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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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문학을 아름다운 한글문장으로 이루어낸 홍당무! 감수성 예민한 영원한 소년 르나르 고고하고도 한없이 고독한 영혼 무한한 진실 탐구, 순수한 생활 찬미 영상의 사냥꾼 르나르 온갖 종류의 문학이 활짝 꽃핀 프랑스 문학 정원에는 개성 넘치는 작가가 많지만, 쥘 르나르(1864~1910)만큼 우리에게 친밀감을 주는 독특한 작가는 드물다. 언어의 탄환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고, ‘도망치려는 사념(이데)의 목덜미를 붙들어’ 그 정곡을 꿰뚫는 명사수 르나르의 매력은 참으로 유별난 것이 아닐 수 없다. 르나르는 허위를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문학의 거짓’을 깨달았다. 아름다운 시구, 과장된 표현, 화려한 줄거리, 이러한 것들을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진실이 언제나 예술인 것은 아니다. 예술이 언제나 진실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진실과 예술에는 몇 가지 접촉점이 있다. 나는 그것을 찾는 것이다.” 르나르는 소녀, 아내, 어린이, 시인, 사랑, 농민, 자연, 동물, 인생 등 모든 것에 대한 이른바 ‘문학’에 의해 넓혀진 잘못된 관념에 반기를 들었다. 그의 대표작 《홍당무》도 이런 생각에서 쓰인 것이다. 《홍당무》의 주인공은 천사 같은 어린이가 아니라 밉고 더럽고 잔혹한, 소년 특유의 결점을 유감없이 고루 갖춘 매우 현실적인 인물이다. 《박물지》에서는 농민이나 자연, 동물까지도 과장을 섞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소년’에 관한 어른동화 《홍당무》 《홍당무》는 르나르의 작품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소설이다. 작가가 자신의 소년 시절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소년’에 관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있는 작품으로 섬뜩한 유머 속에 예리한 감각이 숨겨져 있다. 머리카락이 붉고 주근깨가 많아서 ‘홍당무’(원명은 당근털이라는 뜻)라는 별명이 붙은 소년은 어찌된 셈인지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형 펠릭스도 그를 우습게 안다. 그나마 누나 에르네스틴이 가끔 편을 들어주기는 하나 사실 누나 또한 홍당무를 놀림거리로 여기고 있다. 자아가 너무 강한 어머니에게 눌려 버린 아버지는 말수가 적고 내향적이다. 홍당무에게 약간의 애정은 느끼지만 굳이 말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어머니에게 이래저래 트집잡혀 야단만 맞는 홍당무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낸다. 거짓말도 하고 엉터리 수단을 쓰기도 해서 언제나 그럭저럭 곤란한 처지에서 빠져나가려고 애쓴다. 이러한 홍당무의 태도에는 다만 필요해서 할 수 없이 그렇게 하려는 것이 아닌 소년 특유의 교활함과 짓궂음이 숨겨져 있다. 마지막에 어머니의 너무나도 지나친 횡포에 견딜 수 없게 된 홍당무는 심한 반항을 시도하여 가족들을 놀라게 한다. 이를 근심한 아버지에게 집을 나가 버리고 싶다고 털어놓다가, 아버지도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요컨대 소년의 생활 단면을 늘어놓아 소년의 감정 상태에 맞게 남김없이 묘사한 작품이다. 특히 《홍당무》는 르나르 어린 시절의 가정을 거의 있는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짓궂지만 순진한 아이의 세상 홍당무는 보기 드물게 모난 악동이 아니다. 따뜻한 사랑을 바라고 나름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하며 더없이 순진하기도 한, 주위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아이일 뿐이다. 르나르는 《홍당무》에 자신의 기지를 마음껏 발휘했다. 이 기지는 홍당무에게 활기를 주어, 책장을 넘기는 독자의 손을 부추긴다. 아버지와 아들이 주고받은 편지에는 부자(父子)의 가볍고도 묘한 마음의 흔적이 엿보이고, 〈엽총〉에는 교활한 형과 형에게 당하는 홍당무의 움직임이 소년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는 활달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펠릭스가 홍당무와 마틸드에게 하는 결혼놀이도 기지에 넘치는 글이다. 