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조선판! 조선의 몰락에는 우리가 몰랐던 ‘진짜 원인’이 존재했다 조선 왕조는 5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존속했다. 아래로는 일본과, 위로는 중국과 대립하며 여러 차례의 내우외환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체제를 오래 유지했다. 고려 말기의 혁명을 주도하고 조선을 세운 건국 세력은 고려가 쇠퇴한 원인을 찾고 이를 보완해 완벽한 국가를 세우려 노력했다. 그리하여 성리학을 통치 이념으로 삼아 우리가 아는 ‘선비의 나라’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의도와 이론적 기반 위에 세워졌음에도 조선은 왜 현대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결국 무너지고 만 것일까?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는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조선의 정치·경제·문화를 날카롭게 분석해, 조선이 결코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없는 나라였다는 점을 짚어낸다. 또한 이 책은 우리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접한 ‘신제도학파’의 시각을 바탕으로 조선의 몰락을 살펴보는 국내 최초의 저서로, 제도적 측면에 집중해 조선이 몰락하게 된 진짜 원인을 살펴본다. 조선에는 수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그중 대부분은 현대를 사는 우리 곁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결국 이 책은 조선에 대한 보고서이자, 현대 대한민국에 울리는 경종이기도 하다. 무엇이 조선을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로 만들었는가 조선은 매우 가난했다. 개인의 생활뿐 아니라 국가의 재정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웠다. 군대의 군량은 항상 부족했고, 재해가 찾아오거나 흉년이 들면 굶어 죽는 사람이 무수히 생겨났다. 정부에서 신분이나 관직을 내다 팔아 곡식을 사들일 정도였다.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녹봉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관료들은 지방의 하급 관료들에게 선물 형식의 금품을 요구했고 지방 관료들은 백성들에게서 빼앗아 이것을 메꾸었다. 상황이 이러니 백성들의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조선은 가난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겼다. 근검절약하는 청빈한 삶, 안빈낙도의 철학을 숭상한 탓이었다. 양반들은 아무리 먹고살 것이 없어도 상민들처럼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지 않았다. 천장에 매달린 굴비를 바라보며 맨밥을 먹을지언정, 나가서 밭일을 할 생각은 결코 없었다. 개인으로서의 양반은 마을의 어른이자 올바른 선비의 귀감이었을지 몰라도, 양반층 전체를 본다면 그들은 1인당 생산량이 0에 가까웠으며 국가가 부강해지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계층이었다. 무엇이 조선을 이토록 가난하게 만들었으며, 가난에서 빠져나올 노력조차 하지 않게 만들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오랜 연구 끝에 ‘제도’에서 원인을 찾았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바로 제도”라고 주장했던 것처럼, 저자도 제도적 요인을 중심으로 조선의 몰락에 대해 논의한다. 신분제도, 조세제도, 관료제도, 정치제도 등 사회를 옭아맨 각종 제도(공식적 제도)에 조선의 이념적 기반이었던 성리학을 문화(비공식적 제도)로 포함시켜, 이 모든 제도들이 조선을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본 것이다. 스스로 발전을 거부하고 제도에 갇히다 조선 중기를 지나 후기로 갈수록, 조선에서 시행되던 제도들은 대부분 폐쇄적이고 착취적인 성격으로 변질되었다. 조선 초기에는 관료를 뽑는 과거 시험에 양인(천민을 제외한 모든 계층)이라면 누구든 응시할 수 있었으나 점차 상인과 장인, 서얼에게는 응시 기회를 주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시험의 내용이 유교 경전 위주였음에도 평민들에게는 서적 자체를 유통시키지 않아 공부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결국 정부는 모두 양반 사대부 출신의 관료로 구성되었으며, 백성의 목소리는 정책 어디에서도 반영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관료들은 자기 계층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변했다. 사회에 큰 혁신을 가져올 만한 기술적 발달이나 개혁 정책은 모두 막으려 했고, 백성을 위한 정책보다는 기득권을 보호하는 정책을 우선시했다. 관료들은 서점을 만들자는 건의가 나오자 “우리나라의 풍속에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반대했고, 노비의 수를 줄이는 정책이 시행되려 하자 “노비가 없어지면 평민을 잡아다가 부리게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또한 조선의 건국 이념인 성리학과 유교 문화로 인해 ‘농본상말(농업이 근본이고 상업은 말단이다)’ 의식이 확산되었으며 이로 인해 상공업은 천한 일이라고 여기는 사회 풍조가 생겼다. 기술자들을 천하게 여기고 제대로 대우를 해주지 않으니 기술이 발달할 수 없었다. “상인은 땀을 흘리지 않고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니 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 관료도 있었다. 당연히 시장이나 무역, 화폐의 발달에도 관심이 없었다. 경제성장과 부국강병의 이론은 덕이 아닌 힘으로 통치하는 패도覇道라고 생각했다. 삼강오륜과 주자의 예법 등 형이상학적 학문에 심취했던 조선의 관료들과 지배층에게는 경제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했던 것이다. 전 국토를 황폐화하고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킨 임진왜란 이후에는 인식이 달라졌을까? 재난을 겪고 나서 누군가는 조선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처절한 반성을 해보았을까? 불행하게도 조선은 전쟁 중, 그리고 전쟁 후에도 책임을 인정하는 사람이 없었으며 책임을 진 사람도 없었다. 저자는 임진왜란 후 병자호란 전까지 30년 이상의 시간이 있었는데, 이 기간에 위기를 초래한 원인을 찾아내고 혁신을 이루었더라면 조선이 존망의 위기를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성토한다. “한국은 강한 국가인가?” 우리가 조선의 역사를 통해 보아야 하는 것 지금에 와서, 이렇게 조선의 제도를 회고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말처럼, 조선의 이념과 제도가 남긴 흔적은 2016년의 대한민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폐쇄적, 착취적 제도의 문제들이 결코 조선에 국한된 논의가 아니라는 뜻이다. 법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 과도한 규제와 제도, 불합리한 기득권, 배타적인 태도, 불공정한 노동 시장과 임금 격차,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부재 등 현대 사회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들 중에는 조선에서부터 존재했던 것들이 많다. 모두 조선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조선의 역사에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세대 간 갈등과 집단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지금의 세태를 보면 조선 시대 양반과 상민 간 갈등, 관료와 백성 간 갈등이 겹쳐진다. 성장을 촉진하기보다는 경제 부문을 옥죄는 규제가 된 제도들, 산업을 육성하기보다는 진입장벽이 되어 기득권을 보호하고 있는 제도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결국 조선의 역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앞으로 만나게 될 역사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저자는 조선의 사례를 보며 우리도 대대적인 재점검과 정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와 국민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좀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 과거 우리가 밟아온 길을 되짚으며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배워야 할 것은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책은 다른 집단의 이익을 빼앗기 위해 싸우기보다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라고, 그리고 다른 집단을 적대시하기보다 포용하고 수용하라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강한 국가’는 군사력이 강할 때나 법 조항이 많을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힘이 꼭 필요한 곳에 신속히 손을 뻗을 수 있을 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을 때 완성된다. 그리고 강한 국가를 완성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이 책은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국가를 발전시키는 제도란 무엇인지, 국민을 위한 제도란 무엇인지 조선의 역사를 통해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