착한 마을들에는 돈이 없어서,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차편이 없어서… 수많은 '없어서' 때문에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없어서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이들의 집을 방문하고 그 사연에 귀를 기울이며 저자는 진료실이라는 공간에서 너무 쉽게 제거되는 삶의 '맥락'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맥락이야말로 환자를 치료하는 데 꼭 필요한 정보이며 의사와 환자 사이에 흘러야 할 소통의 원천임을 절감한다. 손가락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할머니의 관절염은 몸 자체가 아니라 한겨울에도 찬물에 손빨래를 할 수밖에 없는 삶에서 오는 것이었다. 하반신 마비로 거동이 어려운 할아버지를 진료실에서만 만났다면 그가 병원으로 가기 위해 엉덩이를 끌면서 큰방에서 현관으로 가는 것, 그걸 위해 집에 있는 문턱이란 문턱은 다 깎아놓은 것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전공의 시절부터 지금까지 600회가 넘는 왕진을 통해 한국에서 남의 집을 가장 많이 드나든 의사 중 하나가 된 저자는 치열한 성찰과 따뜻한 시선으로 써 내려간 56편의 글을 통해 말한다.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것은 '질병'이지만 왕진에서 마주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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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1. 찾아가야 보이는 세계 6분의 오디션 추억은 방울방울 멀미 매운 냄새 가까이 오래 가난하지 않다 서로 다른 시계 선을 넘지 않는다는 것 대체 불가능한 사람 태장동 할머니(1)-내가 만난 숲 태장동 할머니(2)-거미줄 태장동 할머니(3)-구름의 발자국 숯이 놓인 방 두 가지 마술 말없이 하는 말 따듯한 통증 어둠 속에 있어야 보이는 것들 탁류 속 행복 날개를 감추다 빛나는 여백 2. 어른거리는 얼굴들 민 할아버지의 수난극 쓰잘데기없는 의사 코끼리는 움직일 수 있다 할아버지의 산나물 기적 산소통 없이 주스 한 잔 반성문 후배가 찾아왔다 사라진 구멍가게 메아리 병 주고 약 주는 질문합시다 요양원 풍경 마음의 속도 나를 잡은 항생제 월식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사람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 10분 내 몸이 아플 때 3. 우리를 마중하는 세계 무통 사회 운이 좋다면 노인이 된다 간병을 거부할 자유 지역의사가 보는 ‘지역의사제’ 싸움 이후의 시간 의사들의 힘이 나오는 곳 두 종류의 전문가 미세먼지 수치가 말하지 않는 것 황소개구리 혈당 54 오솔길에 대한 예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내릴 수 없다면 작은 공간의 행운 뚜껑 열리는 소리 진료실 문을 열고 나오면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어떤 아픔은 병원에 닿지 않는다” 강원도 왕진의사가 기록한 가장 먼 곳의 통증들 ‘아프면 병원에 간다’는 것이 상식인 세계에서는 병원에 닿기조차 어려운 아픔을 짐작하기 어렵다. 의사를 만나러 가는 일이 아픔을 참는 일보다 더 힘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소외된다. 왕진의사 양창모의 첫 책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는 한 평 반짜리 진료실 안에선 보이지 않는, 가장 먼 곳의 통증에 대한 이야기다. 가파른 산길과 고개 넘어 도착한 마을들에는 돈이 없어서,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차편이 없어서… 수많은 ‘없어서’ 때문에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없어서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이들의 집을 방문하고 그 사연에 귀를 기울이며 저자는 진료실이라는 공간에서 너무 쉽게 제거되는 삶의 ‘맥락’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맥락이야말로 환자를 치료하는 데 꼭 필요한 정보이며 의사와 환자 사이에 흘러야 할 소통의 원천임을 절감한다. 손가락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할머니의 관절염은 몸 자체가 아니라 한겨울에도 찬물에 손빨래를 할 수밖에 없는 삶에서 오는 것이었다. 하반신 마비로 거동이 어려운 할아버지를 진료실에서만 만났다면 그가 병원으로 가기 위해 엉덩이를 끌면서 큰방에서 현관으로 가는 것, 그걸 위해 집에 있는 문턱이란 문턱은 다 깎아놓은 것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전공의 시절부터 지금까지 600회가 넘는 왕진을 통해 한국에서 남의 집을 가장 많이 드나든 의사 중 하나가 된 저자는 치열한 성찰과 따뜻한 시선으로 써 내려간 56편의 글을 통해 말한다.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것은 ‘질병’이지만 왕진에서 마주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잠을 깨우는 소리에 찌푸린 얼굴을 하며 ‘누구요?’ 하던 박 할머니는 막상 우리 얼굴을 보고는 정말 반가운 웃음을 지으신다. ‘어이구, 의사 선생님 오셨네!’ 근 두 달 만에 뵈는 건데도 내 얼굴을 알아보셨다. 1, 2초 동안 사람의 표정이 그렇게 달라지는 걸 보면서 나라는 사람이 다른 이에게 그토록 반가운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막연한 책임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_82~83쪽 좁은 길과 높은 언덕 넘어 질병 아닌 ‘사람’을 만나다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아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환자와 의사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벽을 느낀다. 이름이 불리고 진료실 안에 들어서면 누가 등을 떠미는 것도 아닌데 금방 얘기를 끝내고 나가줘야 할 것 같다. 의사는 좀처럼 환자의 얼굴을 보고 말하지 않는다. 