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차별과 편견을 딛고 자신만의 삶을 완성한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들의 감동 스토리 2010년 1월 16일 『뉴욕타임스』에 한 편의 특별 기사가 실렸다. 《컬러 오브 워터》의 주인공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의 부고 기사였다. 폴란드에서 유대교 랍비의 딸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해온 이민자이자, 아버지의 성적 학대와 노동 착취로 얼룩진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인종갈등이 격렬한 시절에 흑인과 두 번 결혼해 열두 명의 자식을 낳은 여인, 루스. 그녀의 이야기는 소설가이자 아들인 제임스 맥브라이드에 의해 《컬러 오브 워터》라는 책으로 출간되어『뉴욕타임스』에서 연속 100주 이상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웠고, 출간된 지 채 10년이 되기도 전에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교재로 채택되며 화제를 일으켰다. 한 개인의 삶의 고백이 이렇듯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지금까지도 미국 내에서 가장 뜨거운 논제 중 하나인 인종 문제에 대한 솔직한 고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종 문제를 넘어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과 편견에 당당하게 맞선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루스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과 그것에 당당히 맞서 자신만의 삶을 완성한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간에 대한 가치와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이에 그녀는 미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그런 그녀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뉴욕타임스』 또한 장문의 기사로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며, 다시 한 번 이 책을 언급하면서 그녀의 생애를 재조명했다. 이제 《컬러 오브 워터》는 명실공히 미국인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했고, 현재까지 20개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 파란만장한 인생을 온몸으로 살아온 여인, 루스 맥브라이드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은 1941년 4월 1일 폴란드의 정통파 유대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루첼 드와지라 질스카지만 1943년 가족과 함께 나치스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레이철 데버러 실스키로 이름을 바꾸었고, 그 후 좀 더 미국적인 어감이 나는 루스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루스의 가족은 미국 남부 지역을 떠돌다가 버지니아의 서퍽에 정착했는데, 서퍽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그녀에게 악몽 그 자체였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하고, 숨 막힐 듯 억압적인 유대교의 교리를 강요하며 성적 학대와 노동 착취를 일삼는 랍비 아버지의 이중적인 태도에 질린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망치듯 집에서 뛰쳐나와 과거와 단절하고 뉴욕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녀에게 이러한 결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내가 살기 위해, 내 나머지가 살기 위해 죽어야” 했던 생존의 문제였다. 얼마 후 그녀는 뉴욕 할렘에서 첫 번째 흑인 남편인 앤드루 맥브라이드를 만나 결혼한다. 그 당시는 “남부에선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를 단지 쳐다본다는 이유로 죽이”는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나던 시절이었다. 생존을 위해 과거에서 도망쳐온 그녀는 흑인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또다시 흑백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처지가 된다. 남편이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쪽에선 흑인들에게 뺨을 맞고, 다른 한쪽에선 백인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는 와중에도 루스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단단하게 지켜나간다. 하지만 1957년 갑작스럽게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다시 흑인 남성 헌터 조던과 결혼하지만 그 또한 1972년 사망한다. 그 후 루스는 홀로 열두 명의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유리공장을 다니고, 교회 총무로 일하는 한편 밤에는 은행의 타이피스트로 밤낮 없이 일하며 자신의 가족을 위해 온갖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엄마는 상처를 치료하는 외과 주치의(“요오드팅크 발라보렴.”), 전투 담당관(‘누가 널 치거든 주먹을 꽉 쥐고 부숴버려.“), 종교 상담가(”하느님을 먼저 생각해.“), 정신과 주치의(”그 일에 대해선 더 생각하지 마.“), 재정 고문(”머리가 텅 비었는데 돈이 다 뭐냐.“)이었다. -본문 19쪽 이 책의 제목인 《컬러 오브 워터》에도 루스가 흑인 자식들에게 피부색을 떠나 모든 사람은 가치 있는 존재임을, 그리하여 그들이 차별과 편견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인간다운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루스는 이와 같은 삶의 원칙들을 바탕으로 자식들 모두를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들로 길러낸다. 어느 날인가는 교회에서 돌아오다가 하느님이 흑인인지 백인인지 물어보았다.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오, 얘야……. 하느님은 흑인이 아니란다. 백인도 아니셔. 하느님은 영(靈)이시지.” “그럼 흑인을 더 좋아하세요, 아니면 백인을 더 좋아하세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셔. 하느님은 영이니까.” “영이 뭔데요?” “영은 영이지.” “하느님의 영은 무슨 색이에요?” “아무 색도 아니야.” 엄마가 말했다. “하느님은 물빛이시지. 물은 아무 색도 없잖아.”-본문 64쪽 어린 시절의 학대와 성추행, 낙태와 방황, 흑인 동네에서 유일한 백인으로 살아가며 가난과 편견을 비롯한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도 끝내 주저앉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이야기는 인간 존재의 강인함과 삶의 가치를 잘 드러낸다. 그러나 그녀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점은 특히 이 모든 시간을 헤쳐 오면서도 자기연민과 피해의식에 빠지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당당하게 삶을 완성한 데 있다. ▶ 백인 어머니를 둔 흑인 아들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치열한 자아 찾기 루스의 열두 명의 흑인 자녀 중 여덟째로 태어난 제임스 맥브라이드는 제일 잘생기지도, 제일 어리지도, 그렇다고 제일 똑똑하지도 못한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묻어가는” 존재였다. 항상 가난과 굶주림 속에서 생활하던 그에게 피부색과 관련한 정체성 문제는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우리 집에서 인종문제는 달의 인력과도 같았다. 그것은 강을 흐르게 하고 바다를 부풀리며 파도를 일으켰지만 다루기 어렵고 길들일 수 없고 논의할 수도 없는 암묵적인 힘이었고 따라서 완전히 무시되어야 했다. -본문 110쪽 그와 형제들은 가정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학교와 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며 성장해나간다. 백인우월주의단체인 KKK단과 맬컴 엑스와 마틴 루터 킹 등의 인물들이 주도하는 흑인해방운동이 격렬하게 대립하던 시절에 저자 또한 가출, 강도, 마약 등의 방황을 통해 자신만의 “혁명기”를 거치며 흑인으로서 겪는 사회적 차별에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방법을 체득한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더 알아내야 했고 내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선 나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알아내야 했다. / 평생 가장 사랑한 사람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것, 그것은 삶을 뒤흔드는 깨달음이었다. -본문 295쪽 저자는 인종적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며, 그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왜 자신과 어머니는 피부색이 다른지, 어머니는 어디서 태어났고, 어머니의 가족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를 늘 궁금해 했다. 아들의 오랜 설득 끝에 루스는 그동안 “죽은 사람”으로 치부하고, 기억해내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14년이란 긴 시간을 통해 듣게 된 어머니 루스의 이야기는 어떠한 허구보다도 낯설고 충격적이었다. 정체성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한 아들의 과거 찾기는 루스에게 다시는 돌아보고 싶지 않은 과거와 대면하게 했고, 이러한 용기 있는 고백은 그녀에게 스스로의 삶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었다. 저자 또한 자기 안에 흑인과 백인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인종과 종교, 차별과 갈등은 어머니와 그 어머니가 살아냈던 삶의 위대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닫고 비로소 오랫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