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지금 왜 ‘중앙은행’인가? 2016년 상반기 경제 뉴스의 화두는 단연 정부와 한국은행의 ‘한국형 양적완화’ 시행 여부였다. 정부는 줄기차게 한국은행에 윤전기를 돌릴 것을 요구했고, 한국은행은 이에 묵묵부답 혹은 제한된 답변으로 맞섰다. 여기에는 한국은행법에 따라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한국은행의 판단이 있었다. 결국 대승적 차원에서 한국은행이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조선·해운 부실 3사에 대한 구조조정 추진금 10조 가량을 대출해주기로 결정했지만,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 침해’라는 화두가 언론을 통해 대두되었다. 연이어 한국은행은 2016년 6월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 금리 0.25퍼센트포인트 인하를 단행했다. 이 또한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이 가지는 의미와 그 여파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나라 경제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중앙은행의 존재와 그 막대한 역할을 느낀다. 이어서 우리는 과연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정립된 것이며, 중앙은행이 ‘금리 결정권’을 가지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지 묻게 된다. 이는 중앙은행의 본질적 역할에 대한 의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학술 논문을 제외하고 대한민국 중앙은행의 역사와 그 역할을 쉽게 설명한 책을 시중에서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런 점에서 현직 한은맨 차현진의 『중앙은행 별곡』 발간은 마른 땅에 내린 단비와 같다. 이 책은 독자들의 그런 의문을 풀어줄 유일한 대안이다. ‘현직 한은맨’이 쓴 사람 냄새 나는 금융사 금융은 차갑고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 별곡』에서는 인간의 온기와 체취가 흐른다. 금융은 인간사의 한 단면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수년 전부터 인문학적 관점에서 금융을 다뤄온 차현진이 이번에 도전한 것은 한국은행의 뿌리인 조선은행의 출생의 비밀이다. 중앙은행사라고 하면 한 기관의 사사(社史)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한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만주국, 미국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가 뒤얽혀 진행된다. 그러다보니 작은 시냇물 같았던 이야기가 어느덧 20세기 한국사와 세계사를 관통하는 강줄기로 변한다. 저자는 마치 「여는 글」에서 자신이 귀감으로 삼는다고 말한 영국의 역사학자 존 클래펌(John Clapham)의 뒤를 잇는 듯하다. 클래펌은 영란은행(영국의 중앙은행)의 역사를 영국사 연구의 중요한 봉우리로 격상시켰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 자료를 파고 든 저자의 충실한 연구 덕에, 이 책에는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예를 들면, 한일 강제병합 직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조선통감이 가쓰라 다로(桂太郎) 일본 수상과 알력을 빚으며 세운 것이 대한제국의 중앙은행인 구(舊)한국은행이라는 사실, 이토가 가쓰라의 동양척식회사 설립계획에 반대하여 중앙은행 설립을 주장했다는 사실이 그렇다. 또 다른 예로는 조선은행 직원이었던 구용서의 일생을 들 수 있다. 그는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했던 구연수의 아들로, 아버지 때문에 신입 직원 중 유일한 조선인이자 무시험 합격생으로 조선은행에 들어간 뒤 일본에서 안온한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금융 전문가라는 이유로 한국은행 초대 총재의 영예를 안았다. 이것은 한국은행 전·현직 직원들도 몰랐던 비화들이다. 최초의 대한민국 중앙은행사 『중앙은행 별곡』은 조선은행과 한국은행에 관해 지금까지 발표되었던 다른 책들과는 완전히 차별된다. 전작 『숫자 없는 경제학』, 『금융 오디세이』에서 보여줬듯, 저자는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소설·시·연극·영화 분야의 고전을 이야기 중에 능란하게 동원한다. 이런 장치는 경제적 시점만을 동원한 금융사를 넘어 금융사 또한 세계 역사의 큰 일부라는 점을 독자에게 일깨워준다. 이는 저자의 관심 분야의 폭넓음과 그 지식을 분별 있게 다루는 재주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야기의 짜임새도 독특하다. 조선·일본·만주가 하나로 엮여 돌아가던 식민지 치하의 동북아 이야기를 간명하게 다루어, 독자가 3국의 금융과 화폐제도의 진화 과정을 마치 손바닥을 보는 것처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글의 관점 또한 독보적이다. 조선은행과 한국은행에 몸담았던 사람들의 기록으로는, 각종 일간지 기고문이나 단행본 등 다양한 자료가 있지만, 이런 회고담은 1인칭 시점으로 쓰인 것들이다. 1인칭 시점은 침묵과 과장의 위험이 따르고 반성과 교훈을 찾기 어렵다. 3인칭 관점에서 정리된 실록(實錄)들은 비교적 정확하고 메시지도 있지만, 사건을 나열하기 바빠서 필연성과 재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비해 『중앙은행 별곡』은 현직 한국은행 직원이 당사자인 선배들을 면담한 뒤, 이를 바탕으로 각종 기록과 상호 대조하면서 집필했다. 그래서 객관성을 유지하면서도 흥미진진하다. 역사적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의 내면세계를 조명했기 때문에 인과관계도 잘 맞아떨어진다. 이 책은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역사를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서술한 최초의 책이다. 대한민국의 금융 발전 과정을 다룬 경제 교양서 이 책은 「중앙은행 오디세이」라는 이름으로, 저자가 2014년 9월부터 『중앙SUNDAY』에 연재한 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사진 자료와 도표, 금융사 연표, 찾아보기를 확충해서, 독자로 하여금 세계 금융사의 시점에서 대한민국 중앙은행의 발달사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경제학도들에게는 우리나라 금융의 발전 과정을 가장 빠르고 쉽게 공부할 수 있는 최고의 교재가 되었고, 경제와 금융에 관심을 가진 일반 독자에게는 동북아 금융사와 대한민국 중앙은행사를 일거에 파악할 수 있는 고급 경제 교양서로 거듭났다. 『중앙SUNDAY』 연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중앙은행 별곡』에서는 저자가 ‘혼돈의 시대’라고 규정한 시기인 1897년 대한제국의 선포에서 1950년 한국은행 설립까지를 다루었다. 이에 이어지는 시기인 한국전쟁부터 IMF 외환위기까지의 이야기는, 또 한 권의 책으로 엮여져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