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서 사라졌다고 역사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지금, 우리 곁에 살아 있는 그들의 생생한 역사
거란족, 흉노족, 수메르인, 켈트족, 부여인 등 역사 교과서나 영화 등에서 한두 번씩 보고들은 이름들이지만, 구체적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이들의 역사를 한 책에 모았다. 타민족의 침략에 소멸되기도 하고 거대 민족에 흡수되기도 하여 이제는 존재도, 기록도 찾기 힘들지만, 실감나는 설명과 다양한 이미지 자료를 통해 이들의 역사를 눈앞까지 불러왔다.
이를 통해 지금 우리가 살고 이 세계가 다양한 집단과 개인의 교류 속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확인하며, 사라진 민족이나 집단의 역사와 유산이 어떻게 우리 현재 삶 속에까지 전해졌는지 알아본다.
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 것
거란족, 흉노족, 수메르인, 켈트족, 부여인…… 역사 교과서나 영화 등에서 한두 번씩은 들어본 이름들이지만, 정확히 이들이 어떤 사람들이었으며,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었는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모든 생명체가 언젠가 죽음에 이르듯 사람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게 된다. 그리고 사람이 모여 이룬 민족과 나라도 마찬가지다. 역사를 보면 떠오르는 태양처럼 막강한 위세를 과시하던 민족들이 소멸하거나 명맥만 근근이 이어오고 있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인류 최초의 문명을 이룩한 수메르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로마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훈족은? 고려와 송나라를 두렵게 했던 거란족은? 그리고 한반도에 살았던 고대 민족들인 옥저인과 동예인, 부여인을 지금 누가 기억하는가?
한때 영원할 것만 같았던 강대국들도 마찬가지다. 페르시아와 로마제국, 중국의 역대 왕조들, 카르타고, 바빌론, 몽골제국 등 수많은 나라들이 역사 속에서 흥했다가 사라져 갔다.
하지만 사람, 민족, 국가의 소멸이 일반적인 생물의 죽음과 구별되는 것은 죽음으로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남긴 유산이 이후 역사 발전의 발판이 되어 후세에까지 그 흔적이 켜켜이 전해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난방 방식인 온돌은 이미 옥저인들도 사용하던 것이었고,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문자인 알파벳은 페니키아인이 쓰던 문자에서 유래했다. 로마인들에게 멸망당한 에트루리아인들이 남긴 건축물과 문화는 로마제국 건설에 디딤돌이 되기도 했다.
기록에서 소외된 이들을 주목하다
이 책은 역사 속에서 활발히 활동하다가 지금은 사라져 버린 민족이나 집단, 나라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세계사의 다양한 줄기들과 그것이 이루는 큰 가지들을 찾아보며 역사 읽기의 새로운 즐거움을 전하고자 한다. 또한 사라진 민족과 나라들의 유산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과 세계사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떤 교훈을 남겼는지를 찾는 데 힘을 쏟았다.
수많은 사라진 집단과 민족 중에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건 그 정체성이 지금은 이어지지 않는 집단들이다. 예를 들어 로마인과 로마제국은 사라졌지만, 지금 이탈리아인들은 로마인의 정체성을 계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교과서에서 많이 접했던 흉노족이나 거란족 등은 지금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지도에서 사라진 사람들》 은 이처럼 그 후손이 불명확하고, 계승한 나라가 불분명한 이들의 활동과 역사적 유산에 주목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그들도 함께했음을 확인하고자 했다.
우리의 삶은 더 나은 세계를 위한 또 하나의 역사다
《지도에서 사라진 사람들》 은 크게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인류 문명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에서부터 중동의 고대 민족에 속하는 파르티아까지를 첫째 장으로 묶었고, 로마제국의 멸망과 중세를 연 훈족을 비롯한 유럽·중앙아시아의 유목민들을 두 번째 장에 넣었다. 세 번째는 흉노와 거란 등 동북아시아에서 활동한 유목 민족들이며, 네 번째 장에는 고대 한반도에서 활동한 민족들을 넣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해당 민족이 남긴 유적이나 물건, 관련 지도, 그림 등 다양한 이미지 자료를 본문 사이사이에 고루 배치했으며, 생생한 묘사를 통해 실감 나는 역사 경험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이 책은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며, 역사에 어려움을 느꼈던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역사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발 딛고 있는 이 세계는 무수한 역사적 흐름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그 흐름들은 동시대의 다종다양한 집단과 개인의 교류 속에서 완성된 것들이다. 따라서 지금 현재, 여기 이곳은 결코 단절된 시간이나 공간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무수한 소통이 이뤄진 과거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도에서 사라진 사람들》은 그렇게 우리 세계의 근거를 밝히면서, 한편으로는 앞으로 남은 우리 삶에 중요한 의미를 더하고자 한다. 그것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모여 더 나은 세계를 위한 또 하나의 역사가 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