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 그로테스크 넌센스

미리엄 실버버그 · 역사
6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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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일본은 '에로 그로 넌센스'라는 낯설고 독특한 활기를 띠고 움직이고 있었다. 에로틱, 그로테스크, 넌센스라는 세 가지 단어에서 유래한 이 말은 당시에 대중매체에 의해 이 무렵을 상징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 특유의 분위기는 식민지 조선에도 그대로 전해져 같은 이름의 유행을 낳았다. 간토 대지진과 진주만 공습 사이, 이념대립과 호전적 기운으로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일본의 대중들은 정말 현실을 외면한 채 퇴폐적 눈요기와 감각적 쾌락, 엽기적이고 말도 안 되는 우스꽝스러운 것만을 찾는 삶을 살았을까? 근대화의 물결과 국가 이데올로기, 팽창주의의 압력과 제국의 검열 아래서 대중문화는 어떻게 조응했을까? 캘리포니아 대학교 역사학 교수였으며 여성연구소 소장직을 맡기도 한 미리엄 실버버그의 책으로, 당대의 신문과 잡지, 영화와 공연을 통해 일본의 '모던 타임스'의 면면을 마주하고 당시의 대중문화가 퍼트린 욕망과 충동, 긴장과 에너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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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

목차

들어가는 말_ 에로틱 그로테스크 넌센스를 정의하기 시작하며 제1부. 일본의 모던 타임스 근대세계와 일본의 근대성 제2부. 일본 근대의 현장 1장. 도발적인 모던걸, 거리로 나서다 2장. 카페 여급, 블루스를 노래하다 3장. 영화의 벗(에로에서 제국까지) 4장. 가정, 근대생활의 현장이 되다 제3부. 아사쿠사: 홍키통크 템포 1장. 아사쿠사 에로티시즘 2장. 밑바닥 삶의 그로테스크 3장. 모던 넌센스 프리즈 프레임(몽타주 에필로그) 감사의 글 참고문헌 찾아보기 옮긴이의 글

