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술꾼의 전설

요제프 로트님 외 1명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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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유럽의 가장 훌륭한 역사소설로 꼽히는 <라데츠키 행진곡>의 작가 요제프 로트가 생애 마지막 넉 달을 바쳐 쓴 작품. '살아감'의 힘겨움을 술로 달래며 구원을 찾아 길 위를 헤매는 한 남자의 애환과 소망을 사실적인 문체로 그려낸 단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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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거룩한 술꾼의 전설 ◈ 09 / 작품 해설 ◈ 83 / 요제프 로트 연보 ◈ 94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나치 정권에 의해 “잊혀진 고전 작가” 요제프 로트가 고통 속에서도 글을 쓰는 행복을 가능케 해준 평생의 뮤즈 알코올에 바친 단편소설 20세기 유럽의 가장 훌륭한 역사소설로 꼽히는 《라데츠키 행진곡》의 작가 요제프 로트가 생애 마지막 넉 달을 바쳐 쓴 《거룩한 술꾼의 전설》은 “살아감”의 힘겨움을 술로 달래며 구원을 찾아 길 위를 헤매는 한 남자의 애환과 소망을 사실적인 문체로 그려낸 단편소설이다. 요제프 로트는 1894년에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에서 태어났으나 1차 세계대전을 겪는 동안 제국의 몰락과 공화국의 성립을 지켜보았고, 1933년 나치스가 정권을 잡자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프랑스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던, 살아생전에 나라를 두 번이나 잃은 작가다. 그는 바이마르공화국 시기에는 당대 최정상의 저널리스트로서 명성과 인기를 누렸지만, 망명 이후 그의 작품들이 나치의 금서 목록에 올라 전부 불태워지면서 ‘요제프 로트’라는 이름도, 그 작품들도 잊혀지고 말았다. 사후에야 동시대 독일 작가 헤르만 케스텐의 노력에 힘입어 작품들이 재출간되며 다시 조명받기 시작한 요제프 로트는 유대인으로서, 종군 기자로서, 망명자로서 20세기 초 유럽 역사의 소용돌이를 온몸으로 겪어내면서도 결코 펜을 놓지 않았던 천생 작가였다. 요제프 로트는 생전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열렬한 애주가였는데, “술은 결과적으로는 생명을 단축하지만, 단기적으로 볼 땐 사람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해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말년에 망명지 파리에서 바와 카페를 전전하며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을 알코올로 다시 피워 올리며 집필한 마지막 작품 《거룩한 술꾼의 전설》은 그가 평생의 뮤즈였던 알코올에 바치는 헌사이자, 작가 자신의 묘비명 같은 글이다. 국내 초역으로, 에스파냐 일러스트레이터 파블로 아울라델의 투박하면서도 강렬하고 애수 어린 그림이 곁들여져, 잊혀졌던 고전에 생생함을 더했다. 나약한 인간의 표상 ‘술꾼 안드레아스’의 기이한 이야기 이야기의 배경은 1934년 봄, 프랑스 파리. 이 도시를 흐르는 센 강에는 다리들이 많은데, 그 다리들 아래에는 파리의 노숙자들이 산다. 그 노숙자들 속에 우리의 주인공 ‘안드레아스’도 있다. 어느 봄날 저녁, 안드레아스가 센 강가에서 다리 위로 돌계단을 걸어 올라가는데, 맞은편에서 내려오던 말쑥한 옷차림의 노신사가 앞을 가로막고 선다. 그러더니 대뜸 어딜 가느냐 묻는다. 그런데 이 물음에 답하는 노숙자 안드레아스의 답이 시적이다. “내가 가는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나도 몰라요.” 이에 대한 노신사의 대꾸도 선문답 같다. “내가 길을 알려줘도 되겠소?” 이렇게 운을 뗀 노신사는 자신이 리지외의 성녀 테레즈의 삶에 감화를 받아 기독교인이 되었는데, 이렇게 안드레아스와 마주치게 된 것도 다 하느님의 뜻이 아니겠느냐며, 안드레아스가 혹시 돈이 조금 필요하다면 줄 수 있노라고 말한다. 그러나 안드레아스는 비록 노숙자 신세라도 명예만은 지켜야 한다며, 갚을 수 없는 돈은 받을 수 없다고 사양한다. 노신사는 걱정 말라며, 갚을 수 있게 되면 테레즈의 성상이 모셔진 성당에 헌납하라고 제안한다. 