환자보다 모니터의 차트와 사진을 보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더 많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짧은 진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왕진을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환자는 ‘한 사람’으로 자신의 삶 속에 앉아 있다. 벽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 하나만 눈에 들어와도 그는 이미 특정 질환이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 의사에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과잉 진료나 3분 진료가 불가능하다. 왕진이 환자의 입장에서도 물론 필요하지만 의사에게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가 이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왕진을 경험하고 나면 다시 진료실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절대 같은 의사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90쪽) 이 책의 1부 ‘찾아가야 보이는 세계’는 그 왕진이라는 경험이 알려준 ‘진료실 너머’에 관한 기록이다.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는 여든의 노인이 고작 ‘멀미’ 때문에 몇 년째 병원을 못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말로만 들었을 때는 의아했지만, 높은 고개를 넘어 실타래처럼 꾸불꾸불한 길을 지나다 속이 울렁거려 차를 잠시 세우고 나서야 저자는 노인을 이해하게 된다. 당뇨에 중풍, 치매까지 동반된 남편에게 아침저녁으로 인슐린 주사를 놔줘야 하는 아내는 눈이 침침해 주사기의 단위를 읽을 수 없고, 결국 저자는 이 노부부의 이웃에 사는 다른 당뇨 환자에게 할아버지의 주사를 부탁하고 나온다. 굳어진 무릎 관절 탓에 몇 년간 바깥 구경 한 번을 못한 할머니의 골방엔 지린내를 없앤다고 자식들이 갖다 놓은 숯이 덩그러니 있다. 이러한 삶의 맥락 속에 놓여 있는 환자를 의사가 그저 모니터 안의 차트가 말해주는 ‘질환’으로 치환하기는 어렵다. “마을 주민들 간의 관계가 어떤지는 통증 주사를 놓아보면 대번에 안다. 통증 주사를 맞고 있던 신 할머니가 그런다. ‘여기 옆집 송 씨도 허리가 아파서 애를 쓰잖아. 허리 아프다면서 일을 할 건 다 해.’ 거기를 가보란 얘기다. 송 할머니 집에 가면 또 그런다. ‘이 위에 윤 씨 있잖아. 그이가 그렇게 무릎이 아픈가벼.’ (…) 서로가 서로를 돌봐준다는 것은 이런 것이었다.”_42쪽 ‘의사 놈들’과 ‘의사 선생님’ 사이 어른거리는 얼굴들 저자가 의사 생활 내내 왕진만 했던 것은 아니다. 2부 ‘어른거리는 얼굴들’에서는 평범한 봉직의로 일하는 동안 마주쳤던 사람들, 고민했던 문제들, ‘의사 놈들’과 ‘의사 선생님’ 사이의 후회와 반성이 때론 격렬하게, 때론 담담하게 그려진다. “2분마다 환자가 들어오는 곳에서 정성 어린 진료를 하려면 인공지능 수준의 판단력과 부처님 수준의 마인드 컨트롤이 동시에 가능해야 한다”(118쪽)고 저자는 말한다. 좋은 의사가 되려는 마음과 달리 한국 사회의 의료 현실은 그를 차갑게 시험한다. 진료실 밖에 환자들이 밀려 있을 때면 당장 앞에 있는 환자를 빨리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며 그는 괴로워한다. ‘의사로서 정말 이게 바닥일까.’ 하지만 그에겐 ‘어른거리는 얼굴들’이 있었다. 아직 냉기가 가시지 않은 봄 산에 올라가 직접 딴 나물을 건네주는 할아버지의 딱딱한 손, 새벽부터 개천 주차장 구석에서 야채를 팔다 병원 문 열자마자 약을 타러 와서는 얼른 가봐야 한다고 재촉하는 할머니의 빠듯한 하루, 오르막길에서 당신 몸보다 더 큰 리어카를 두고 어찌할지 몰라 하는 노인들이 병원까지 걸어왔을 시간…. 저마다 고단한 삶을 살아내려 애쓰며 아픈 몸을 다독이는 이웃들의 풍경은 ‘좋은 의사가 되려면 먼저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한다’고 마음먹게 만든다. 처음 의사 생활을 시작한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의 이야기도 나온다. 동문 모임에 가서 의료생협에서 일한다고 하면 “그게 뭔데요?”라는 시큰둥한 반응들이지만, 동일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받는 것의 절반도 안 되는 월급으로 일한다고 말하는 순간 분위기는 반전된다. 차로 한 시간 넘는 거리를 일부러 찾아와 통증 치료를 받는 노부부가 복숭아를 보내줬다는 이야기에는 무반응이었던 이들이 갑자기 저자를 존경하는 듯 바라보는 것이다. 돈이 지배하는 병원이 싫어서 시작하게 된 일에 대한 가치도 돈으로 저울질되는 아이러니.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뜻’ 이전에 물질로 교환되기 어려운 행복으로 지탱된다는 걸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그리고 3년 후 원주의료생협은 전국에서 동일 질환으로 처방하는 약의 개수가 가장 적은 상위 5퍼센트 병원에 든다. ‘어른거리는 얼굴들’을 보지 못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인 것은 분명하다. 열은 떨어져야 하고 기침은 줄어야 하고 산소 수치는 정상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진료실 안에서 내 건너편에 앉아 있는 사람이 환자로서만 있는 것이 아니듯 진료실 안에서 나 또한 의사로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픈 사람과, 그 아픈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또 한 사람이 진료실 안에 함께 있는 것이다. 그 안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질환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때론 그 상호작용이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환자에게 더 큰 의미가 되고 그럼으로써 의사 본인도 큰 의미를 갖게 되기도 한다.”_180쪽 세상의 중심은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이어야 한다 드러나지 않는 고통, 보이지 않는 세계 쪽으로 움직여온 저자의 삶은 ‘공고한 엘리트-기득권 계층’이라는 의사에 대한 세간의 관념을 깨뜨린다. “환자들은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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