출판사 제공 책 소개

감각의 제국, 제국의 감각 그 시절 일본을 지배한 것은 무엇이었나? 1920~30년대 일본의 대중문화에 숨겨진 욕망과 갈등의 실상을 밝혀내다 1930년대, 일본은 ‘에로 그로 넌센스’라는 낯설고 독특한 활기를 띠고 움직이고 있었다. 에로틱, 그로테스크, 넌센스라는 세 가지 단어에서 유래한 이 말은 당시에 대중매체에 의해 이 무렵을 상징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 특유의 분위기는 식민지 조선에도 그대로 전해져 같은 이름의 유행을 낳았다. 간토 대지진과 진주만 공습 사이, 이념대립과 호전적 기운으로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일본의 대중들은 정말 현실을 외면한 채 퇴폐적 눈요기와 감각적 쾌락, 엽기적이고 말도 안 되는 우스꽝스러운 것만을 찾는 삶을 살았을까? 근대화의 물결과 국가 이데올로기, 팽창주의의 압력과 제국의 검열 아래서 대중문화는 어떻게 조응했을까? 당대의 신문과 잡지, 영화와 공연을 통해 일본의 ‘모던 타임스’의 면면을 마주하고 당시의 대중문화가 퍼트린 욕망과 충동, 긴장과 에너지를 확인해보자. 당대의 대중매체를 통해 확인하는 일본 근대문화의 현장 이 책의 지은이인 미리엄 실버버그는 일반적으로 1~2년 동안 시대를 풍미한 것으로 여겨졌던 에로틱 그로테스크 넌센스의 시기를 확장해, 1931년 만주 사변이 일어나기 몇 년 전부터 1941년 진주만 공습 이후 몇 년까지를 포함한 시기를 에로틱 그로테스크 넌센스의 시대로 정의한다. 그리고 이 시기가 포르노적인 의미에서 에로틱하거나, 기형적이거나 지나칠 정도로 보기 흉한 모습이라는 의미에서 그로테스크하거나, 심지어 말이 안 될 정도로 우스꽝스러웠고 그래서 무의미한(넌센스) 시기였다는 통념에 반기를 든다. 실버버그에 따르면 이때는 일본의 소비 주체가 근대화, 혹은 일본의 것이 아닌 물건들과 이미지와 몸짓들을 일본 고유의 것으로 소화하는 역사 과정에서 깊은 정치적 의미를 띠고 있는 문화 현상이 강렬하게 표출된 시기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당대 지식인들이 대중문화에 대해 쓴 글들과 소설, 유행가, ≪영화의 벗≫과 ≪주부의 벗≫, ≪주간 아사히≫ 등 그러한 문화 형성기에 유통되었던 잡지의 기사들을 추려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이고 대중들의 정서 변화를 민감하게 잡아냄으로써 이때가 얼마나 전환적인 순간이었는지, 그리고 전운이 감도는 제국의 정세 속에서 당대의 대중문화가 얼마나 정치적이었고 제국의 이데올로기와 관습 사이에 얼마나 괴리가 있었는지를 입증해낸다. 2006년에 출간된 이 책은 방대한 양의 자료와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지은이의 높은 문화적 이해도, 기존의 연구 성과들을 정리하면서도 새로운 논의를 불러일으키는 날카롭고 치밀한 해석과 참신한 시도 등에 힘입어 근대 일본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연구서로 입지를 굳혔다. 몽타주 기법으로 포착한 다섯 가지 근대의 풍경 지은이는 일본의 근대가 동시대 서구의 근대와 어떻게 동시적이면서도 다른지를 비교분석하면서 일본만의 근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로 거리, 카페, 가정, 극장, 노동자들의 뒷골목이라는 다섯 현장을 제시한다. 이 현장들의 구체적인 풍경은 다음과 같다. (1) 거리를 활보하던 ‘모던걸’, (2) 성적 매력을 상품화한 ‘에로틱한 근대 여성 노동자’로서의 카페 여급, (3) 판타지를 파는 영화 잡지, (4) 근대 가족과 근대 잡지에 드러난 근대의 주부, (5) 근대 시기 동안 에로틱, 그로테스크, 모던이 하나로 통합된 곳이었던 도쿄의 유원지인 아사쿠사. 당대의 작가, 평론가와 대중매체는 거리를 활보하는 모던걸을 근대성의 한 지표로 보고 규정하고 기록하는 데 매진했다. 노동계급으로 구현된 모던걸이라 할 수 있는 카페 여급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은이는 이들을 일본 근대시기의 정치경제와 사회변화의 한 부분으로 파악하면서, 모던걸은 누구이며 무엇이 그녀들을 모던걸로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짧은 머리와 길고 쭉 뻗은 다리로 정의되었으며 ‘에로의 화신’이었고, 지식인인 동시에 노동자이며 일탈적이고 투쟁적이며 반일본적인 모던걸의 이미지는 매체가 호들갑스럽게 만들어낸, 계급, 젠더, 문화에 관한 모순된 판타지가 투사된 허상이었다. 타인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일했지만 정작 자신의 욕구는 거의 충족할 수 없었던 카페 여급을 통해서는 근대 일본 문화의 성의 정치학에 대해 통찰한다. 이와 더불어 조선인 여급들을 통해 성노동의 형태로 근대에 편입된 식민의 모습들을 짚어내면서 이것이 중국과 조선 위안부가 겪었던 참상의 전사(前史)를 보여주는 한 측면이라고 조심스레 언급한다. 또한 지은이는 잡지 ≪영화의 벗≫이 근대의 일상적인 몸짓을 보여주며 ‘에로’에 대해 열렬한 관심을 보이다가 전시 체제에 국가의 통제가 심해지면서는 어떻게 제국에 대한 보도로 대체되고 제국을 에로틱하게 만들고 일본 고유의 특성을 강조하려고 했는지를 살펴보며 일본의 근대성에서 영화가 어디쯤 위치하는지 파악하도록 해준다. ≪주부의 벗≫의 기사들을 통해서는 여성을 가족 안에 자리매김하려는 국가 이데올로기와 근대적 가정과 근대 여성이라는 이미지 사이의 갈등과 변화, 저항의 정황을 잡아낼 수 있다. 일본의 근대 시기에 새로운 결혼과 부부 관계, 직업부인, 풍습과 유행들을 소개하며 모던한 것에 대해 흥미를 보이던 잡지가 점차 식민지와 전통, 점점 커지는 전쟁 동원에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은이는 도쿄의 유원지 아사쿠사의 활기에 대해 살펴본다. 간토 대지진이라는 미증유의 재난 이후 곤 와지로를 비롯한 고현학자들은 폐허 속에서 복구되어가는 도쿄 시내를 거닐며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근대적 조형물들과 풍속들을 열렬히 기록했다. 아사쿠사는 그중에서도 에로틱한 감각적 쾌락을 제공하는 장소이면서 밑바닥으로 전락한(‘그로테스크’라 할 수 있는) 하층계급의 만남의 장이며 정치적 ‘넌센스’를 만들어내는 장소였다. 자본주의로 부유해진 이들을 위한 놀이터이긴 했지만 또한 도쿄의 수많은 ‘불량한’ 이들의 안식처이기도 했던 모순의 현장에서 지은이는 단순한 성적 문란함이 아닌 음식, 몸짓, 영화, 시각문화 등 다양한 종류의 감각적 희열을 확인하고, 매춘부와 포주, 거지와 부랑자, 룸펜과 문화적 기형으로서의 외국인 등의 부조리한 삶에 시선을 던지고, ‘카지노 폴리’로 대표되는 공연(레뷰) 극장가의 패러디물과 슬랩스틱 코미디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서구 관습이 지배한 근대성이 가져온 변화 같은 주제를 표현한 정치적 풍자 유머를 발견한다. 이 다섯 가지 풍경을 통해 지은이는 일본의 소비 주체들이 모두 대중문화가 제공하는 유희의 네트워크에 은밀히 연결되어 있는 동시에 표현과 소비의 자유를 점점 더 억압하는 국가의 통제 아래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천황제 아래서 권력은 식민지 건설을 위해 정치와 군사, 법과 같은 가시적인 영역뿐 아니라 문화적인 영역들을 교묘하고도 끈질기게 파고들었고, 근대 일본의 대중문화는 국민들이 제국의 주체로 이행하는 데 주된 역할을 했다. 지은이는 그 과정에서 일본의 대중문화는 권력의 억압을 정확히 인식했으며, 강화되는 국가 통제에 (어떤 방식으로든) 저항했다는 해석을 제안한다. 즉, 에로틱 그로테스크 넌센스 시기에 일본의 ‘모던한 순간’은 전혀 넌센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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