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당신을 잊은 사람처럼……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시인 신용목의 첫 산문집!
시인 신용목. 2000년 『작가세계』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후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아무 날의 도시』등 세 권의 시집을 펴낸 그가 등단 16년 만에 첫 산문집을 펴냈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성을 넘어 인간 본연의 목소리를 특유의 감성에 빗대 너무 과하지도 너무 모자라지도 않게 아슬아슬, 때로는 바람에 기대 때로는 나무에 기대 때로는 골목에 기대 읊조리듯 우리들에게 흘리는 일로 우리들의 두 귀를 쫑긋 세우게 했던 그가 세상에 흘려보내는 제 깊은 속내의 물줄기라고나 할까.
이 여름에 말라붙은 우리들 감수성을 비로 좀 적셔줄 요량으로, 이 여름에 갈라터진 우리들 마음 근육을 연고로 좀 발라줄 요량으로 물기 축축한 제 심성에 징검돌을 놓고 우리들에게 건너온 시인의 산문에서 우선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은 꽉 채워진 수분으로 말미암은 발림성이다. 달리 말해 어떤 식으로든 우리들 본연의 외벽을 부드럽게 채워줄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을 충분히 담보하고 있는 이야기로 무장을 했다는 말이다.
작심하고 써낸 사내의 산문은 얼마나 깊은가. 작정하고 써낸 사내의 산문은 얼마나 넓은가. 산문이 보여줄 수 있는 깊이와 넓이, 그 외연과 내연의 유연성 앞에서 에세이라는 장르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일까 새삼 이 책으로 말미암아 새롭게 환기하게 되는 데는 시의 문장들로 올올이 짜인 한 벌의 스웨터 같은 산문집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 한 편의 이야기는 고스란히 새 시집에 담길 시인데 이리로 왔구나, 이 한 줄의 문장은 말 그대로 한 편의 시인데 여기 던져졌구나, 그런 가늠을 절로 들게 하는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무수히 책에 밑줄을 긋고 쉴새없이 책장을 접어나가는 나를 발견하게 됨으로써 점점 뚱뚱해져가는 책과 달리 점점 가벼워져가는 내 마음의 짐수레를 번갈아 쳐다보게 된다면 이 책은 완벽하게 제 운명을 살아내는 것이리라.
총 6부로 나뉘어 전개되고 있는 이 두툼한 산문집을 읽어나가기 전에 먼저 목차를 한번 훑어달라는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목차의 제목만 자를 대고 소리를 내어 읽어주십사 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장장 여섯 페이지에 달하는 제목에서 발동하는 시심, 혹은 호기심으로 그 챕터부터 펼쳐서 읽으면 더 좋다는 요령의 말씀도 드리고 싶다. 책에 실린 사진들은 전부 신용목 시인이 찍은 컷들인데 특유의 쓸쓸함이 잔뜩 묻어 있는 사진들 곁에 한 줄, 혹은 두 줄의 고딕으로 찍힌 기미와 같은 점과 같은 캡션 문장들 또한 본문처럼 꼼꼼하게 살펴주십사, 잔소리를 마저 보태고 싶다.
사람과 사랑 사이에 이 한 권의 책이 놓여 있다. 아름답고 찬란한 빛의 찰나를 얘기하는 책이 아니라 그 빛의 밝음이 꺼지고 그 환함의 전등이 완벽하게 소등된 이후의 깜깜함에서 시작하고 끝이 나는 책. 그러나 반복되는 시인의 부정이 야기하는 긍정의 힘을 믿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더 아프고 더 모질게 말해줌으로써 온몸을 바닥에 내려놓게 하는데 이보다 더한 바닥은 없을 것이기에 결국 그 바닥을 차고 오르게도 해주는 것 또한 신용목 시인만의 글로 행하는 치유법이라는 것을 알게도 되기 때문이다. 신용목 시인은 뭘 좀 안다. 뭘 좀 아는데 두루 뭘 좀 알기까지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두루 뭘 좀 알기까지 기다려주는 사람이다. 그저 글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몸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다. 이 책이 그 증거의 결정적인 산물이다. 이 책으로 시인 신용목은 다 들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