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19세기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문호 표도로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소설 『카라마조프 형제들』은 1878년에 쓰이기 시작하여 1880년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이 작품은 다양한 정신적·영적 편력 끝에 러시아의 그리스도를 얻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무신론』과 『위대한 죄인의 생애』라는 제목으로 구상된 소설에서 탄생했다. 도스토옙스키가 구상한 전체 소설은 미완성으로 남겨졌으나, "이 소설에서 모든 것을 말하겠다."고 했던 작가의 의도는 그가 마지막 창조적 열정을 쏟아부은 이 작품에서 온전히 실현되었다고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도스토옙스키가 살아남아 애초에 구상한 작품을 완성했다 하더라도 이 소설에서 말한 것 이상 더 무엇을 말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 작품에서 작가는 평생 동안 고뇌하고 사유한 철학적·형이상학적·종교적 사상을 충분히 담아냈다. 『죄와 벌』, 『백치』, 『악령』, 『미성년』, 『카라마조프 형제들』에 이르는 소위 도스토옙스키의 5대 장편 중에서 이 작품은 마지막이자 절정을 이룬다. 이 소설이 발표되고 난 후 소설속에 담긴 작가의 강한 종교적(기독교적) 메시지가 러시아 비평계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불러오기는 했으나, 그것은 무신론적인 사회·정치적 사상이 지배적이었던 당대 현실의 맥락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이 작품의 위대성을 알아보고 열광적인 환호를 보낸 독서대중이 존재했다. 시대가 바뀌어 20세기가 도래했을 때, 이 작품은 많은 지식인과 예술가들의 19세기 러시아 정치 사상에 대한 환멸, 대중의 새로운 종교적 추구와 맞물려 러시아 문학뿐 아니라 종교 철학, 심지어 정치 사상에도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다. 20세기 러시아 작가들 중 많은 이들이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적 세례를 받았으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솔제니친은 그의 직접적 후계자로 인정되고 있다. 『카라마조프 형제들』은 그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죄와 벌』과 더불어 가장 사랑받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원전으로 7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완역으로 읽는다는 것은 상당히 도전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역자는 소설의 재미와 엑기스를 전달하면서 독서의 부담을 줄여주는 축약역을 기획한다는 출판사의 제안에 선뜻 번역을 수락했다. 행여나 소설의 분량 때문에 이 위대한 작품을 접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독자들이 있을 수 있기에 축약의 형태로나마 이 소설을 읽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어떤 방식으로 해설을 쓸까 고심하다가 소설의 진행을 따라가면서 설명이 곁들여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 위주로 쓰는 것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자, 그럼 이제 소설 속으로 잠시 짧은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