이렇게 해서 생면부지 노신사에게 200프랑을 빌린 안드레아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때부터 그의 인생에 놀라운 일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이발소에 가서 말끔하게 면도를 하고는 품위 있는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며 오랜만에 여유와 만족감을 만끽하노라니, 옆 테이블의 신사가 200프랑을 벌 수 있는 일거리를 제안하는 것이 아닌가. 명예를 중시하는 안드레아스는 빌린 돈을 갚기 위해 그 일을 수락하고, 운 좋게 술도 얻어마신다. 이튿날부터 그 신사의 이삿짐 나르는 일을 돕고 200프랑을 번 안드레아스는 일요일이 오자마자 돈을 갚기 위해 성당으로 간다. 하지만 미사 시작 시간에 못 맞추는 바람에 한 시간을 길에서 기다려야 하게 되자 근처 카페로 들어가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저 지날 리 없듯이 술꾼 안드레아스도 카페에 앉았는데 술 한잔 안 할 수가 없다. 그리고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한 병이 두 병이 되고, 두 병이 다시 세 병, 네 병 쌓여서 인사불성이 되고 만 안드레아스. 그럼에도 테레즈 성상에게 빚을 갚기 위해 성당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어떤 여자가 그의 이름을 부른다. 뒤돌아보니 아뿔싸! 수년 전 그의 인생을 꼬이게 만든 여자 카롤리네다. 술만 안 마셨다면 곧바로 도망쳤을 것을, 그만 카롤리네를 따라가고 만다. 이리하여 결국 노신사가 터준 길에서 벗어나버린 안드레아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면 신은 새로운 은총을 내리고, 안드레아스는 다시 술의 유혹과 명예로운 삶 사이에서 시험대에 오른 채 갈팡질팡하게 된다. 생존의 고통 속에서 떠돌이들이 부르는 희망의 랩소디 이 작품은 단편소설의 하위 양식인 ‘노벨레’에 해당한다. 14~16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양식인 ‘노벨레’는 괴테가 자신의 작품에 도입한 이후 19세기 독일에서 전성기를 이루었다. 기이하지만 개연성 있는 사건을 배치하여 이야기를 극적으로 전환하는 구성, 객관적이고 간결한 묘사가 특징인 노벨레답게, 이 책 《거룩한 술꾼의 전설》에도 현실에 있을 법한 기적 같은 사건들이 계속 일어난다. 게다가 제목의 ‘legende’ 또한 직역하면 ‘성담전설’ 정도가 될 텐데, 기독교에서 성자의 삶을 통해 신앙의 자세를 담았던 이야기들에 붙이던 말이다. 주인공 안드레아스는 술꾼이지만 ‘성자’이기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요제프 로트와 친했던 헝가리 출신 영화감독 게자 폰 치프라가 작가에게 직접 물어본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신의 술꾼이 어떻게 거룩할 수 있죠?” 내가 그에게 물었다. “나하고 똑같은 이유에서 그렇지요.”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랑하는 하느님은 나와 똑같은 은총을 그에게 주었어요. 하느님은 부랑자인 나의 술꾼에게 200프랑을 주고서 리지외의 작은 성 테레즈에게 되갚으라고 하지요. 생트 마리 데 바티뇰 성당의 사제 앞으로 가서요. 그 노숙자는 물론 받은 돈을 다 술로 탕진해요. 그렇지만 하느님은 여러 우회로로 그에게 계속해서 돈을 전해줘요. 그분께서 나의 내면의 불꽃이 꺼지려고 하면 계속해서 내게 시적인 재능을 불타오르게 해주시는 것과 똑같은 거지요.” (‘작품 해설’에서) 이렇듯 평범함과 비범함, 저속함과 성스러움이 하나가 되게 하여, 평범한 삶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던 요제프 로트는 주인공 안드레아스를 통해 구원을 얻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망명지에서 집도 없이 호텔에서 장기투숙하며 떠돌던 그는, 폴란드인이지만 탄광 노동자로 프랑스에 왔다가 노숙자가 된 안드레아스를 통해 이야기 속에서라도 휴머니즘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거룩한 술꾼의 전설》은 거처 없는 세상에서 따스한 고향을 찾고, 희망 없는 세상에서 기적을 찾고자 한 작가의 간절함이 배어 있는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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