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이자, 여러 언론 매체에 활발하게 기고해온 동물학자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이 책은 동물들의 생태를 소재로 한 흥미진진한 과학적 사실에 인문학적 성찰을 덧붙인다. 한때 문학소년을 꿈꾸었고, 지금도 매체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쟁이에 뽑히곤 하는 저자의 돋보이는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그의 관심을 받는 동물들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지구의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는 개미들의 놀라운 조직력을 통해 우리 인간의 모습을 들여다보기도 하고(개미에 대한 그의 유별난 관심은 <개미제국의 발견>이라는 저서에서 잘 드러난다), 정찰벌들의 '꿀춤'에서 민주주의의 단면을 끄집어 내기도 한다. 이밖에도 동물 사회에 광범위한 동성애를 이야기하며 우리 사회의 성적 편협성을 꼬집고, 다친 고래를 숨쉴 수 있도록 떠받쳐 주는 동료들의 갖은 노력에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인간사회의 모습을 대비시킨다. 요컨대, 만물의 영장이라 자칭하는 인간들도 동물보다 못한 면이 있고, 그렇다면 동물들에게서 배울 점은 배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저자의 짤막짤막한 59편의 글에는 생명을 모든 것의 중심에 두는 자신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알면 사랑한다'는 그의 평소 지론대로 인간과 동물, 모든 생명과 생명이 서로를 잘 안다면 사랑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이야기다. 간결하면서도 아름답고 위트있는 문장으로 이 모든 재미와 교훈을 버무려놓은 저자의 솜씨는 가히 감탄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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