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기호, 텍스트, 소설적인 것의 '현기증나는 이동 작업'을 통하여, 프랑스와 세계에 가장 활력적인 사유체계의 개척자로 손꼽히는 롤랑 바르트는, 그의 사후 15년이 지는 오늘날까지도 프랑스 문단의 표징으로, 또는 소설 속의 인물로 여전히 우리들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그의 모든 모색과 좌절, 혹은 기쁨은 다만 그 자신에게 국한된 것만은 아닌 오늘날의 모든 전위적 사유가들에게도 공통된 것으로, 이런 맥락에서 볼때 그의 문학 편력에 대한 조망은 특권적인 자리를 차지한다.
이 책 속에 옮겨진 글들은 바르트의 후기 사상을 정확하게 담고 있는 것들이다. 그의 후기 자업은 '저자의 죽음'을 그 시작으로 하기 때문에, 그것을 이 책의 첫번째로 하였다. 그리고 '작품에서 텍스트로,' 그 다음에는 그의 후기 작업의 이론적인 틀을 제시하고 있는 [텍스트의 즐거움]과 [강의]가 실려 있다. 이 두 권의 책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그의 후기 문학 실천의 이론적 배경을 이루고 있으며, 또한 그가 생전에 출판하기를 허락한 유일한 일기인 [심의]도 여기에 실려 있는데, 우리는 이를 통해 그의 말년에 문학적 관심사가 무엇이었나를 소상하게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