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한 국가의 지적 권위는 도서관에 있다.” 영국의 청교도들이 건너와 세운 나라 미국은 18세기 말 독립하여 국가의 틀을 확립한 후 눈부신 성장 가도를 내달렸다. 곧 그들은 경제 발전에 비해 형편없이 뒤처진 문화 수준을 끌어올리고 자신감 넘치는 신흥 강국의 부와 힘을 전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특단의 상징물을 필요로 했다. 그때 선택된 것이 바로 대형 미술관, 박물관, 그리고 도서관이다. 19세기 초부터 약 한 세기 동안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보스턴 미술관, 워싱턴 자연사박물관 등과 더불어 세계 최대 도서관이 워싱턴 D.C., 보스턴, 뉴욕에 잇따라 설립되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18세기 초,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제 카를 6세 또한 세계열강으로 성장할 나라의 위상에 걸맞은 국가 도서관, 유럽 최초의 대형 공공 도서관인 호프비블리오테크(오스트리아 국립 도서관)를 설립하여 수세기 동안 모아들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훌륭한 장서들을 보관하고 열람할 수 있게 했다. 도서관에 대한 명철한 비전을 지닌 황제는 도서관에 기대하는 바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용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지불해서는 안 되며, 풍요를 얻고 돌아가야 하며, 자주 들러야 한다.” 그리고 황제는 도서관의 문호를 모두에게 개방했지만, “무식꾼, 하인, 게으름뱅이, 말 많은 자, 멍한 구경꾼”의 출입은 막았다. 문화의 보고이자 문화의 거울인 도서관 방대한 분야에 걸친 지식을 보존하고 유포하는 도구로써의 도서관은 글쓰기의 시작과 그 역사를 함께하여 기원전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 시대를 장악하는 힘을 발휘한 군주와 국가들은 그들의 지적, 문화적 성공의 집약체이자 상징으로써 도서관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보유 장서의 수준을 높이고 그 수를 늘리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으며, 귀중한 인류의 보물들이 자리할 건물의 외관과 내부 장식에 세심한 신경을 기울였다. 그러한 도서관들은 소수 특권층 또는 관련된 이들만 이용하든, 국민 계몽을 위해 모두에게 개방되든, 우리의 핵심적 문화 유물인 책을 보존하고 전파하는 숭고한 역할은 물론, 위대한 문명을 키우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스물세 곳의 문을 열다 이 책은 오랜 역사와 훌륭한 건축미를 지닌 아름다운 도서관 스물세 곳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인류가 이루어낸 지적 성취의 이정표가 담긴 책들을 보관하고 있는 도서관은 모든 종류의 문화 시설을 통틀어 가장 풍요로운 곳이라 할 만하다. 우리는 바로크의 찬란함이 압도하는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 르네상스의 보고 피렌체 리카르디 도서관, 괴테의 손길이 남아 있는 바이마르의 안나 아말리아 공작부인 도서관, 에스파냐 엘에스코리알의 장엄한 왕립 도서관, 성스러운 홀을 자랑하는 옥스퍼드 보들리 도서관, 보자르 양식의 걸작 뉴욕 공공 도서관 등을 만날 수 있다. 만인에게 개방된 공공 도서관뿐 아니라, 수도회에 몸담고 있는 수사들만 들어갈 수 있던, 황제와 귀족 등 소수 계층에만 개방되던, 그 대학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던 내밀한 공간들도 함께 찾아가는 이 여행은 눈과 정신이 마음껏 호사를 누리게 한다. 사진작가 기욤 드 로비에의 눈부신 컬러사진 2백여 컷이 이끄는 대로 우리는 도서관의 무거운 문을 밀고 들어가 책으로 온통 둘러싸인 공간이 내뿜는 빛과 공기와 향기에 빠져든다. 세월의 때를 덧입어 낡게 바랜 책장과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 프레스코, 메다용, 스투코, 꽈배기 모양 기둥, 인물상 등으로 장식된 도서관은 웅장하고 압도적인 동시에 소중한 장서 하나하나까지 손으로 만져질 듯 생생하다. 르네상스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도서관의 역사를 짚어나가는 저널리스트 자크 보세의 글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고 발전해온 인류의 지혜와 지식을 수집하고 보존하려는 수많은 이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지식의 보존과 전파의 필요성을 확신한 수도사, 대수도원장, 왕과 제후, 학자, 후원자들의 위대한 지적 추구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 도서관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 책에서 우리는 백 년 전, 2백 년 전에 세워진 도서관들을 둘러볼 수 있다. 그들은 설립된 이래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로 인한 공간 부족 문제에 시달리며 증개축 되고 부분적으로 장서를 분리하기도 하며 오늘날의 모습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도서관의 현재는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종이에 적고 그려서 보존되고 전달되던 지식과 정보가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 매체로 대체되기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전자책의 물결도 턱밑까지 밀려온 듯하다. 이렇게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점에서 도서관은 어떠한 모습을 취하게 될까? 여기 몇몇 도서관은 이미 미래 도서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열람 기능을 상실한 채 희귀한 장서들과 보물들의 보관실, 유물들이 잠자고 있는 박물관으로 변해버린 도서관들 말이다. 책은 박물관의 보물들처럼 유리관 속에 놓여 멀찍이 떨어져서 구경하는 것에 그칠 수 없는 물건이다. 그럼에도 이제 우리를 지혜롭게 만들어준 책들은 바티칸 도서관 ‘비밀문서고’의 꼭꼭 잠긴 캐비닛 같은 곳으로 들어가 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 책은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는 구시대 유물로 영원한 잠속에 빠져들고, 과거의 영화로움과 성대한 문화를 상징하던 도서관들이 책의 묘지가 되는 것은 아닐까?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서버가 모든 지식과 지혜와 정보를 집어삼키고, 우리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간단히 서버에 접속하여 필요한 것들을, 바로 얼마 전까지 책을 통해 얻고 배우고 이해하던 것들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이러한 서버를 도서관이라 부를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스물세 곳을 둘러보면서 대단하다, 아름답다, 화려하다, 가보고 싶다고 감탄을 하다가도 책과 우리의 현실이 오버랩되며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시선이 옮겨간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문화와 지적 성취의 상징물과 같은 도서관을 보유하고 있는지, 오랜 시간 몸을 구부리고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필사하던 수사들의 노력에 버금가는 책을 만들고 있는지, 훌륭한 컬렉션을 갖추기 위해 온 재산을 다 바치고 전 세계를 쑤시고 다니는 것에 비교될 정도의 책에 대한 열정을 지니고 있는지, 손쉽게 접근할 수 있음으로써 인류의 오랜 지혜와 지식의 가치가 별 게 아닌 것처럼 여기게 되진 않았는지, 전자책의 도래와 더불어 도서관의 내일은 어떻게 될 것인지, 이 책을 넘기다보면 바로 지금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