그중에서도 홍당무의 생활을 남김없이 그린 〈홍당무의 앨범〉은 이러한 야유 섞인 기지의 백미이다. 이리하여 독자의 머리에는 잊히지 않는 홍당무의 명상이 선명하게 새겨지게 된다. 르나르는 프랑스 문학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지 넘치는 짤막한 문장으로 독자를 감동시킨다. 자연을 바라보는 진실한 시선《박물지》 《자연의 이야기들》이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은 르나르가 전원과 파리의 동물원에서 수많은 동식물을 관찰하고 고향에서 그가 경험한 일들을 적은 짧은 글을 모아놓은 것이다. 르나르는 스스로를 ‘영상(影像)의 사냥꾼’이라 불렀다. 눈을 그물삼아 삼라만상의 모습을 잡는다. 그리고 그 잡은 모습을 비유와 시정(詩情)을 곁들여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박물지》다. 《박물지》가 르나르 평생의 걸작 《홍당무》에 이어 끊임없이 애독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이른바 영상의 사냥꾼 속에서 그의 문학정신, 즉 기지가 넘쳐흐르는 독특한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 자연을 사랑하고 동식물의 생활을 예리하게 포착, 관찰한 그 독창적인 형식은 필연적으로 르나르의 존재를 뚜렷하게 했으며 대중의 마음을 크게 울렸다. 르나르는 ‘조그마한’ 것 속에서 ‘조그마한’ 것을 묘사하면서 살아갔다. 그러나 그의 특질은 반드시 그 ‘조그마한’ 세밀화를 그리는 것만은 아니다. 《박물지》가 그것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그 폭넓은 정의감, 무한한 진실에의 탐구, 순수한 생활의 찬미, 엄격한 금욕주의, 고고하고도 한없이 고독한 영혼의 표정이 이 작품에 깃들어 있다. 르나르 문장에 스며든 간결한 정신 르나르의 간결한 표현, 더 나아가 ‘간결한 정신’은 화려하고 기름진 서구 문학세계에서 동양적인 이채를 띠고 있다. 〈귀뚜라미〉〈수풀 가족〉 등은 이런 담백한 특성을 잘 보여준다. 가장 독창적인 프랑스 근대 작곡가로 꼽히는 모리스 라벨은 《박물지》에서 〈공작새〉〈귀뚜라미〉〈백조〉〈물총새〉〈뿔닭〉 다섯 편을 골라 곡을 만들었다. 르나르는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그의 작품은 아름다운 소리가 되어 전 세계에 울려 퍼지고 있다. 프랑스 초등학교·중학교에서는 이따금 시험문제로 《박물지》 내용이 인용된다. 르나르의 문장은 단순해 보여도 의외로 만만치 않고, 특색 있으면서도 가장 정석적인 프랑스어 문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홍당무》가 소년 시절의 쓰디쓴 기억을 돌이켜 보고 마음속을 털어놓은 것이라면, 《박물지》는 보다 더 고차원의 심경에서 인생과 자연을 지그시 바라보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르나르의 일기》 르나르는 1887년 스물세 살 때부터 죽을 때까지 23년 동안 꾸준히 일기를 썼다. 그는 일상생활의 자질구레한 것, 가족관계의 일, 순간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일을 그대로 적어 두었다. 예리한 눈으로 자연을 관찰하고 예술을 논하고 비평한다. 때로는 정치를 논하고 인류의 무한한 사랑을 꿈꾼다. 그의 일기에는 그의 모든 작품의 싹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문단에서 살아가는 도시인의 해학 정신과 작가의 청렴한 양심을 발견할 수 있다. 《르나르의 일기》는 그가 죽은 뒤 15년이 지난 1925년에 출판되었다. 읽어 나갈수록 점점 르나르의 문학세계에 매혹된다. 짤막짤막한 글귀 속에서 그의 풍부한 풍자어린 인간애를 느낄 수 있다. 더욱이 그의 지극히 다듬어진 문체는 조각과도 같다. 르나르 스스로도 “나의 문체는 내 목을 졸라맨다”고 털어놓았듯이 그는 글다듬기에 더없이 골몰했다. 《필립 집안의 가풍》 이 단편에는 소박한 시골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르나르는 아버지의 고향인 부르고뉴 지방 시트리 가까운 쇼모 마을의 낡은 농장을 구입해 ‘라 글로리에테 별장’이라 이름 붙였다. 그는 해마다 봄, 여름, 가을을 그곳에서 보냈다. 자연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사랑했던 르나르는 시골을 거닐면서 보고 들은 세세한 것들을 가능한 한 정확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별장과 본가를 관리하던 사람이 작품에 등장하는 필립 부부의 모델이 되었다. 얼핏 미완성